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랑 키스할래? - 세르주 블로크展, KISS

내 키스는 좀 특별해
글 입력 2023.11.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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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다들 싸우지 말고 키스 - !


 

전시의 타이틀이 키스(Kiss)다.

 

키스라 하니 자연스럽게 에로스가 떠올랐다. 그러나 세르주 블로크는 입술이 맞닿는 키스를 말한건 아니었다.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키스를 말했다.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을 넘어, 인류를 향한 키스. 온 인류와 범애적 사랑으로 키스하기를 바랐다.


사랑이 넘치는 세르주 블로크. 왠지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을 것만 같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와 독일의 잦은 전쟁이 일어난 지역, 콜마르에서 태어났다. 오죽하면 한 세기 동안 국적이 4번이나 바뀌었을까?

 

하지만 그는 애석하게도 세상과 숨바꼭질을 해야만 했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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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어. 누군가의 명령으로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게 정말 이상하지 않아?] - 세르주 블로크

 

 


웃기시네



무의식은 의식의 반대편에 있다고 했던가.

 

세르주 블로크의 진짜 모습은 따로 있었다. 실은 그는 유머를 사랑하는 휴머니스트였다. 어떻게 유머를 표현하느냐고? 일단 그는 최대한 단순한 선을 그린다. 그리고 선이 조금도 무거워질세라, 가벼운 농담을 얹는다. 마치 복잡한 세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또한, 그는 현실의 물건을 이용한다. 코르크 마개, 오렌지, 심지어 뚫어뻥(?)마저 그의 작품이 된다. 익숙한 물건에 대고 단순한 선을 그린다. 그러면 짠 - 하고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한다. 그의 선은 판을 뒤집는 힘이 있다. 단순함 속 역발상이다.

 

익숙한 물건에 선을 덧대어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다. 이렇듯 세르즈 블로크는 믹스(Mix)의 귀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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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항우울제



선과 글을 서로 닮았다. 둘다 내면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내 안의 무언가를 끄집어내게 만든다. 일단 꺼내면 해소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세르주 블로크도 마찬가지였다. 꼬불거리는 선을 그리며 평화를 찾았다. 엉킨 실타래를 따라가며 정답을 발견했다.

 

[선은 오래된 치료제와 같습니다. 매일 복용하면서 20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었음은 분명합니다.] - 세르주 블로크

 

선을 향한 그의 사랑은 책<어느 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를 보면 알 수 있다.

 

세르주 블로크는 선을 '오래된 동반자'라고 칭한다. 선과 함께 성장하고, 꿈을 꿨다고. 때때로 그는 선과 자주 다투었다. 영락없는 동반자와의 삶이었다. 그의 삶에서 선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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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대체 무엇이길래, 찬사를 아끼지 않는 걸까?

 

고작 선 하나라고 얕잡아 봐선 안 된다. 선은 내면을 수양하게 하기 때문이다. 손에 쥐고 있는 힘, 선의 농도, 선을 향한 진심. 이 모든 것들이 선 안에 담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보는 이들에게 훤히 까발려진다.


그렇기에 선 하나에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해 보여도 실은 단순한 게 아니다. 원래 쉬워 보이는 게 가장 어려운 법이니까. 세르주 블로크도 자신의 선에 유머와 통찰, 사랑을 담기까지 평생이 걸렸다. 선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인격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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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끝이 아니다.  끈을 따라가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인생은 결말이 아닌 '여정'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놀랍게도 여기서 50세는 아직 정오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끈이 많이 풀렸다고 한탄한다. 기껏해야 청년의 때일 뿐인데도. 아직 한낮조차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는다. 노을진 오후, 어스름한 저녁은 보지도 못한 채.


그러니 세르주 블로크처럼 웃으며 여정을 떠나자. 자신에게 주어진 끈에 감사하면서. 끈이 만드는 절경을 놓치지 않으면서.

 

 

[한대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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