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어 -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글 입력 2023.10.0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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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동화책’이라는 분야를 꽤나 좋아한다. 동화책이 꼭 어린이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어른의 그림책 읽기’라는 장르를 만든 사람들이 여기 있다.

 

그림책 작가, 번역가, 기획자, 평론가 등 동화책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4명의 작가가 모였다. 그렇게 나온 ‘그림책 분석서’가 바로 ‘나에게 친절하고 싶은 당신에게 –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이다.

 

말 그래도 ‘그림책 분석서’이다. 여러가지 동화책을 소개하며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치를 찾아 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동화책을 아우르는 가치가 바로 ‘다정함’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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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에겐 소중한 기억이 있어>에서는 기억과 추억에 관련된 동화책들을 소개한다. 주로 가족들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서로를 기억하고 추억을 나누는 것. 우리는 그곳에서 다정함을 느낀다.

 

‘슬픔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시작된 버릇인데 덩달아 즐거운 기억도 사라졌습니다. 정말 놀랍게도 기억의 서랍은 언제나 한 쌍이었습니다. 상대가 누구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기쁨만으로 이루어진 기억은 없더군요. 기쁨과 슬픔은 언제나 함께 오고, 이 둘은 쌍생아였습니다. 제가 애당초 버리려던 것은 아픔과 고통과 자책의 기억들이었지요. 그러나 즐거움과 행복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슬픔은 빼고 기쁨만 간직한다는 전략이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23p)’

 

서로를 기억하고 추억을 나누는 데에 있어서 긍정적인 것만 남을 수는 없다. 오히려 부정적인 것들도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들도 나눌 수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결국은 부정적인 것이던, 긍정적인 것이던 간에 우리 안에는 소중한 기억과 추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지나보면 다정함을 나누었던 순간이 꽤나 많다.

 

<2. 내 곁에 다정함이 살고 있어요.>에서는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다정함에 대해서 말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로 ‘어스름 나라에서’라는 동화책에 관한 내용이다.

 

‘얼마 전 공원의 야외 농구코트에서 열린 대학생들의 경기를 구경했습니다. (…) 긴 토너먼트를 거치고 올라온 두 팀의 결승전이었으니까요. 승부를 가르는 절박한 순간에 공격수가 득점에 실패하자 응원석에서는 안타까운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이어서 얻어낸 자유투조차 넣지 못했고 공격수의 어깨는 더욱 축 늘어졌습니다. 그때 누군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85p)’

 

이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어스름 나라에서’라는 동화책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대사라고 한다. 어스름 나라에서는 다리가 아픈 사람도 하늘을 날 수 있다. 다리가 아파도 마음껏 뛸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는 말은 제약에 관계없이 누구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응원과 위로를 전해준다.

 

<3. 나를 믿고 뭐든 해봐요>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용기를 준다. 앞선 내용과 이어서 실패하더라도,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도 일단 해 보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부정적인 상황을 마주했을 때 용기를 잃지 않고 오히려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법에 대해 말해준다.

 

‘일을 하다 지칠 때, 마감이 코앞인데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일단 후퇴합니다. 노트북 컴퓨터를 덮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그냥 걸어요. (…) 그래서 일이 안 돼 마음이 급해질 때, 누군가가 미워지거나 거친 말이 나오려 할 때, 그러니까 마음이 전투적으로 바뀔 땐 얼른 운동화를 신고 나옵니다. 내가 나에게 내리는 긴급 처방입니다. “일단 걷지” 이렇게 말입니다. (153p)’

 

이어 3장의 심화 내용을 다루고 있는 <4. 다정함을 만나러 가요.>와 마지막 <5. 너에게 다정하고 싶어> 까지 이어진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좀 더 감동적이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고, 스스로에게 다정함을 넘어 다정함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라고 조언한다. ‘함께’일 때, ‘나’에서 멈추지 않고 ‘너’에게 까지 이어질 때 보다 세상이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읽어 보지 못한 동화책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그것들을 흐름에 맞추어 잘 정리되어 있는 듯해 좋았다. ‘다정함’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족히 30권은 되는 동화책들을 살펴본다는 것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다.

 

더불어 작가님들의 사례와 감상들이 더해져 있어 단순히 분석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에세이와 같이 공감과 위로를 함께 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에세이와 같은 글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다정함’이라는 단어와 참 잘 어울리는 책이었던 것 같다. 공감되는 이야기도 많았고, 위로 받은 이야기도 많았다.

 

여기서 모두 풀어낼 순 없겠지만,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다정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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