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휴머니즘 액션의 정수 - 무빙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3.10.1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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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강풀의 원작을 토대로 각색된 드라마 <무빙>이 성료됐다.

 

주요 골자는 안기부의 비기로 고용돼 착취된 삶을 살았던 부모 세대 그리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자녀 세대가 안위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무빙>만의 특장점은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전무했던 혹은 드문드문 존재했지만 할리우드의 스케일에 밀려 평가절하되었던 히어로물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일 테다.

 

그러나 그만으로 <무빙>의 역량을 재단하기는 섣부르다. 장대한 액션과 기이한 초능력, 그 스펙터클 이면에는 속 깊은 휴머니즘이 녹아 있다. 특수한 판타지와 보편적 감성, 액션과 멜로가 적절히 융화된, 가히 웰메이드의 교본이라 할 만하다.

 

강풀 유니버스의 히어로들이 추구하는 것은 결코 원대하지 않다. 세계 수호도, 전쟁 종식도 아니다. 만약 그 정도 스케일로 배포를 키웠다면, <무빙>이 이뤄낸 성과는 없던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 대신 <무빙>은 전 인류 보편에 호소할 수 있는 ‘가족’ (혹은 가족이라 해도 손색없을 막연한 친구들)의 서사를 끌고 온다.

 

무빙의 초능력자들, 예컨대 김두식과 김봉석은 하늘을 비행하고, 이미현은 예민한 오감을, 장주원과 장희수는 다대일 패싸움에서도 끄떡없는 재생력을, 이재만과 이강훈은 초인적인 괴력을 지녔지만 그들이 지닌 위력은 몸이 아닌 마음에서 발한다고 강풀은 굳게 믿는 듯하다.

 

제 곁의 가족과 친구들을 향한 절실함. 초능력자들의 위력은 그에 비례해 발휘된다. 소중한 이를 위해 뛰고, 날고, 장전하는 이들. 스크린에 펼쳐지는 건 분명 스펙터클이지만, 우리는 평범한 소시민적 풍광을 틈새로 목격한다.

 

제목을 부러 ‘무빙(moving)’으로 꼽은 것도 어쩌면 그러한 맥락 안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부단히 움직이는 이들의 액션, 그리고 이를 추동 시키는 각자의 뭉클한 사정들.


극중 주인공 장주원은 과거 자신의 무한한 재생력을 악용해 부정한 이득을 취했던 조폭이었다. 그러나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한 뒤, 훗날 아내가 될 다방 종업원 ‘지희’를 만나고 자신의 능력을 통해 위험에 처한 그녀를 구하고부터 그는 자신의 진정한 쓸모에 대해 각성한다.

 

“무협지는 결국 다 멜로예요. 좋은 사람이 이기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며 끝나요.”.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무협지'라는 멜로 속 정의로운 '헐크'가 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헐크가 된 이들. 그리고 분투 끝에 결국 승리를 거머쥐는 장정. 이는 곧 에피소드의 주연 장주원과 여타 초능력자들에 대입되며,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키 메시지가 된다.

 

따뜻한 사람이 가장 강력하고, 승리한다는 명제를 꾸준히 피력하는 강풀의 뚝심. 어쩌면 진부하고 신파적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의 외침에 다수가 동조하는 까닭은 누구나 한켠에 그러한 낭만을 혹은 다짐을 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김민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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