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네가 4시에 하원한다면, 나는 3시부터 우울해질 거야 -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글 입력 2023.10.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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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진짜 내가 왜 울었는지 몰라. 엄마는 아이의 모든 게 다 예뻐서, 땀 냄새도, 발 냄새도, 심지어 변 냄새까지 예쁘다던데. 난 왜 변이 묻은 물티슈를 손에 들고 울고 있지. 어떻게 이렇게 예쁜데 이렇게나 미울 수가 있을까.


난 엄마가 아니다. 엄마만큼 뭔가를 해낸 적도 없다. 하지만 내겐 나이 터울이 많이 나는 어린 동생이 있었고 나는 그 애가 예뻤고 엄마가 소중했다. 아마 난 그때 우울증이 있었을 것이다.

 

그날 나는 주저앉아 울었고 동생들은 당혹스러워했다. 난 엄마가 아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왜 우는지보다, 울 자격이 있는지 좀 따져보았던 것 같다. 난 엄마만큼 뭘 하지 않았잖아. 하지만 분명한 건 난 엄마와 돌봄노동을 어느 정도는 나누고 있었다는 것이다.


 

"네가 4시에 하원한다면, 나는 3시부터 우울해질 거야."

 

하원 시간이 다가올수록 침울해지고 1분 1초가 지나가는 것이 아까웠다. 왜 사랑하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이토록 두렵고 침울할까. (46쪽)

 

  

나는 이 부분을 읽다 조금 웃었다. 이 마음을 안다.

 

"네가 4시에 하원한다면, 나는 3시부터 우울해질 거야." 이 단 한마디가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하원시간이 이르면 이를수록 울적해지는 마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1시 전후로 끝날 텐데 그땐 어떡하지 싶었던 불안감. 쉬는 날과 방학이 누구보다 두렵던 마음. 이런 내가 싫었던 기분.


내가 이 책을 읽고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누군가를 돌본 경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른 때였다면 엄마를 이해해 보고자 책을 골랐겠지만, 이 책을 고른 데는 순전히 나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울었고,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이 경험이 참 이상하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때 날 울렸던 건 뭐였을까. 숨을 쉬려고 새벽에 나가는 엄마를 대신해 잠을 설쳐가며 젖병을 물리던 기억? 뻐근한 어깨 위에 아기의 고개를 기대게 하고 자장가를 부르며 마루를 걷던 시간? 악을 쓰며 숨이 넘어가도록 우는 아기를 달랠 방법을 도무지 찾지 못했던 것? 쉬고 싶은데 도무지 오지 않는 양육자를 기다리던 시간?

 

나는 내 보호자 중 누구를 탓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가 뭔가를 많이 부담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때 누군가는 돌봄의 부담을 나눠야 했고 그걸 나눠 들지 않을 수 있던 누군가도 있었다는 사실. 그것은 나를 치받게 했고 이를 악물게 했고 무언가를 던지고 싶게 했다.

 

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절실했던 것 같다. 내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내 약하고 무름을 미워하지 않아 줄 누군가를. 언어가 필요했다. 내 아픔을 표현할 방법. 하지만 그때 나는 울고 속을 쥐어뜯는 게 전부였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쓴 저자 하미나는 정신의학 교과서에서 남성의 우울은 여성의 것과 달리 호르몬보다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설명된다고 밝힌다. 남성의 몸은 의학에서 표준이 되기 때문에, 병리적 상태의 원인은 그의 ‘정상’적인 몸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서 찾아진다. 이에 반해 여성의 고통은 ‘원래 그렇게 태어나서’로 설명된다.


우리나라 출산 여성의 52.6퍼센트가 평균 134.6일 동안 산후우울감을 겪는다는 통계(2021년 보건복지부)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의 우울은 특히 외면되었다. 그들이 우울을 고백하기 더 어려운 것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모성 신화의 영향이 크다. ‘엄마는 위대하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이겨낸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 같은.

 

그러나 정말 엄마가 위대하고, 신이라면, 왜 엄마들은 ‘엄마’임을 밝히면 전문성을 의심받게 되는 걸까? 한국 사회에서 엄마들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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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은 한국에서 기혼 유자녀 여성으로, 엄마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은 개인적인 고백을 넘어 동시대 기혼 유자녀 여성들의 삶을 오간다.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 ‘엄마’의 위치성을, 정신질환, 돌봄노동, 섹스 문제, 자녀의 사교육, 경력 단절, 경제적 생산력 등 다각도에서 다룬다.

 

 

‘본다’는 건 눈이라는 신체 기관만 동원되는 일이 아니었다. 온몸, 온 감각, 느낌을 동원해 상대방에게 이해와 공감을 쏟아야만 수행할 수 있는 종합적인 일이었다. 돌봄은 침묵을 허용하지 않는다. 상대의 요구,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 속에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돌봄 노동자는 언제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66쪽)

 

 

어느 밤, 숨죽여 우는 엄마를 본 기억이 난다. 평소라면 왜 우냐고 물어봤을 어린 나는 그저 눈을 내리감고 자는 척했다. 네 아이를 길러낸 엄마의 마음과 고통을 영영 이해할 순 없을 것이다. 이 에세이를 쓴 저자의 마음도, 수많은 세상 엄마의 마음 역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홀로 고통을 삭이며 숨죽여 울던 밤을 안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 위로가 되리라 확신한다. 나는 이 책이 쓰인 게 참 기뻤다. 어느 밤에 울던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이 책은 분명 따스한 다독임이 되리라.


강하지 않아도, 연약한 나로, 우리로, 태어난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나는 이 에세이를 읽는다. 우리는 계속 목소리를 내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가 곁에 있고, 누군가가 곁에 있음을 알 수 있도록, 서로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며 함께 우리가 우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책은 그 걸음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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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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