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둠 속을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것 _ 동행 [음악]

동행: 같이 길을 감, 같이 길을 가는 사람.
글 입력 2023.10.1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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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삶은 변화무쌍한 날씨와 같아서 어느 날은 맑고, 어느 날은 비가 온다. 마음에 비가 내릴 때 대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쏟아지는 비를 황급히 피해 어느 작은 동굴 속으로 웅크리고 들어가서 음악을 듣는다. 그러다 보면 또 날이 개곤 했다. 옷이 마를 동안 항상 나와 함께해 준 모닥불, 김동률의 동행.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꼭 잡은 두 손이 나의 어깨가 네 안의 아픔을 다 덜어내진 못해도 침묵이 부끄러워 부르는 이 노래로 잠시 너를 쉬게 할 수 있다면 너의 슬픔이 잊혀지는 게 지켜만 보기에는 내가 너무 아파서 혼자서 씩씩한 척 견디려는 널 위해 난 뭘 할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벽이 가늠이 안될 만큼 아득하게 높아도 둘이서 함께라면 오를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내일은 조금 더 나을 거라고 나 역시 자신 있게 말해줄 순 없어도 우리가 함께 하는 오늘이 또 모이면 언젠가는 넘어설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길이 끝없이 뒤엉켜진 미로일지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닿을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언젠가 무엇이 우릴 또 멈추게 하고 가던 길 되돌아서 헤매이게 하여도 묵묵히 함께 하는 마음이 다 모이면 언젠가는 다다를 수 있을까

 

- 김동률의 동행中

 

 

가사 속 화자는 계속 힘든 상대방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화자는 답을 찾지 못하고, 끝까지 질문을 던지지만, 상대의 아픔을 안쓰러워하고, 무엇을 해줄 수 있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마음이 참 어여뻤다.

 

이 노래를 가장 많이 들은 시기는 대학교 입시를 준비할 때이다. 답을 정확히 구할 수 있는 수학 문제를 좋아하던 나에게 입시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제였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을 때가 제일 힘들었는데, 이때는 마음에 먹구름이 낀 듯 먹먹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던 루틴이 있었는데, 방의 불을 다 끈 다음 시디플레이어에 동행을 재생시키고 눈을 감고 이 노래를 듣는 것이었다. 눈을 감으니까, 모든 감각이 청력에 집중되는 느낌이었다. 가사가 하나하나 더 잘 들렸고, 신기하게도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어 일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일면식이 없는 누군가에게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다. 뱉어진 가사는 음에 실려 낮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의 옆에서 항상 응원하고 있다고 속삭이듯 들어왔다. 개인의 문제는 누군가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잔뜩 엉켜버린 매듭은 매듭을 지은 사람많이 풀 수 있다. 내가 힘들다고 한없이 주저 앉아 있다면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나를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은 존재만으로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익숙함에 잊고 있었던 나를 응원해주던 친구들과 가족들이 많이 생각났고 고마웠다.

 

어떠한 순간에는 그러한 응원들마저 희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힘든 감정이 짙어져서 다른 것들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믿고 의지했던 상대와 멀어지게 되어 그 응원이 더이상 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후자의 경우 멀어진 상대와 어떻게 관계가 끝났든 간에, 나와 상대방이 나누었던 감정들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내가 걷는 길이 아무도 없는 사막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그 길의 중심에는 내가 버티고 서있다.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나를 믿고 응원해 주다 보면 또 좋은 동행을 만나고, 오아시스가 보일 것이다.

 

 

 

 

일반 음원만큼이나 자주 듣던 것은 ‘음악 에세이, 나레이션 버전’이다. 김동률은 동행 앨범을 낸 후 김동률의 동행, 음악을 읽다'라는 음악 에세이 연재를 시작했는데, 강세형 작가가 곡의 제목에 맞게 글을 쓰고 김동률과 그의 지인들이 읽는 방식으로 연재가 진행되었다. 동행은 김동률이 직접 나레이션을 진행했다.

 

 

이 시대의 아픔을 이렇게 잘 쓰는 작가가 있는데 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걸까 글의 힘이란게 과연 있긴 한걸까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한없이 무력해질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들또한 아무 소용없는, 아무 의미없는 혼잣말은 아닐까 그럼에도 왜 많은 사람들은 또 글을 쓸까.


음악의 힘이란게 있긴 한건지,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는 시대에 나처럼 음악을 한다는 것이 과연 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때마다 나는 꽤 오래전 내 친구가 했던 말을 다시 꺼내보곤 한다. 가만히 내 곁에 오랫동안 있어달라던 친구의 말. 나는 그 누구에게든 모든 것이 될 순 없다. 내가 그 어떤 문제든 해결할수또한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또한 분명 있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한다. 뜨겁게는 아닐지라도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나는 당신과 함께이고 싶다.

 

- 김동률의 동행, 음악을 읽다 - 동행 (글: 강세형, Na: 김동률)中

 

 

처음은 힘들 때 그저 가만히 옆에 있어 달라는 친구에게 서운해하는 화자의 고민과 함께 시작된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도와주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 애탄 화자였지만, 나중에는 오랜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함께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고, 그 친구의 진심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고민이 뒤를 잇는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시기에 글을 쓰고, 음악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괴로워한다. 하지만, 화자는 가만히 오랫동안 있어 달라던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힘을 낸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 뜨겁게는 아닐지라도 지치지 않고 그 일을 하며 세상에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고자 한다는 굳은 다짐을 내보인다. 이렇게 한 편의 이야기가 Inst와 함께 전달되고, 내레이터가 마지막 문단을 읽을 때쯤, 전주의 나팔 소리가 허공에 울리며 노래가 시작된다. 앞선 이야기들을 듣고, 노래를 듣다 보면 색다른 감정으로 앞선 이야기와 연장되는 하나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내가 이 노래에 왜 위로받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결국에는 사람의 마음 때문인 것 같다. 가수가 하고자 하는 말이, 사람들의 행복을 비는 마음이 느껴져서 나를 따뜻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오늘 힘든 하루를 보낸 당신에게, 나도 당신을 모르고, 당신도 나를 모르지만, 그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있는 힘껏 이 글에 실어본다.

 

 

[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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