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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그림 읽는 법'으로 읽는 예술의 맥락

미술을 감상하는 데도 지식이 필요해

by 유다연 에디터
2023.12.01 10:14

 

 

전시를 보러 가면 사전에 도슨트 시간을 꼭 알아보고 간다. 미술사를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선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먼저 이해하고, 시간을 갖고 다시 한번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감상법은 시간이 두 배가 걸리는 데다 체력도 두 배로 빠르게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럴 때 적당한 지식을 쌓아오지 않은 지난 시간에 후회도 들지만, 한편으론 시간도 체력도 벅차 공부 대신 그럭저럭 만족했던 전시로만 내 머릿속에 저장해 두고 만다.

 

미술사, 조금 덜 장황하게는 익숙한 대가들부터 현대미술까지의 흐름까지. 어디 쉽고 간편하게 알려줄 책이 없나? 종종 그런 필요성을 느끼곤 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로 <그림 읽는 법>을 접하게 되었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 출퇴근길이나 휴식 시간에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림 읽는 법_표지.jpg


 

구성에 있어서 다른 책과는 약간의 차별점이 있다. 꼭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되진 않는다. 그보단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가장 첫 목차는 뭉크인데,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들을 되짚는 것으로 시작한다. 친숙한 작가의 친숙한 작품을 외적으로는 화가의 삶, 당대 사회의 모습 및 미술의 흐름 등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한편, 내적으로 그림 자체를 읽고 설명하며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첫 목차부터 새로웠는데, 뭉크의 <절규>는 작품 속 인물이 아닌 자연이 절규하고 있다는 해석 때문이었다. 뭉크 본인의 작품에 대한 생각, 그리고 김진 작가의 섬세한 작품 설명은 내 안에서의 반발감 하나 없이 작품에 대한 이미지를 수정하는데 섬세한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예술의 평가 기준이 되는 '미'에는 숭고와 아름다움 두 가지가 있으며, 이 둘은 생각보다 차이가 큰 개념이라는 것은 특히 이 책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내용이다. 단순히 백과사전에 나오는 숭고의 뜻과는 다르게 압도에서 비롯되는 경이감 등을 숭고함으로 여긴다고 한다. 여기에는 두려운 상황을 그린 작품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해당할 수 있다. 만약 영화도 회화처럼 전통적인 예술 분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공포영화를 보는 심리도 이것과 관련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또한 이러한 구분이 당대 철학 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예술과 철학이 그만큼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여기서 조금 아찔해졌다. 취미로 예술을 감상하기엔 알면 알수록 너무나도 어려운 분야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든 깊이 사랑하다 보면 뜻밖의 어려움을 부딪치게 된다. 따지고 보면 미술 재료나 기법 등의 발전은 과학까지도 크게 연관이 되는 부분이니, 예술이란 삼라만상을 이해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분야를 설명하는 책을 읽을 때, 그간의 여성 혐오적 역사와 서양 중심적 사고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그 부분도 함께 조명해 주는 책을 바라곤 했다. 물론 역사적 사료가 턱없이 부족하므로 발굴과 해석까지 이어지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책의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이런 부분이다. 백인 남성 예술가의 계보가 하나의 정전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에 교육과정도 그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그림을 읽는 법을 설명할 때면 그들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운 부분을 조금이나마 현대미술 파트에서 해소해 주는 점이 좋았다. 특히 쿠사마 야요이가 챕터로 들어간 게 인상적이었는데, 최근 그가 루이비통과 협업을 진행했다는 것만 알 뿐 그의 미술에 어떤 특이점이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영향력이 막대한 앤디 워홀을 비롯한 두 명의 화가가 그가 동양에서 온 힘없는 여성이라는 걸 기회로 보고 작품을 대놓고 뺏어갈 정도로 현대미술사에서 눈에 띄는 화가라는 사실, 그리고 그의 획기적인 시도들에 관해 설명해준 점이 좋았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내게 쿠사마 야요이는 그저 일본의 아티스트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읽으면서 미술의 역사도 패션처럼 무엇 하나가 유행의 정점을 찍으면 정반대의 것이 급부상하는 것의 반복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고전주의, 인상주의, 표현주의, 사실주의 등등.. 연도순으로 세워보라고 하면 도대체 뭐가 어디에 위치할지  전에는 알 수 없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현대미술이 어쩌다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제목이 붙여지지 않은 작품이 관람자와 관련 기획자에게 어떤 불편을 야기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내가 왜 무제 작품에 정을 붙이지 못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어주었다.

 

전혀 고려해 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짚어주는 점이 색달랐다. 시리즈로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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