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림의 시작은 관찰로부터 - 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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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지만..., 학창 시절부터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경외감이 들 정도이다.
어떻게 한 번 보고도 저렇게 슉슉 그려낼 수 있을까?
이제는 포기할 때도 되었는데, 포기가 안 되나 보다. 그림, 드로잉과 관련된 콘텐츠만 보면 자동적으로 손이 가는 미련한 사람! 오늘 소개할 책 <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역시, 그 맥락에서 펼쳐보았다.
책을 읽기 전, 다양한 동물 드로잉에 대한 소개가 메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목부터 동물 스케치 마스터이니까.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생물 도감'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책을 잘못 선택한 것일까?
책의 서문으로 돌아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깨알같이 적혀 있는 글들을 읽어내리다, 그제야 책의 제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그려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관찰'이다. 심지어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보다 앞서 필요한 것은 자신이 그릴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관절의 움직임까지, 하나하나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자는 심지어 동물 그림을 그릴 때, 다른 작가들의 그림까지 참고했다고 한다.
따라서 책 <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의 내부는 아래와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 한 면의 그림만으로도 '생물 도감'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달랑 펭귄이라는 두 글자의 타이틀이 허전해 보일 정도로 깨알 같은 설명들. 자세히 읽어보면 펭귄의 생물학적인 구조와 특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당신이 그리고자 하는 펭귄이 어떤 동물인가에 대한 설명에 이리도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적을 알아야 승리한다는 말이 있다. 스포츠 경기를 치르기 전 상대의 플레이를 분석하는 것처럼, 그림을 그릴 때에도 내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그리고자 한다면, 머릿속의 이미지만으로 충분하다. 내가 보고 남이 봐도 펭귄 다운 펭귄을 그리고자 한다면,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펭귄의 주요한 속성들을 제대로 표현해 주어야 한다.
관찰이 마무리되면, 그제야 그리기에 돌입한다. 그리기에 대한 설명은 아주 간단하게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뭐든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는 법! 실제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몇 가닥 선을 쓱쓱 그리는 것 같은데 작품이 탄생하지 않는가? 저자 역시 선과 원 등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활용해 원근감과 리듬감 등 역동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아래 '날개'를 그리는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날개를 자세히 보면 결국 다양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과 선의 조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여러 선을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어야 한다.
혹 선은 그냥 연필을 쭉 그으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선을 그어보라고 하면 삐뚤빼뚤 쉽지 않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는다. 무엇이든 연습은 필수라는 점!
책 <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쉽지만, 또 한편으로는 참 어렵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머리로는 다 이해하는 데 그것을 실천하기까지가 어려운 마음과 같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며, 조금은 슬픈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모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러니 선을 그려봐야겠다. 긴 선과 짧은 선, 굵은 선과 얇은 선, 직선과 곡선 등을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게 되고 다시 책 <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을 읽는다면, 뭔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품어본다.
[김규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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