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꿈꾸는 삶 속 우리라는 명작 - 인사이드 윌리엄 [공연]

제멋대로인 나. 그대로 살아도 좋아.
글 입력 2023.09.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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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 2023]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작품 포스터.jpg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자.

 

비극이 숭상되지 않던 시대, '명작 만들기'라는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셰익스피어. 명작 만들기 가이드라인을 통해 만들어진 주인공들, 그리고 섞여 버리는 세계관을.

 

문장으로 열거하기만 해도 아주 사랑스럽고 엉뚱하고 황당하다. 이런 골 때리는 세계관 안에서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은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던 걸까?

 

 

 

작가라는 아버지. 캐릭터라는 자식들.


 

[연극열전 2023]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캐스트 모음집 (1).jpg

 

 

위 포스터는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의 캐스팅 공개 리스트다. 각각 셰익스피어, 햄릿, 줄리엣과 로미오의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나열되어 있는.

 

보다시피 <인사이드 윌리엄>에는 셰익스피어가 창작한 3인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햄릿, 줄리엣, 그리고 로미오. 이들은 매우 뚜렷한 개성을 가진 채 주인공으로 쓰일 운명을 가지고 탄생한 만큼 어딘가 결여되고 극단적인 행동들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오로지 아버지의 복수만을 위해 움직이는 복수귀 햄릿, 사랑에 미친 커플 로미오와 줄리엣. 작가 셰익스피어는 명작을 위해 캐릭터를 쓰고, 캐릭터들은 아버지의 말을 잘 듣는 아이들처럼 그가 쓴 시나리오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섞여버린 시나리오와 피어나는 자유 의지


 

그러나 돌풍으로 인해 섞인 시나리오 속에서, 주인공으로 태어난 캐릭터들은 처음으로 다른 주인공을 만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처음으로 내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고민하고, 이루고자 하는 자신만의 목표를 만들어나간다.

 

복수귀 왕자 햄릿은 시를 쓰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깨닫게 되었고, 줄리엣은 사랑보다는 칼을 쓰는 일에 더욱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편 로미오는 주어진 주인공의 삶을 살며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가 되는 것이 자신의 욕망임을 깨닫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삶, 그것이 바로 이야기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정해진 캐릭터성에서 벗어나 움직이려고 하는 주인공들을 회유하려 한다. 이런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하면서.

 

그러나 햄릿과 줄리엣이 원하는 새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셰익스피어는 오히려 남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작품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가 탄생시킨 캐릭터가 되려 작가로 하여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쓸 돌아볼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이다.

 

이렇듯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은 있는 그대로의 나, 괴짜인 우리, 명작이 되기엔 지나치게 단촐한 삶도 어쩌면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영 복수하지 못하는 햄릿, 사랑이 필요 없는 줄리엣, 주인공이 되고 싶은 철부지 로미오.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하나의 큰 대주제는 결국 셰익스피어에게로 돌아와 빛나는 삶을 선물한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미디어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블록버스터가 넘치는 시대에, 소담한 샤람들의 이야기와 반짝이는 꿈을 발견하고 싶다면, 부디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을 찾길 바란다.

 

 

[김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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