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느날 꼬리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영화]

공포 단편영화 <루시의 이야기>
글 입력 2023.11.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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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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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옷가지들이 걸려 있는 빈티지 분위기의 가게에서 시작됩니다.

 

탈의실에서 주인공 루시는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도입부 장면에서는 공간적 배경과 시각적 분위기에 걸맞게 차분하고 조용하게 전개됩니다. 캐릭터들의 대사도 없고 오직 행동만 보여줄 뿐이죠. 공포 장르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이어질지를 궁금해하던 찰나, 여기서 루시는 본 작품의 시발점이 되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의 등 아래쪽, 엉덩이 위쪽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지요. 바로 꼬리가 자라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본작의 제목은 약간의 언어유희로 볼 수 있습니다. 제목은 <루시의 이야기>를 뜻하는 인데, 본작의 주인공 루시에게 알 수 없는 이유로 꼬리가 생겨난다는 것이 줄거리임을 생각해보면 'Tale'과 'Tail'의 유사한 철자 및 같은 발음을 가지고 지은 제목임을 짐작할 수 있죠. 약간의 실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기본적인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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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읽은 순간부터 몇몇 분들은 본작의 전체적인 줄거리나 테마를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꼬리가 자라난다는, 비현실적이고도 이상한 소재를 통해 여성의 성장기를 다루려 한다는 것이지요.

 

초현실적이거나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서 이러한 서사를 그려낸 작품들은 이전부터 많이 존재해 왔습니다. 여기서는 꼬리가 자라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신경과 호흡 등에 영향을 끼치는 등 초능력으로 보이는 모습도 보이죠.

 

이러한 주제를 다룬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루시는 첫 장면에서 브래지어의 끈을 잘 채우지 못하는, 서투른 데다가 말수가 적고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이런 서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죠. 브래지어에 휴지 뭉치를 넣고 다니는 데다 이후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등 몸매 콤플렉스까지 있습니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괴롭힘과 왕따를 당하고, 그런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착하고 친절해 보이는 남학생과의 로맨스 같은 것도 어떻게 보면 뻔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줄거리 요소입니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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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영화의 이야기나 연출 면에서 <루시의 이야기>는 고전 공포 영화 <캐리>의 영향을 받았음을 꾸밈 없이 드러냅니다.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던 여학생이 초능력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먼저 <캐리>가 떠오르는데, 실제로 주인공 루시가 중간에 영화 <캐리>를 보고 있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서 <캐리>의 영향을 받았음을 확인시켜주죠.

 

루시가 분노에 차 다른 여학생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코피를 흘리게 하거나, 숨을 막히게 하는 등 모습이 등장하는데, 자연스레 그들에게 복수를 하거나 광기에 사로잡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는 전개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허나 이야기의 전개나 결말은 제가 예상한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긍정적이지 않은 쪽으로 말이죠.

 

 

 

파국으로 치닫는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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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남학생 브래드와 루시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고, 브래드가 꼬리의 감촉을 느끼고 놀라 이상해하는 단계까지 가지만, 갑자기 브래드가 피를 흘리며 죽어버리는 전개로 결말을 맺습니다. 안 좋은 결말로 치닫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놀랍게 다가오죠.

 

연출을 통해 루시가 고의적으로 브래드를 죽인 것이 아님을 영화는 확인시켜주죠. 아무래도 루시가 브래드와의 가까운 신체 접촉, 또는 격양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함을 통해 실수로 브래드를 죽게 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결말 그리고 더 나아가 본작은 루시가 성장해가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엄마에게 갑자기 화를 내는 장면도 나옵니다) 겪는 감정이나 신체의 급격하고 과격한 변화를 다룬 것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겠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자신도 조절할 수 없는 감정/신체의 변화로 인해 사람이 죽고,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이야기라는 것이죠.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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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을 괴롭히는 여자아이들에게 복수를 하는 등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장면들은 전혀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본작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는 알겠고, 예상한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만, <루시의 이야기>의 결말은 허무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가 3막, 클라이맥스에 진입하기 전에 끊어버린 듯한 느낌이 강했죠. 꼬리가 자라나 기괴한 모습이 드러나는 등 조금 더 극단적이고 수위가 높은 고어 및 바디 호러 요소를 기대했으나 그런 방향으로는 나아가지 않았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그래서 <루시의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성장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내용 보다는, 성장 시기에 일어나는, 겪는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일을 다룬 작품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캐리>를 베이스로 해서 루시가 겪는 변화 그리고 그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렸죠. 제목이 'Story' 대신 'Tale'인데, 'Tale'이 흔히 동화나 민담 등 비현실적이거나 믿기 힘든 이야기를 지칭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절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루시의 이야기>는 다른 작품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등 보편적인 소재들을 선보였으나, 그것들을 만족스럽게 섞고 엮어내어 좋은 결말,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위한 비전, 씨앗, 장치들은 다 심어져 있었기에 더 아쉽게 느껴지네요.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까지 못 만든 것은 절대 아니었으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하지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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