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느낀 배드민턴의 미 [운동/건강]

글 입력 2023.10.1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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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스포츠를 즐겨보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규모가 큰 스포츠 행사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챙겨보는 편이다. 공중파에서도 접할 수 있는 스포츠 경기여서인지, 혹은 간접적으로라도 고양되는 애국심을 느끼고 싶어서인지 그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러한 큰 경기들이 가져다주는 흥분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고양감뿐만 아니라 독특함 또한 안겨주었다. 올림픽에서는 구경하기 힘들었던 스포츠 종목들이 많았다. 이번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 곧 파리 올림픽에도 등장할 예정인 브레이킹, 그 외에도 보드게임, 롤러스케이트 등 ‘이것도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라고 생각할 만한 종목들이 등장하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승패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였다.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더라도, 자신의 기존 기록을 깨는 선수들도 많았다. 스포츠가 상대와의 승부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 한계를 스스로 도전하며 그것을 부수어 나가는 것 또한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하였다.


수많은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있었는데, 그중 배드민턴 종목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학교에서 수행평가를 위해 배드민턴을 할 때는 다소 지루하고 어려웠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지켜본 아시안게임의 배드민턴 경기는 상당히 박진감 넘쳤다. 셔틀콕을 아슬아슬하게 받아내며 점점 랠리가 길게 이어질 때 느껴지는 긴장감이 정말 짜릿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다양한 기술과 포즈로 셔틀콕을 받아내는 모습은 예술적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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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자 단식 경기 금메달의 주인공, 안세영 선수는 나에게 짜릿함을 넘어선 깊은 감동을 주었다. 배드민턴 세계 랭킹 1위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새로운 배드민턴 천재가 탄생하였구나, 라고 생각하였다. 실제 안세영 선수의 경기를 보면 ‘이런 샷도 받아칠 수 있다고?’라고 생각할 정도로 곡예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사람이 어떤 재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제때 발견하고 수많은 노력으로 갈고닦아야만 그 재능이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나이를 먹을수록 체감하게 된다. 안세영 선수도 그러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스포츠가 재능의 영역이 아예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번 아시안게임 경기는 안세영 선수의 강한 정신력과 각고의 노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안세영 선수는 특히 현 세계 랭킹 3위인 천위페이 선수와 꽤 질긴 인연을 보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32강에서 탈락,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8강에서 탈락하였는데 그 당시 상대 선수는 모두 천위페이였다. 그렇게 넘을 수 없는 벽일 것만 같았던 선수와 이번에는 여자 단체 결승, 여자 단식 결승에서 모두 만나게 되었다.


여자 단체 결승 1단식 경기는 말 그대로 안세영 선수의 ‘압도적인 우승’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분명 천위페이 선수도 상당히 공격에 강한 선수라고 생각하였지만, 안세영 선수의 수비도 정말 대단하였다. 이제는 안세영 선수가 커다란 장벽처럼 천위페이 선수의 셔틀콕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제 몸을 던져가며 셔틀콕을 다시 넘기고도 벌떡 일어나 그다음 샷을 또 받아내니,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며칠 뒤 안세영 선수는 여자 단식 결승에서 천위페이 선수와 다시 만난다. 하지만 경기를 이어가던 도중 1세트 후반부에서 무릎을 다치며 쉽사리 다리를 구부리기가 어려워 보였다. 무릎에 무리가 가는 스매싱 동작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1세트 경기는 안세영 선수가 이겼지만, 2세트에서는 천위페이 선수가 안세영 선수의 부상을 약점으로 파악한 듯 쉽게 이동할 수 없는 지점으로 셔틀콕을 계속 밀어 넣었다. 우리나라 국민으로서는 참으로 얄밉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선수로서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것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것 또한 스포츠맨십의 자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하지만 2세트 경기를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 선수인데 자칫 잘못해서 부상이 커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2세트만 이기면 우승이니 이번 세트만은 끝까지 이어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겠다는 마음에 공감하였으나 2세트에서 졌을 때는 이제 앞으로의 컨디션과 경기를 위해서라도 기권하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하지만 안세영 선수는 포기하지 않고 3세트를 이어 나간다. 그리고 놀랍게도 경기의 흐름은 반전된다. 2세트 동안 랠리를 길게 만들며 비등하게 경기 흐름을 이끌어간 덕이었다. 3세트에서도 쉽게 꺼지지 않는 체력은 안세영 선수의 장점 중 하나였고, 그것을 완벽하게 이용한 셈이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단어인 ‘빌드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던, 관중들까지도 완벽하게 속인 전략이었다.


3세트 초반에 안세영 선수가 연속으로 점수를 획득하며 단독으로 앞서나갈 때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걱정과 아쉬움이 놀라움과 기대감으로 변화하던 순간. 그렇게 안세영 선수는 반전시킨 경기를 끝까지 끌고 가며 마침내 금메달을 거머쥐게 된다. 경기가 끝난 후 잠시 눈물을 흘리다가도 주먹을 불끈 쥐고 함성을 지르는 모습에 울컥하였다. 금메달을 받을 때는 아직 어린아이 같은 해맑은 모습이 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안세영 선수의 모습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을 것이다.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며 끝까지 노력하는 것. 아주 극적이면서도 정석적인 스포츠맨십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교훈을 얻었다’는 댓글도 많이 보았다. 이렇듯 예기치 못한 순간에, 나이와 상관없이 어떤 큰 교훈과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 안세영 선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앞으로 더 큰 부상 없이 무사히 올림픽까지 나아가 안세영 선수의 빛나는 노력이 더욱 널리 알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선수가 제 노력의 결실을 아름답게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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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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