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예술은 어렵다.

글 입력 2023.10.03 14:3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106459937_EZLR7ov0_KakaoTalk_20231003_003710653.jpg

 

 

예술은 어렵다. 예술이 무엇인지 하나로 정의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아트인사이트 지원서를 작성할 때 같은 질문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개인의 브랜드화’라고 답했었다. 자신의 생각, 경험, 감정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표현한 결과물(혹은 과정 그 자체) 말이다. 따라서 모든 문화예술에는 의도가 담겨 있고, 심지어는 ‘의도 없음’도 그 자체로 의도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자기표현의 결과물’이라고 정의하며 연극동아리 활동을 꺼내 왔다. 조명팀원으로써 조명 디자인에 참여했는데, 조명 하나 하나의 나의 의견이 담겼었다. 조명의 색, 조도, 각도, 모양 모든 요소들이 나와 우리 팀을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다. 같은 맥락으로 연출은 연출대로, 음향팀은 음향팀대로, 무대팀은 또 무대팀의 의도대로 연극을 만들어갔다.

 

‘연극’이라는 대주제 안에서 각 팀의 의도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겠지만, 모든 팀은 주체적인 의도를 넣어 각자의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예술이 되었다. 이는 사진에서도, 음악에서도, 춤에서도, 패션에서도 나타난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나타내고, 이 모든 것들은 문화 예술이 된다.

 

여전히 모든 자기표현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표현해내는 일’이, 즉 ‘예술’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과거 조명팀원으로써 연극을 만들어 나가는데 참여한 일을 예술이라 정의했었다. 그 후, 조명기술감독으로 연극에 참여했을 때는, 오히려 의견을 피력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좀 더 높은 직책을 맡았고, 의견을 마음껏 낼 수 있는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개인의 주관이 뚜렷하지 않고, 관련된 지식이 얕으면 자연스레 의견을 내지 못하게 된다. 또한 만약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다 한들 내가 만들어낸 결과가 마음에 쏙 드는, 예술이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꾸준히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또 컬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지만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시기가 있다. 마음을 다 하여 글을 쓰고 싶은데, 도저히 글이 써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이 알맹이가 없는 것 같고, 진정한 의견이 피력되지 않은 그저 껍데기일 뿐인 것 같았다. 전에는 가감 없이 나를 나타내고 싶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나를 너무 보여주고 싶지도 않다.

 

처음 아트인사이트에 지원서를 쓴지도 2년 정도가 지났다. 2년 동안의 시간을 보내며 처음 지원서에 냈던 예술의 정의를 조금은 다듬을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약간의 지식이 있는 분야에서’ ‘진심을 다해서 만들어낸’ ‘자기표현’ 이다. 어떠한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 그 분야를 활용해 자신을 표현해 내기 어렵다. 조명에 대한 지식이 적어 진심으로 활용할 수 없었고 오히려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명 팀원이었을 때도 그저 의견을 내었을 뿐, ‘예술’을 한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림으로 스스로를 표현해보라 한다면 당황스러워할 것이다. 자신의 의도대로 모두 표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까닭으로 ‘적어도 약간의 지식이 있는 분야에서’를 덧붙였다. 또한, 진심을 다해야 예술에서 자기 자신이 보인다. 슬럼프가 왔을 시절의 글에서는 나를 찾기가 어렵다. 기계처럼 만들어내는 음악이 있다면 (혹은 실제로 기계가 만들어낸 음악이 있다면) 아직까지는 진정한 예술이라 인정하기 힘들 것 같다. 조금은 서투르더라도 진심을 다해서 표현하려고 할 때 예술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이런 경우에는 타인에까지 귀감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진심을 다해서 만들어낸’ 이라는 수식어를 더했다.

 

그러나 2년 동안 변하지 않는 고민도 있다. 바로 ‘나’에 대한 정의이다. 꽤나 모순적이게도 나는 예술이 어렵다. 즉 자기표현이 어렵다. 에디터 지원서에도, 컬처리스트 지원서에도, 항상 향후 비전에 관해서는 ‘나에 대해 더 잘 아는 것’이 목표라고 쓰여 있다.

 

여전히 목표는 같다. 그 사이 2년동안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지원서에 쓰여 있던 ‘나를 잘 알기 위한’ 활동 중 몇 개는 실천해 낸 것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제 내가 정말 잘 하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에 맞게 직업적인 비전도 정해야 할 때인 것 같은데, 오히려 그러한 부담감이 나를 찾는 것,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것을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비전을 설정해보자면, 얼마 남지 않은 2023년에는 학업에 집중하며 맡은 일들을 해 나가고 싶다. 2024년에는 실무를 해 보며 나에게 맞는 직무나 산업에 대한 고민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 나가고 싶다. 더불어 만약 그때의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그만 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갈 용기가, 또 맞는다면 그 목표를 밀고 나갈 끈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2025년에는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갖고 싶다. 더 넓은 세계, 더 확실한 자기 표현, 다시 시작할 힘을 얻기 위해 재정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2026년과 2027년에는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이제는 어떠한 방법들이던지 간에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한다. 그 과정이 쉽진 않겠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내가 정의하는 ‘예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예술은 어렵다. 내가 정의한 예술에 다가가기는 더 어렵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 많고, 그들은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그를 통해 나도 예술에 한 발짝 더 나가갈 수 있다면, 어쩌면 나도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윤영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