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화책으로 만나는 다정함 - 나에게 친절하고 싶은 당신에게,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글 입력 2023.10.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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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동화책을 읽은 게 언제였더라…. 내 기억이 맞다면 작년 상반기다. 당시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편지 쓰기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두 가지 동화책을 읽었다. 고작 두 권이었지만 오랜만에 읽은 동화로 어쩐지 색다른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는 집에도 동화책이 많았고, 학교에도 많아서 표지나 제목이 마음에 들면 정말 닥치지 않고 읽었다. 전래동화부터 외국동화, 한국동화까지 아주 다양했는데, 사실 전래동화나 유명한 작품 빼고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동화를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토마토 절대 안 먹어>나 <지각대장 존>, <프레드릭>,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정도가 있다.


<나는 토마토 절대 안 먹어>는 왜 읽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유명해서 읽었던 것 같다. 이 책 표지만 봐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각대장 존>도 아주 유명한 작품이다. 존이 학교를 자주 지각하는데, 그 이유들이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다. 선생님은 존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그것을 직접 겪게 되는…… 그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프레드릭>은 제목은 확실하게 기억나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 나지 않는다.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은 제목부터 그로테스크해서 읽었다. 당시에 적잖이 충격을 받으며 읽었는데, 저 시리즈가 다 저렇게 조금은 이상하고 신박하고 조금은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띄고 있다. 초록색 아이 트리혼인가? 그런 것도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동화책을 좋아하던 내가 언젠가부터 동화와 많이 멀어져 있었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동화의 동이 아이 동이라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왔던 걸까. 사실 그렇지 않은데……


동화는 짧고 그림도 많고 다소 다정하게 구성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주 읽는 소설이 어떠한 사회 문제를 지적하고, 바라보고, 시사하게 만든다면 그에 비해 동화는 따뜻하게 쓰인다고.

 

한때는 그게 유치하게 느껴졌다.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프로이트나 제목이 염세적으로 보이는 책들 많이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 자신이 그렇게 우스울 수 없다.(책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이 하찮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어쨌든 요즘은 내가 염세적이려 하지 않아도 세상의 춥고 아픈 이야기들, 걱정스러운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물론 지금의 나는 염세적이지 않다. 오히려 전보다 아주 긍정적이고 조금은 낙천적이게 변했다. 다만 예술을 하려는 사람으로서 바라보아야 하는 사회의 문제점들이나 인식해야 하는 주안점들이 염세적인 기운을 만들어 때로는 지나치게 아파올 때가 있는 법이었다.


<나에게 친절하고 싶은 당신에게,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은 그래서 읽게 되었다. 다정한 이야기들이 듣고 싶어서. 꿈꾸고 싶게 하는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어떤 문제를 지적하면서 나아지자고 하는 책들도 좋지만, 그저 다정하게 나아지자고 하는 책들이 그리웠다. 생각해보면 동화도 나름의 시련과 고통이 담기면서 다정함을 품고 있지만… 어쨌든 그렇다.


이 책은 이상희, 최현미, 한미화, 김지은 네 작가가 함께 집필했는데, 각 차시마다 테마를 정해 그와 관련된 동화를 다루고 있다. ‘나에겐 소중한 기억이 있어’, ‘내 곁에 다정함이 살고 있어요’, ‘나를 믿고 뭐든 해봐요’, ‘다정함을 만나러 가요'로 이어지고 마지막은 ‘너에게 다정하고 싶어’라며 타인에게까지 다정함을 전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20권이 넘는 수의 동화가 담겨 있어, 책을 찾아 읽지 않아도 많은 동화를 읽을 수 있다. 멀어져 있던 동화와 다시 친해지기 아주 좋은 책이다. 작가들이 책에 관한 이야기나 책 줄거리, 책에 담긴 이야기 등을 간단하게 이야기해줘서 읽는 데 어려움도 없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무얼 할 수 있을지 따위를 말이다. 그러면서 자책도 많이 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나를 돌보지는 않았다는 걸 얼마 전에 깨달았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일념 아래 지금의 나를 받아들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를 돌보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최근에 한 상황에서 이 책을 읽은 건 꽤나 좋은 선택이었고, 딱 맞는 타이밍이었다. 나에 대한 다정과 남에 대한 다정을 배워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둘 곳 없이 어떤 다정이 그리운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동화책의 매력이나 가치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유치하고 시시해보이는 짧은 동화책이 이토록 힘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잊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동화책이 꼭 어린이에게만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많이 읽히는 한 가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 만납니다. 그림책을 만나 삶이 달라졌다는 고백도 듣습니다. 그림책을 만나면 잊고 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림책을 글과 그림을 줄일 때까지 줄여 생긴 여백이 있습니다. 이 해석의 공간에서 나의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게다가 그림책은 분량이 많지 않아 꼭 필요한 이야기만 합니다. 함축적이지요. 낙오될까 두려운 불안감, 끝이 없는 증오심을 구구절절 필요낼 지면이 없습니다. 위험을 겪어도 종내 집으로 돌아오고 미워도 바로 화해하죠. 죽음 앞에서 우리가 오로지 사랑을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주어진 시간이 적을 때 우리의 말은 단순하고 정직해집니다. “너는 참 예쁘다”는 칭찬과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는 감사와 “많이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기에도 그림책의 시공간은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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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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