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 속 찰나의 행복한 순간들 [사람]

글 입력 2023.10.28 14: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한 때 스트레스 관리가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요즘엔 취약점이 되었고 그 결과 만성 두통이 생겨버렸다.

 

나름 슬기롭게 여러 감정들을 흘려보내던 예전을 떠올리며 나의 하루 중 언제 약간의 행복을 느끼는지, 그리고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언젠가 다시 적당히 스트레스를 안아가는 방법을 알기 바라며.

 

 

 

나이스 타이밍


 

통근이 완벽하게 이뤄질 때 행복하다.

 

하루 중 대중교통에 몸을 싣고 있는 시간이 3시간이 넘는 나는 지하철과 버스 도착예정시간에 웃기도 짜증을 속으로 삭히기도 한다. 1호선과 2호선 환승을 완벽하게 해냈을 때, 내가 서 있는 자리 앞에 앉아있는 승객이 일어날 때, 지하철 출구로 나 왔을 때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서 있을 때 행복하다.

 

행복이라는 멋진 단어를 이 상황에 써도 되는지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하루에 느끼는 감정 중 몇 안 되는 좋은 감정이기에 행복하다는 단어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괜찮은 나


  

부기가 빠지고 몸이 안정된 순간을 좋아한다.

 

사실 운동을 안 한 지 오래되어 몸의 부기가 오를 대로 올랐다. 부기가 저녁엔 빠진다는 사람들의 말이나 호박 차가 부기 완화에 탁월하다는 후기를 들을 때, 자신의 붓기를 어떻게 체크하는지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건지, 건강이 안 좋아진 건지 모르겠지만 몸으로 깨닫고 있다.

 

 

IMG_9727.jpg

 

 

내 몸 상태의 오르내림이 심하다는 것, 종아리와 어깨가 단단 이 뭉쳐 제 기능을 못 하는 것 모두 느끼고 있다.

 

그런 상황에 오랜만에 운동을 하거나, 유독 컨디션이 괜찮은 날일 때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진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하다는 진부한 말을 또 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 조금이라도 나아 보일 때 자기만 아는 미묘한 차이에 만족해한다.

 

 

 

보들보들


 

피부 상태가 좋을 때 행복하다.

 

나는 하얗고 뽀얀 보들보들한 피부를 좋아한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바디용 얼굴용 따로 정해두지 않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요즘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다.

 

유튜브를 열심히 찾아보며 필수 성분을 정해놓고 이를 채울 수 있는 기초 피부 제품을 사는 데 열정을 쏟기 시작했다. 여러 정보를 찾아보면서 열심히 챙겨주는 만큼 챙겨주니 트러블이 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효과가 보이니 정직한 뿌듯함을 느낀다.

 

최근엔 에스테틱에서 관리를 받아보았다. 효과가 뚜렷이 비포 애프터 상대적으로 느껴지니 사람들이 꾸준히 에스테틱샵에 가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비용보다 체감하는 만족도가 크고 기분이 좋아졌다.

 

이유를 따져보면 사실 그저 뽀도독 보들보들해진 피부 때문인데, 이 불충분한 이유로도 충분히 기뻐하는 나 자신이 어이가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사소한 이유 덕분에 느끼는 행복과 만족이 하루를 잘 정리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주기에 따라 망가지는 피부를 보며 속상할 때도 있지만, 불평보다 이만하면 됐다고 만족하는 나로서 이 짧은 행복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바람이다.

 

 

 

뿌듯함



나는 성취욕이 크다. 그래서 무언가 계획한 것을 이뤄낼 때의 뿌듯함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취미로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 제작, 가죽공예를 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명확한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다. 입력과 출력이 정확해야 하는 로봇과 같아 들인 시간만큼 성취되지 않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취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IMG_9716.jpg

 

 

요즘 성취는 솔직히 없다. 업무에서 뿌듯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출물을 잘 만들어 내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은 욕구는 하늘을 찌르는데, 그를 실현해 낼 나의 역량은 그 근처도 가지 못한다. 참 뼈아픈 자기 객관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젠가 성취욕을 직장에서도 느끼고 싶다.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정리했으니, 다음부턴 꼭 잘 해내야 한다.

 

요즘 보내는 하루하루가 마냥 힘든 일상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기 위해 돌아보니 나름 아침 점심 저녁 괜찮은 순간들을 조금이라고 보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쪼개진 찰나의 순간들을 모아 스스로 감정 관리를 잘 해내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는 거라고 믿는다.

 

 

[이수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