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과 사랑에 빠지고 싶은 이들에게, 책 '그림 읽는 법' [도서]

이 책을 읽고 난 후, 예술 작품 앞에 섰을 때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글 입력 2023.12.0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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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하고 미술사를 소개하고 작품을 설명하는 책을 수없이 읽어왔다. 그럼에도 자꾸만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책에 손이 간다. 그 이유는 책마다 초점을 두는 방식이 다르고, 전개하는 형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마다 다른 스타일들에 흡수되어 읽다 보면, 기존에 알던 작품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작품을 여러 시선으로 읽어보는 것을 선호한다.


이번에 고른 <그림 읽는 법>도 그러하다. 이미 알고 있던 작가와 작품이더라도 김진 저자에 의해 쓰인 미술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저자는 의상학, 불문학을 전공하여 직장인이 되었지만, 학부시절 접한 미술에 대한 애정이 지속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예술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크고 진심인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점이 이 책을 선택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예술에 이토록 진심인 사람이 풀어주는 예술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한번쯤 들어 봤을법한 작가들의 작품이 나열되어 있다. 에드바르 뭉크, 구스타프 클림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쿠사마 야요이, 프랜시스 베이컨 등 총 14명의 작가가 나온다. 이 작가들의 특징에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예를 들어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에는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의 그림 속 여성들은 뭔가 특별하다’라는 소제목으로 주의를 끈다.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걸까? 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렇게 나 또한 책에 홀린 듯이 빠져 들어갔다.


그 중 흥미롭게 읽은 파트를 꼽아보자면 애니시 커푸어를 소개하는 ‘이제부터 나만 쓰는 블랙’ 파트이다. 애니시 커푸어의 전시를 보러간 관객이 바닥에 검은 원 모양의 작품에 발을 디뎠는데 뚫려 있는 바닥이라 사고를 당했다. 깊이가 2.5미터나 되는 수직통로로 안쪽에는 특수 물질 페인트가 발라져 있어 인간의 눈으로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물질은 ‘반타블랙’이라는 물질로 영국의 나노 기술회사가 개발한 물질이다. 착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빛이 표면에 닿으면 탄소 나노 튜브에 의해 흡수되기 때문에, 이 물질이 칠해진 표면에서는 반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물질을 예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애니시 커푸어가 유일했다. 커푸어의 독점 사용에 다른 예술가들은 불만을 토로했고 커푸어를 제외한 모든이들에게 또 다른 물질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자 했다.


‘반타블랙’을 둘러싼 커푸어의 작품 이야기,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으니 재미가 더해졌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 외에 그와 관련된 부수적인 여담까지 함께 들으니 작품에 대한 재미가 더해지는 듯 했다. 더불어 해당 챕터의 마지막 즈음 저자는 새로운 물질이 예술계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해주었다.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예술의 역할과 힘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15세기 얀반 에이크의 유화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것처럼, 세상에 새롭게 발견되는 물질들이 또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 수 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예술은 삶과 동떨어진 존재라고 여기는 인식도 있으나 사실은 세상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움직이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나마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을 명쾌하게 깨우쳐준 느낌이 든다.


이렇게 <그림 읽는 법>은 딱딱하게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읽기 쉬운 문구로 그림을 설명하고 현재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는지에 대한 소스를 준다. 총 열두 파트를 그렇게 읽다보면, 그림을 어떻게 읽고 이해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얻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예술 작품 앞에 섰을 때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흐름으로 읽어야 할지 자연스레 알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읽기에 앞서 기대한 것처럼 예술을 사랑하는 저자의 책에서 그 애정과 정성이 절로 읽혀졌다. 저자가 예술과 사랑에 빠졌던 강렬한 경험을 다수의 독자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섬세한 문장과 구성에서 이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이 책을 접한 이들 모두 예술과 한걸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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