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잠깐 우리 이야기를 들어봐 - 3분 진료 공장의 세계

글 입력 2023.10.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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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병원 가기가 꺼려진다.

 

대기 시간보다 짧은 진료 시간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비용이면 병원이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주어야 할 것 같은데, 간단하게 증상을 설명하고 검사를 마치면 끝. 처방전을 받고 약을 받아오기까지 시간은 채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견딜만한 아픔은 참게 되었고 병원은 정말 힘들 때나 증상이 너무 오래 지속될 때만 찾게 되었다. 병원에 발길을 끊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을 향한 불평불만이 쌓여갈 때쯤, 책 <3분 진료 공장의 세계>을 읽게 되었다. 오늘 소개할 책 <3분 진료 공장의 세계>은 3분 진료를 제공하는 현장에서 재직 중인 의사의 에세이이다.

 

저자는 빠르고 신속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한다. 수업에서 배운 정석을 지킬 수 없는 현실에 인간적인 갈등을 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장을 대변한다.

 

 
우리도 3분 진료를 하고 싶지 않아요!
 

 

주어진 시간 내 최대한 많은 환자를 받기 위해 빠르고 신속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눈 마주치지 않기. 정석대로 진료를 하려면, 따라서 환자들과 눈을 마주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기엔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적다.

 

저자는 다른 의사들에 비해 적은 수의 환자를 받고 있던 자신의 문제가 '눈 맞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눈 맞춤을 거부하기 시작하며 진료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확보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 맞는 방향일까?

 

*

 

그럼에도 책에서 희망적이었던 부분은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의사들은 환자를 위한 최선을 고민한다는 사실이다.

 

환자의 현재 상태에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다른 과 의사, 심지어 다른 병원 의사에게 문의를 넣는 건 일상이다. 치료제를 부담할 형편이 되지 않는 환자들을 위해 임상 실험을 알아봐 주기도 한다. 시간이 짧다고 허투루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뒤에 숨겨진 노력은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문제는 남아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시행했는가'를 따지는 의료 사고에 대비해 과잉 처방을 하기도 하고, 증상의 단계에 따라 회복 단계에 놓인 환자들에게 허락되는 것은 눈길 정도이다. 당연히 환자들에게 동네 의원의 장점에 대해 설명할 시간도 없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그 문제를 들여다보기 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환자를 만나는 것이 우선이다. 현실의 시스템이 허락하지 않는 한, 의사들 역시 결국 시스템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병원의 운영 방침에 따라 기계처럼 진료를 보게 되는 현실에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이성적인 진실과 감성적인 진심 사이를 대변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3분 진료에 불평을 하기 전, 우리의 이야기도 한 번 들어달라는 마음으로 책 <3분 진료 공장의 세계>를 출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앞으로 3분 진료를 너그러이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 나는 또 이 마음을 잊고 불만을 표출하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의사 선생님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는 결코 잊지 않을 예정이다.

 

적어도 그들의 진심만큼은 왜곡하지 않을 테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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