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락도 락이다

악마도 프라다를 입지롱
글 입력 2023.10.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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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입사하기 위한 최종 단계이다. 당신은 당신을 압박하는 여러 면접관 앞에 식은땀을 흘리며 앉아 있다.

 

한 면접관이 질문한다. '번 아웃이 온 적이 있나요?'

 

어떤 대답을 하고 싶으신가?


여러 책이나 자료를 보다 보면, 저런 질문에 '본인의 회복 탄력성을 어필할 수 있는 대답을 하라'라는 조언이 많이 보인다. 회복탄력성이라,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은 아니라 그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극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어떠한 사건으로부터 좌절을 겪었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시간이 짧아질 때 사람들은 '회복탄력성이 좋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탄력적으로 회복한다. 그것이 극복의 효율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쉽게 말하자면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는' 능력을 이르는 말이라고 이해해도 될까?


위에서 아래로 죽 그어진 선이 있고, 나는 좌절 당해 누워 있다. 누운 나와 세로형의 선은 수직을 이룬다. 나의 머리는 가로를 향해 가는데, 내 원래의 인생, 또는 계획이었던 선은 끊임없이 위를 향한다. 그럼 나는 일어서야 한다. 내 머리가 가는 방향을 내 인생에 일치시켜야 한다.


의미가 있는 걸까,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이. 탄력적으로 일어나려면 허리 힘을 길러야지, 의지력을 돋울 필요는 없다.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은 인생에 있어 가장 지양해야 한다. 그것을 가까이하는 순간, 나는 정해진 것 외에 그 어떠한 방향으로도 전환할 수 없다.

 

회사에서 원하는 것은 성실함과 책임감이기에 '회복탄력성'이라는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맞는 말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원래로 돌아가기보단 새로운 관점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가치관도 중요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스틸2.jpeg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극중 앤 해서웨이 배역의 앤디 삭스라는 캐릭터는 응원하는 캐릭터였다.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 입사했지만 앤디에게 있어 그 잡지사의 방향성은 너무나도 생소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고, 정체성의 혼란 속 결국 본인이 갈 길을 스스로 정했다.


누군가는 최고의 잡지사, 최고라고 인정받는 상사라는 타이틀 아래, 앤디와 같은 상황 안에서 죽을 둥 살 둥 노력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영화 안에도 앞의 설명과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긴 한다. 그러나 그는 그가 동경하는 가치가 그 사회 안에 있으므로 굳이 예시로 들진 않겠다.- 앤디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누군가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부터가 믿었다,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항상 자기의 최선을 믿고, 그것의 한계가 왔을 때 번아웃을 겪더라도.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일어서며 방향성을 잃는 것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 내가 앤디를 응원했던 이유였고, 그 영화를 사랑하게 된 요인이다. 어쩌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만드는 데 일조했을지도 모르겠다.


엎어졌을 때 벌떡 일어서지 않고 실행하는 낮은 포복이 언젠가는 더 큰 반등을 낳는다.

 

그렇다고 믿고 싶다.

 

 

[유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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