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3 식습관 보고서 (1) [음식]

식습관을 따라가면 몸의 상태를 읽을 수 있다
글 입력 2023.11.24 17: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매일의 식사를 기록하다

 

[700]cathryn-lavery-fMD_Cru6OTk-unsplash.jpg

 

 

2023년이 되면서 내가 목표로 삼았던 키워드 중 하나는 ‘절제’였다. 절제 없는 쾌락은 일상의 즐거움을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게 했고 어떤 날은 오히려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 이런 현상의 인식은 나뿐 아니라 요즘의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부분인 것 같다. 작년보다 도파민 중독과 관련한 콘텐츠가 더욱 늘었고, 그것과 관련해 대중들도 뇌과학에 관심을 기울이며 정보를 얻으며 공부하는 추세이니 말이다.


그중 도파민 중독의 예시로 자주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음식이다. 배달 음식이나 달콤한 디저트, 외식의 절제 없는 소비는 도파민 중독을 가중한다. 아무래도 먹거리와 관련한 쾌락은 쉽게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일상에서 가장 빠르게 쾌락적인 보상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2023년은 절제해 보고 싶었고, 절제의 도구로 데일리 트래커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먹거리에 대한 규칙을 만들고, 매일 먹는 것을 기록하는 것이다.
 
 

[700]KakaoTalk_20231124_182824463.jpg

2023년을 강타한 길티 플레저의 상징은 탕후루 아닐까
 
 
 
입이 원하는 자극적 음식 3 대장 - 라면, 술, 커피

 

한때 나는 라면을 정말 좋아했다. 지금도 라면을 좋아하지만, 전과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과거에는 매일 한 끼씩 라면을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좋아했고, 여러 바리에이션을 섞어 먹는 것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라면을 절제 없이 섭취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먹으면 먹을  수록 입은 전처럼 만족할 수 없었다. 나는 중독된 것처럼 실망할 것을 알면서도 자주 라면을 먹게 됐다. 이대로라면 자극적인 맛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 것 같았다. 첫 번째로 ‘라면은 일주일에 한 번만 먹는다’는 규칙을 세웠다.

 

 

[700]edanur-agac-gDNhfxuNneM-unsplash.jpg

 
 
다음으로는 술에 대한 규칙을 세웠다. 과거에는 저녁에 맥주나 와인, 하이볼 등을 한 잔씩 마시는 걸 하루의 보상으로 여겼는데 이것도 지속되니 그 즐거움이 전 같지 않았다.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습관적으로 마시려고 하는 나를 발견하고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술은 일주일에  2회 이하로 마시되 연달아 마실 수 없는 규칙을 세웠다. 오늘 마시면 내일은 안되는 거다.
 
확실히 규칙을 세워두니 라면과 술을 섭취하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초반에는 ‘1주일에 한 번 가능’이라는 규칙 때문에 라면을 주말마다 꼬박꼬박 먹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빈도가 서서히 줄어들며 보름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들었다.
 
 

[700]wu-yi-mk7zhx5lFbc-unsplash.jpg

 
 
커피마저 절제 항목으로 두면 숨이 막힐 것 같아 자유로운 항목으로 두되 마셨는지만 체크하여 기록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유일하게 커피만 하루도 마시지 않은 날이 없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영양제나 물은 까먹고 먹지 않은 날이 있어도 커피는 매일 같이 마신 걸 보니 커피 또한 어느 정도는 절제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술이나 라면처럼 일주일에 몇 회로 제한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후에는 일주일에 3번 정도만 디카페인으로 바꾸어 마시는 대안을 택했다.

데일리 트래커를 만들 때는 식사일지를 작성하는 페이지뿐 아니라 하루하루 뭘 먹고 행했는지 체크하는 항목도 마련했다. 한마디로 하루 루틴을 보기 쉽게 관리하는 페이지를 만든 것이다. 절제 항목을 제외하고도 매일 하고 싶은 활동인 공복 물 마시기, 비타민 복용, 산책, 명상, 독서 등과 관련한 체크박스를 만들었다.

 

 

[700]그림2.png

 
 
그것과 더불어 수면시간, 기분 상태 등을 입력하는 탭을 추가했다. 이렇게 하루에 한 번 나의 기분 상태와 수면시간, 생활 루틴, 식사를 체크하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주도권을 되찾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나 쾌락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몸을 통제할 수 있는 도구를 하나 얻은 것이다.

이렇게 매일 매일 식사 일지를 기록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실 기록만 이어간다면 이것은 단순한 식사 일기와 다름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기록에 의의를 두며 다짐을 확고히 하고 나의 행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데일리 트래커를 이용했다. 시간이 지나자 기록은 쌓이기 시작했고, 한 달 두 달 지나 반년의 데이터가 생겼을 무렵 식사일지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내 몸 사용 설명서

 

여름 한 달간 각종 잔병치레를 했을 때였다. 일주 단위로 새로운 질병이 추가되는데 병원에 가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몸 상태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 데이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전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확인해 보니 지난 달과 이번 달의 나는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이 달라져 있었다.


작은 차이인 줄 알았는데 하나씩 뜯어보니 수정할 부분이 보였다. 특히 정신적으로 피로함이나 불안감이 있을 때도 먹거리와 생활 습관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긴장도가 높은 날에는 그 주의 카페인 섭취량이 높은 경우가 많았고, 식사도 라면이나 마라탕, 햄버거 등 밀가루 베이스에 자극적이어서 빠르게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많았다.

역류성 식도염에 걸렸을 때도 식사일지는 원인 파악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는데, 식사를 아무리 건강식으로 했더라도 식후 바로 커피를 마시거나 나쁜 자세로 있었다면 재발할 확률이 높았다. 식도염에는 커피가 최악이라 하여 일주일이 넘도록 커피를 마시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차도가 생긴 것 같아 조금씩 커피를 마셨는데, 바닐라 라떼를 마신 날 다시 재발하여 고생한 기억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반 원두커피보다 당이 들어간 카페인이 위산 역류를 몇 배나 촉진한다고 하더라.

 
 
혼자의 삶,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까?

 
식사 일지를 쓰면서 이번 연도에 내 삶에 큰 변화가 또 한 가지 있었다면, 생활환경이 변한 것이다. 서울로 오게 되면서 자취하게 되었고 이젠 나를 제외한 누군가의 식습관에 영향받지 않게 된 것. 내 식사는 오로지 나의 것이었다.

자취 초반에는 건강하게 먹는 것과 더불어 식비를 아끼기 위해 외식이나 배달 음식의 비율을 대폭 줄이고 평일 식사는 직접 만들어 먹어보기로 했다. 사실 밖에서 사 먹는 1인분의 양이 내 식사량보다 많기도 했고, 가격에 비해 식사의 질도 좋지 않았기에 소화가 잘되면서도 적정한 양을 만들어 먹고 싶었다.
 
 

[700]KakaoTalk_20231124_182824463_06.jpg

 
 
주말마다 장을 봐오고 장보기 리스트에서 채소의 비율을 높였다. 버섯이나 브로콜리, 쌈 채소와 생선 등을 사서 미리 적당히 조리해 두고 아침, 저녁마다 데워먹었다. 초반에는 요리하는 과정 또한 즐기며 스스로 국이나 찌개를 끓여 먹는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이후 바쁜 삶이 지속되자 가장 먼저 손을 놓는 것은 끼니였다.

자연히 편의점 도시락이나 라면, 레토르트 식품, 가공된 국 등을 사 먹는 일이 늘어났다. 식사일지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라면을 일주일에 한 번만 먹는다는 규칙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요리를 할 시간이 없어지면 라면을 첫 번째 대안으로 생각하여 자주 먹게 됐다.
 
 

[700]KakaoTalk_20231124_182824463_08.jpg

 
 
건강에 대해 잊어버린 지는 오래,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면 그만인 것이 되었다. 알게 모르게 건강상 변화가 일어났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한 달에 한 번은 병원을 들락날락하면서 몸을 챙기지 않은 대가를 받기 시작했다. 식사일지도 소홀해졌다. 목표한 바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으니 들여다보기 싫어진 것이다.

그렇게 순탄하던 나의 2023 식사일지 작성은 위기를 맞았다.
 
 
- 2편에서 계속

 

 

[김예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