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으로 사랑을 추억하다, 한국 가곡(2) [음악]

글 입력 2023.09.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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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를 준비 중이다.

 

수많은 연주 후보곡 중 한국 가곡이 가장 마음에 끌려 한국 가곡을 프로그램에 넣기로 했다. 이태리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많은 곡을 연습하고 불렀지만, 모국어가 아닌 곡을 부를 때는 그 음악의 분위기나 감정 표현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한국 가곡을 부를 때는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흘러나온다. 한 번은 한국 가곡을 부르는 나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본 적이 있다. 그 영상에는 눈을 감고 가사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기며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긴 듯한 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아, 역시 나는 한국인 인가’ 싶었다.

 

사실 저번 주에도 한국가곡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그렇지만 아직 소개하지 못한 좋은 곡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글로 남기려고 한다. 저번 글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소재를 사용한 한국가곡의 매력을 설명했으니, 이번에는 좀 더 다가가기 쉽고 비교적 대중적인 한국 가곡을 소개하려고 한다.

 

개인적인 취향이 가득 담긴 글이겠지만, 이 글을 보는 많은 분에게도 앞으로 소개할 한국 가곡이 마음 깊이 와닿았으면 좋겠다.

 

이번 한국 가곡의 주제는 ‘사랑’이다.

 

 

 

마중 - 윤학준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그립다는 것은 오래 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꽃으로 서 있을게

  

 

첫 번째로 소개할 곡은 윤학준의 ‘마중’이다. 이 곡은 허림의 시를 가사로 하여 작곡되었다. 처음에 이 곡을 소프라노 이해원이 부른 앨범에서 듣고 나서는 며칠 동안 끊임없이 반복해서 들었다.

 

‘마중’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름다운 가사 때문이다.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꽃으로 서 있을게’ 등과 같은 다정하고 아름다운 시구들이 절절한 사랑과 그리움을 느끼게 해준다.

 

이 곡은 마치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되여, 점차 그리움의 감정이 고조된다. 그리고 끝부분에서는 ‘꽃으로 서 있을게’라는 담담한 고백으로 마무리된다. 이 섬세한 감정의 움직임이 가사의 호소력을 더욱 짙게 만들어 준다.

 

전에는 마중을 들으며 연인 사이의 사랑과 그리움을 떠올렸지만, 이번에는 어머니의 마음을 대입해 보았다. 자식이 아무리 멀어져 있더라도 항상 두 팔 벌려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계실 어머니의 마음. 그 마음을 생각하며 마중을 다시 들어보니 기존에 느꼈던 감정과는 사뭇 다른 애틋함과 따스함이 다가왔다.

 

 

 

시간에 기대어 - 최진



 

 

저 언덕 넘어 어딘가

그대가 살고 있을까

계절이 수놓은 시간이란 덤 위에

너와 난 나약한 사람

 

바람이 닿은 여기 어딘가

우리는 살아 있을까

연습이 없는 세월의 무게만큼 더

너와 난 외로운 사람

 

설움이 닿는 여기 어딘가

우리는 살아 있을까

후회투성이 살아온 세월만큼 더

너와 난 외로운 사람

 

난 기억하오 난 추억하오

소원해져 버린 우리의 관계도

사랑하오 변해버린 그대 모습

그리워 하고 또 잊어야 하는

그 시간에 기댄 우리

 

사랑하오 세상이 하얗게 져도

덤으로 사는 반복된 하루가

난 기억하오 난 추억하오

소원해져 버린 우리의 관계도

사랑하오 변해버린 그대 모습

그리워 하고 또 잊어야 하는

 

그 시간에 기댄 우리

 

 

두 번째로 소개할 곡은 최진의 ‘시간에 기대어’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고요히 앉아 있는 노인의 뒷모습이 연상되었다. 마치 젊음의 사랑이 세월과 함께 흘러가여 노년을 맞는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가사 중 ‘그 시간에 기댄 우리’라는 표현이 아름답고 시적이다.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은 멈출 수 없지만, 그 시간에 기대어 그대와 함께한 순간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아득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준다.

 

이 곡이 우리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구절마다 충분히 숨을 쉬고 그 공백을 느끼며 노래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숨만 쉬어도 그 자체로 음악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다. 그렇기에 감정이 담긴 음악은 우리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준다. 음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을 데려가 주기도 하고,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며,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랑으로 시작하여 그리움으로 마무리되는 삶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 가곡을 들으며, 당신만이 가진 특별한 순간과 감정을 음악에 담아 고이 간직할 수 있길 바란다.

 

 

 

홍승민.jpg

 

 

[홍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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