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책에서 배운 다정함,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도서]

나에게 친절하고 싶은 당신에게
글 입력 2023.10.1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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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도서]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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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그림책의 본질은 '다정함'이다.

그림책을 만나는 것은, 당신이 스스로에게 베푸는 최고의 친절이다.

 

 

대학에 다닐 때, 국가 근로 학생으로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옆, 주택가에 위치해 어린이나 학부모 이용객들이 월등히 많았던 도서관이었다.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의 한 층은 모두 어린이 도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책을 정리하면서 어릴 적 재미있게 읽은 그림책을 반가운 마음으로 발견하기도 하고 독특한 삽화나 제목을 지닌 그림책이 있으면 한 번씩 표지를 들춰 읽어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추억 때문일까. 제목을 보자마자 궁금하고, 읽고 싶어졌던 책이었던 것 같다.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은 그림책에 매료된 네 명의 그림책 전문가 이상희, 최현미, 한미화, 김지은 저자가 함께 쓴 책이다. 13년째 그림책을 읽고 권하는 저자들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그림책의 세계를 소개해 준 이들이다.

 

2016년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으로 그림책의 매력을 안내했던 저자들은 이번엔 그림책의 다정함을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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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다정한 기억을 담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1. 나에겐 소중한 기억이 있어 에서는 [폭풍이 지나가고]라는 그림책이 기억에 남았다.

 

영문을 알 수 없는 폭풍 때문에 가족들은 집에 갇히게 된다. 가깝지만 가장 먼 사이가 가족이라고 했던가. 책 속의 가족은 사소한 이유로도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기 시작한다. 싸움에 지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 자기 방에 흩어져 자기 방에 틀어박혀버린다.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던 가족들을 다시 모이게 한 것은 천둥과 번개로 인한 정전이었다. 깜깜해진 방 안에서 진솔하게 건네는 사과가 오고 간다. 마침내 폭풍은 끝이 나고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가족들의 사이도 훨씬 끈끈해진다.

 

평소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낯간지럽다는 이유로 틱틱대던 가족들에게 이젠 좀 더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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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의 다정함을 담은 2. 내 곁에 다정함이 살고있어요 에서는 '인류애'라는 단어가 많이 떠올랐다.

 

소개된 그림책들 중 [다정한 사람들은 어디에나]의 글귀를 읽을 때는 괜스레 코 끝이 찡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해외여행을 앞둔 십대 소년을 위해 70대 후반의 민권운동가 앨리스 워커가 써준 시 한 편으로 탄생한 이 그림책은 두려움과 불안함을 다정하게 달래주는 책이다.

 

제목처럼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어디든지 꼭 한 명은 있다고 말하는 책 덕분에 소년의 두려웠던 여행은 즐거운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해외여행이 크게 두렵지는 않지만 종종 '세상이 왜 이러지?'라는 물음을 갖는 나 같은 독자에겐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고 따스하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그림책 속에는 전 세계 곳곳의 특징들을 세세하게 담아냈다고 하니 각국의 풍경을 담아낸 삽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실물을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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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를 믿고 뭐든 해봐에는 조금 익숙한 이름이 등장했다. 바로 요시타케 신스케인데 앞서 말한 도서관에서 근무할 때 사서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작가이다.

 

[이게 정말 천국일까], [더우면 벗으면 되지]와 같은 책들을 읽으면서 귀여운 그림과 단순한 문장 속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유쾌하게 담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알게 된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에는 간결한 문장에 다정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한 주인공에게 지혜로운 할머니는 '그것만 있을 리 없잖아'라고 말하며 손녀를 안심시킨다. 미래는 무시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질병이 유행하고 전쟁이 일어나고, 외계인이 쳐들어와 지구가 멸망 위기에 처할 수도 있지만 날마다 소시지를 먹게 될 수도 있고 로봇이 숙제를 해줄 수도 있다!

 

다정한 할머니의 한마디 덕분에 손녀는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게 되었고, 나도 같이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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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다정함을 전하는 책들을 소개한 마지막 장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책은 [나와 다른 너에게]였다.

 

이 책의 등장인물인 산토끼와 굴토끼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실제로 산토끼와 굴토끼는 생김새만 유사할 뿐 유전적으로는 별개의 종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생태 조건이나 행동이 다르다고 한다. 어딘가 비슷하지만 결코 같지는 않은 차이점 때문에 두 토끼 종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무리지어 생활하며 잘 달리지 못하는 굴토끼, 주로 혼자, 짝을 이뤄 생활하고 시속 70킬로미터까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산토끼. 상대방과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 인간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성별, 인종, 정치 성향 등으로 서로를 분리하고 배척하는 모습들, 나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거침없이 폭탄을 던지고 총구들 들이대는 장면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서로의 특성을 잘 이해할 때 두 토끼들은 천적인 늑대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도 각자가 지닌 고유함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다정한 모습을 갖길 바래본다.

 

 

다정한 사람들이 사라지면 안 돼.

다정한 사람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면

세상은 어둠에 휩싸일 거야. (p.75)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들은 다정함이란 한여름 뜨거운 태양이 아니라, 봄날 햇살이나 살랑거리는 바람과 같다고 말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그 '다정함'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다정함을 말하는 그림책들 덕분이기도 했지만 저자들의 섬세한 큐레이션과 따스한 어투가 책에 다정함을 한 스푼 더 더해준다.

 

쌀쌀해지고 있는 초가을, 따스한 봄바람 같은 다정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을 추천하고 싶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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