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평범함 그 근처면 충분해 : CK ON STAGE ‘넥스트 투 노멀’ [공연]

글 입력 2023.11.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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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 온 스테이지_포스터 1.jpg

 

시간 때문에, 혹은 돈 때문에, 보고 싶은 뮤지컬을 죄다 볼 수는 없었기에 그동안 놓치는 뮤지컬들이 조금 많았다. 2022년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던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도 마찬가지였다. 꽤 오랜만에 돌아온 뮤지컬이었는데 아쉬움이 컸다. 그렇게 2024년에 돌아올 <넥스트 투 노멀>을 기다리던 중,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주관하는 <넥스트 투 노멀>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본래 라이선스는 중극장 규모로 진행하여 한예극장이라는 소극장에서 어떻게 상연될지가 가장 궁금했다. 하지만 오히려 가정집을 보는 것 같은 아늑한 세트가 <넥스트 투 노멀> 속 ‘굿맨’ 가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하였다. 기존 라이선스 극과 비교해볼 기회는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이 공연도 현재 진행하는 다양한 상업 뮤지컬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연출도,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하였다. 대학생들이 진행하는 공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제 작품으로 들어가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CK온 스테이지 넥스트 투 노멀 포토콜2.JPG

 

 

다정한 엄마 ‘다이내나’, 유쾌한 아빠 ‘댄’, 똑똑한 딸 ‘나탈리’, 착한 아들 ‘게이브’. 그렇게 형성되는 평범한 굿맨 가. 하지만 그 ‘평범한’ 굿맨 가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치 펑크가 난 타이어를 붙잡고 애써 돌아가는 자동차 같았다.


그 이질감은 작품 초반에서 군데군데 드러난다. 과거에 멈춰 있는 달력, 털털한 척 서슴없이 서로 섹스 얘기를 꺼내는 가족, 급하게 만들어지는 아침 식사. 그리고 각각의 가족 일원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격 안에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비밀을.


그중 굿맨 가를 둘러싼 가장 큰 비밀이 생일 초를 꽂은 케이크와 함께 공개된다. 게이브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나탈리가 태어나기도 전, 아주 어릴 적에 이미 죽었다. 그로 인해 다이애나는 게이브의 환상을 보며 그가 여전히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댄은 그 환상을 애써 부정하며 다이애나의 우울증 치료를 돕고, 나탈리는 그런 부모 사이에서 자신은 보지도 못한 오빠의 존재에 괴로워한다.


그렇게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곪아 있는 굿맨 가. 그러나 계속 평범함을 추구하고, 평범함을 가장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평범함을 향해 갈수록 그와는 멀어지고 있었다. 계속 무언가가 뒤틀어지고 꼬이는 기분이었다. 약물 치료를 끊은 다이애나는 어느 순간 멀쩡해 보이다가 갑자기 자살 시도를 하고, 게이브를 잊기 위해 전기 충격 치료를 해도 결국 기억이 다시 돌아와 절망한다.


한편, 연주회에 오지 않은 부모에 불안해하던 나탈리는 결국 자신이 치려던 클래식 곡을 망쳐버리고 만다. 그렇게 패닉이 온 나탈리는 이런 얘기를 꺼낸다.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그, 제 말씀은...클래식의 문제가 뭔지 아세요? 너무 딱딱하고 틀에 박혀 있죠. 거기에는 어떠한 즉흥도 용납이 안돼요. 악보대로만 연주해야 되잖아요!

 

평범함이라는 틀. 왜 굿맨 가는 그것에 집착하는가? 아니, 그것에 집착해야 하는가? 이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물어보아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하다’는 것은 애초에 누가 정의하는가? 이미 평범함이라는 한 점에서 한참 벗어난 우리 모두를 왜 자꾸만 한 점에 수렴시키려고 하는가?


결국 굿맨 가는 평범함을 위해 자신의 흠과 아픔이었던 ‘게이브’를 외면하고 감추던 것을 포기하고, 그것을 차라리 인정하고 함께 안고 가기를 택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평범해 보이지만 경직되어 있던 이전 굿맨 가의 모습보다 더 자연스럽고 후련해 보였다.


평범함 그 근처(next to normal)라도 원했던 굿맨 가였지만, 오히려 가장(假裝)으로 가득한 평범함에 다가가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굳이 그곳에 더 다가갈 필요 없이, 그저 그 근처에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은가.


클래식 곡을 망친 나탈리가 즉흥적으로 치게 되는 재즈곡처럼, 모두가 그렇게 그저 평범함 그 근처에만 서 있다면, 평범함이라는 정의는 어쩌면 달라질지도 모른다. 평범함을 향해 가는 과정 속 ‘next to normal’이 아닌, 평범함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과정 속 ‘next to normal’이 되기를 바라며.


CK ON STAGE의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었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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