[Review] 누군가의 히든 스테이지 - 히든 스테이지 [전시]

히든 스테이지를 알아봐 주는 사람
글 입력 2023.12.05 09: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히든스테이지 웹포스터.jpg

 

 

이 전시장에는 ‘Hidden’과 ’Stage’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두 단어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무대는 늘 돌출되어 있고, 관객을 향해 바라보는 존재이다. 그래서 감춰질 수가 없다. 관객이 눈을 감지 않는 이상 이 무대는 영원히 우리의 시야 안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가 눈을 감는 것처럼 무대의 조명을 아예 꺼버리는 것이다. 무대의 전체조명뿐만 아니라 가느다란 핀 조명까지 단 한 줌의 빛도 허용할 수 없다. 무대, stage는 그래야만 숨겨지는 존재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배준성 작가는 작품 내에서 오브제를 비추는 모든 빛을 차단시켰다. 단 몇 가지의 스포트라이트를 남겨두었는데, 이 빛 덕분에 작품을 조금은 밝은 분위기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다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친 부분은 생각보다 중요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스포트라이트란 내가 강조하고 싶고, 문맥에서 나타내고 싶은 부분을 표현할 때 주로 쓰인다. 그러나 왜 배준성 작가의 그림 속에서의 스포트라이트는 그 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점이 전시를 보면서 가장 의문이 들었던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히든 스테이지> 전시를 보면서 오히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그림의 한 부분에 더 집중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시각을 가지니까 작품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의문이 해결되었다. 내가 경험했던 경험들을 여러분도 느끼면 좋겠다 싶어 한 작품을 아래에 사진으로 첨부하겠다. 그림을 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길 바란다.


 

[드림그림x배준성 콜라보레이션]on the stage-hidden stage_some picnic, 2023, Oil on canvas, 181.8 x 227.3cm.jpg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보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그런가,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한 것 같다.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니 지금 시각은 낮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의 전체적인 색감은 어둡고 파란색이지만, 빛을 비춘 부분은 낮처럼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러한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히든 스테이지’의 제목에 걸맞은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 숨겨진 다른 요소들을 찾다 보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왼쪽 아래를 보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 않지만 분명히 호랑이와 다른 생명체들이 보인다. 둘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기싸움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의 진짜 대화 내용을 알 순 없지만 스포트라이트를 얻지 못한 부분도 충분히 나에게 흥미로운 영감을 주었다. 직접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빛이 새어 나오는 곳이 바로 왼쪽 위에 보인다. 유리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안의 모습은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멀리 있어서 안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여인이 창문에 기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모든 면이 가려져 안의 것을 볼 수 없는 박스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도 사건을 일어나고 무대는 진행된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스포트라이트를 지운 곳, 그곳이 바로 ‘히든 스테이지’였다. 그곳에는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닌 보지 못했던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좋은 영감은 늘 기다리지 못했던 곳에서 발견되기도 하기에 배준성 작가는 이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작품 ‘히든 스테이지’를 그렸던 것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이번 전시는 미술 전공의 훌륭한 재능을 가진 장학생들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숨겨져 있던 재능을 발견한 배준성 작가의 태도야말로 진정한 ‘히든 스테이지’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히든 스테이지가 있고,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나도 누군가의 히든 스테이지를 알아봐 주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히든 스테이지를 발견해 줄 기회가 오지 않을까? 

 

 

배준성 작가X드림그림 장학생 단체 사진.jpg

 

 

[임주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