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눕는 시간이면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의 추억부터 잊고 싶은 창피한 기억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추억들, 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당장 내일 해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부담감 같은 것들 말이다.
눈코 뜰 새 없었던 한 해를 지나 연말의 문턱을 밟은 지금, 나는 지금 후회와 걱정의 굴레에 빠져 있다. 이뤄낸 것도 많지만 그만큼 아쉬운 것도 많아 자꾸만 지나간 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새벽이면 과거, 현재와 미래를 오고 가며 평소에는 떠올리지 못할 상념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다만, 요즘 따라 내가 새벽마다 이런저런 고민 보따리를 꺼내놓는 건 결코 연말이어서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새벽이라는 시간대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소음 하나 없는 깊은 밤, 고요한 방 안에서 숨을 쉬고 있자니 이 세상에 나 홀로 존재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눈과 귀가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좋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많은 사람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앞날이 막막해 아침이 절대 오지 않았으면 하거나 뱉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 잠을 설치거나. 그런 경우, 나는 헤드폰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음악을 듣는 길을 선택한다. 마음속에 할 말이 넘쳐난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아 감정을 간접적으로 쏟아내는 것도 효과가 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해 새벽에 걸맞은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하고자 한다. 여기 지금, 이 순간 끊이지 않는 새벽의 멜로디가 모두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다고. 그러니 이 음악과 함께 근심·걱정 없이 새벽을 즐겨보자고. 아침 해를 앞둔 시간, 동이 트기 전 이 순간을 모두가 마음껏 즐겼으면 한다.
Blanc - ADOY
Walk me to the other side of town
We can hide away from passing cars
ADOY의 시티팝에 죠지의 피쳐링이 더해져 여름밤과 드라이브와 맥주를 떠올리게 만드는 음악. 요즘 같은 날씨에도 어울리는 곡이다. 몽환적인 보컬과 빠른 비트가 만들어 내는 오묘한 분위기 속에서 새벽을 즐길 수 있다. 없던 기억도 조작시킬 만큼 낭만적인 영어 가사도 노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한다. 조금은 신나고, 조금은 나른하며, 여러 번 돌려보고 싶어지는 이 음악과 함께 지난날의 즐거웠던 새벽을 다시 추억해 보자.
lovememore - dosii
너의 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내게 말해줘
그 말의 무게를 내가 느낄 수가 있도록
'나를 더 사랑해 줘'라는 제목을 가진 노래. 앞선 곡과 동일하게 시티팝 향에 레트로 감성을 몇 방울 떨어트렸다. 이 곡은 도입부의 독특한 사운드와 섬세하고 매력적인 보컬이 인상 깊은 음악으로, 곡 자체의 완성도도 높지만, MV와 함께할 때 온전한 매력을 펼친다.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MV를 보고 있으면 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쌀쌀한 날씨, 새벽의 거리를 헤매며 조금만 더 사랑해달라는 문장을 하염없이 뱉는 주인공처럼.
Perfect Places - Lorde
All the nights spent off our faces
Trying to find these perfect places
What the fuck are perfect places anyways?
무수히 많은 갈림길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이 떠오르는 곡이다. 불나방 같은 삶에 지쳐버려 괴로움도 불행도 슬픔도 없는 이상향을 찾는다. 그러나, '완벽한 곳'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실체 없는 공간을 찾다 지쳐버린 화자는 곡의 말미에 '대체 완벽한 곳은 어디인데?'라는 물음을 던진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리드미컬한 사운드 속 들려오는 묵직하고 의미심장한 가사. 너무나도 새벽에 걸맞은 노래다.
I feel love - SAYMA
이 밤이 지나기 전에
넌 파도가 되어
이 모래 위를 새겨놓고
그 옆자리에서 내 이야기 들어줘
몽실몽실한 솜사탕을 한 입 베어 문 듯한 노래. 도입부의 캔을 따는 효과음과 뒤로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홀려 어느새 빠져들게 되는 곡이다. 잔잔한 사운드와 독특한 보컬 덕에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단점이라면 짧은 러닝타임이 아닐까. 노래가 끝나면 아쉬움과 함께 리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된다. 녹아내리는 멜로디와 함께, 잠시만이라도 걱정을 내려놓고 편안한 새벽을 보내보자.
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새 잠이 쏟아진다. 헤드폰을 낀 채로 나도 모른 채 깊은 수면에 빠지게 되는 시간. 오늘 하루가 어땠든 간에, 오늘 새벽에 무슨 이야기들을 떠올렸든 간에. 지난 일은 지난 기억으로 남기고, 우리 모두의 내일이 안녕하기를 빈다. 새벽 끝 새로운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