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희미한 자아로 세상에 반항하다 [영화]

글 입력 2023.09.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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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익히 알고 있었다. <세븐>과 <나를 찾아줘>라는 두 작품을 정말 인상 깊게 봤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수작이라고 칭송받는 <파이트 클럽>도 언젠가 꼭 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드디어 이번에 <파이트 클럽>을 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짚고 넘어갈 만한 포인트가 많은 영화라 생각해서 오늘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이 글에는 영화 <파이트 클럽>의

반전 및 주요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Fight Club’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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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극 중 제대로 된 이름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은 회사에서 자동차 리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업무 특성상 전국 각지를 돌며 출장을 다닐 수밖에 없었는데, 이 때문에 주인공은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하루하루가 피곤했던 그의 유일한 취미는 ‘집 꾸미기’였다. 유명 브랜드인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 정성스럽게 배치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날 출장을 다녀오니 집과 그 모든 가구가 사라진 상태였다. 가스 누출로 인해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때, 주인공은 본인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출장 가는 비행기에서 만났던 ‘타일러 더든’에게 연락하게 된다. 둘은 만난 지 하루 만에 술을 거나하게 마신 뒤 주먹다짐까지 했고, 이후로도 만날 때마다 서로 때리곤 했다. 주인공이 타일러의 집으로 들어가 살면서 더욱 친해진 그들은 ‘파이트 클럽’을 창시한다.


말 그대로 ‘Fight Club’. 싸우는 모임이다. 두 사람의 싸움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심지어 구경에 그치지 않고 직접 싸우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아예 조직으로 공고화한 것이다.

 

 


왜 ‘파이트’ 클럽이어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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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주인공은 출근하고 출장을 다니면서 매일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똑같은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은, (이케아 가구들이 가득한) 마치 틀에 맞춘 것 같은 ‘집’이었을 것이다.


이 공간이 파괴되면서 더 이상 주인공은 매일 똑같은 삶을 살 수 없게 되었다. 실컷 흔들린 탄산음료가 터지듯 주인공은 갖가지 원초적인 본능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주인공에게서 가장 크게 드러난 본능은 ‘폭력성’이었다. - 타일러가 주인공에게 가장 처음 “자신을 때려보라”라고 말했을 때, 주인공이 여러 번 거절했던 것과 상당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


파이트 클럽에서 행해지는 모든 폭력은 파괴적이었다. 서로에게 가하는 폭력도, 권력자에게 가하는 폭력도, 권력이 존재하는 건물에 대한 폭력까지도 모두 파괴적이었다.


하지만 파이트 클럽의 일원들은 모두 파괴적인 것에 열광했다. 피로 얼룩진 싸움을 끝낸 뒤, 그들이 서로 얼싸안고 감동에 겨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마치 싸움을 통해 억눌려 있던 본능을 깨우고,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그러한 본능을 가둬 둔 것은 사회가 만들어 낸 규범이었기에, 폭력의 범위는 사회 구조로까지 확장된다. 그들에게 있어서 폭력은 본능을 표출할 수도, 본인들을 가두던 틀을 깨부술 수도 있는 가장 단순하고도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

 

 


내가 진정으로 되고 싶은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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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결말 부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반전은 타일러 더든이 주인공과 동일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주인공은 ‘어떤 계기’로 인해 해리성 정체성 장애를 갖게 된 것 같다. –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 ‘말라 싱어’와의 만남을 그 계기로 추측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


타일러는 주인공과는 모든 게 정반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사람이었다. 무모할 정도로 대범하고, 어떤 것에든 쉽게 지치지 않는 사람이었다. 파이트 클럽의 규칙을 만들고, 조직원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있었다. 여기에 준수한 외모와 신체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사소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무기력하며, 누군가를 이끌 만큼 배포가 두둑하지 않았던 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여기까지 봤을 때, 타일러 더든은 주인공이 동경할 만한 인간상이다. 중요한 것은 타일러의 등장 시점이다. 타일러 더든은 주인공의 집이 사라진 시점, 그러니까 주인공의 본능을 억누르던 ‘틀’이 사라진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타일러 더든은, 억눌려 있던 본능을 모두 스스럼없이 표출하는 '이상적인 주인공 본인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남게 되는 생각 



어쨌든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따로 있다. 타일러 더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다. 타일러는 주인공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의 인물이었고, 결국 진짜 ‘나’라는 존재가 허상의 ‘나’에게 끌려다닌 꼴이 된 것이다.


다소 뻔한 결론일 수 있지만, 인생의 주체는 가상의 내가 아닌, 진짜 ‘나’여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타일러가 벌여 놓은 모든 일을 무마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주인공의 모습은, 현실의 자아를 뒷전으로 둔 죄로 벌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이 타일러를 죽여 사라지게 하고 자신의 진짜 자아만을 남겨둠으로써, 이 영화를 (데이빗 핀처 감독의 말대로) 한 편의 성장 영화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타일러 더든은 자유와 쾌락을 향한 주인공의 갈망 속에서 만들어졌다. “모두가 세상의 쓰레기일 뿐”이라고 말하는 타일러는 얼핏 보면 평등을 주창하는 혁명가처럼 보이지만, 그가 만들어 낸 조직 ‘파이트 클럽’은 역설적이게도 그 안에서 또 다른 규범과 억압, 권력 구조를 만들어 냈다.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아둔 것이다.


특이한 카메라 움직임과 편집 기법, 전개 순서로 시각적 즐거움(영화의 초반부터 깜빡거리며 곳곳에 등장하는 타일러 더든을 일시 정지하고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까지 제공하는 영화인만큼,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쯤 보라고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 <파이트 클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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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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