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 뭐 돼? 왜 이렇게 예민해? [문화 전반]

요즘 미친 듯이 피곤하고 예민한 당신이 보았으면 하는 글
글 입력 2023.09.2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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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사람들이 점점 예민해진다고 느낀다.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사는 것만 같다. 비단 남뿐만 아니라 나에게서도 가시가 보인다. 왜 더욱 날카로워지는 걸까 생각했다. 그리고 몇 개의 이유를 찾았다.

 

각각의 이유에 소제목을 달았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형벌’, ‘정신 차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아는 형님의 아는 누나의 아는 친척이요~’ 총 세 개다. 이 중 흥미로워 보이는 제목이 하나라도 있다면 재밌게 읽어보기를 바란다.


학생 때 교양과목에서 <행복이라는 이름의 형벌> 텍스트를 읽었다.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에세이 일부를 발췌한 글이었다. 행복과 형벌. 상극인 이 둘이 같이 있는 것이 이상하면서도 어울린다. 내용은 이러하다.

 

우리는 자신이 행복의 주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옛날 중세에는 그렇지 않았다. 종교가 모든 것의 중심이었고, 행복은 신의 것이었다. 오로지 신이 있는 천상 세계에만 진정한 행복이 있었다. 인간은 구원받기를 기다려야 하는 존재였기에 죽어서 천상계로 가야만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믿었다.

 

18세기 의약품의 발달과 농업 생산성의 향상으로 종교의 힘이 약화하였다. 인간 스스로 굶주림을 막고 질병을 치료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굳이 신에게 고통 속에서 구원해 달라 기도할 필요가 없었다. 점차 행복이 인간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현세적인 관점으로 행복이 부상하기 시작했고, 프랑스 대혁명 선언문에 ‘행복추구권’이 명시되며 행복은 인간의 권리가 되었다.

 

권리는 머지않아 의무가 되었다. 여기에는 현대 개인주의 등장이 강력하게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는 행복하지 않으면 종교 탓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어지고 개인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행복은 스스로 이뤄낼 수 있는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는 곧 불행하면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했고, 사람들에게 능력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행복해야만 하는 압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텍스트의 내용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만 하는 압박을 넘어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한 척이라도 꾸며내는 것에 집착한다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행복 경쟁과 압박으로 진짜 인생에서 자꾸 밀려나는 사람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


‘정신 차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라는 밈이 있다. 세상은 각박하다는 말에 십중팔구 동의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은 수만 년 동안 생존하며 형성된 체질이 있다. 현대사회의 변화속도를 따라가기 무척이나 버거울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날마다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현대 사람들은 어제보다 예민하고 까칠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본래 매 끼니를 먹고 풍족한 식사를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 몸이 지방을 축적해 놓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매일 배부르게 먹는다. 심지어 최근 몇 세기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한 고칼로리 요리법으로 비만을 걱정하고 있다. 맛있는 것은 넘쳐나고, 건강해야 하니 추가적으로 운동을 해야만 한다. 

 

과거에 비해 하루를 더 밀도 있게 사는 삶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하고싶은 것’에 따라오는 ‘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현대인은 더 바쁘다. 느긋한 템포로 수만 년을 살아온 사람에게 현대는 각박하다.

 

 

 

 

평소 너무나도 좋아하는 채널인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최근 무릎을 ‘탁’ 칠만한 영상을 보았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인간관계의 범위를 넘어 너무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이것이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며 그들의 하이라이트와 평범한 나의 씬을 비교하는 걸 그만 두어야겠다고 종종 마음먹는다. 하지만 이 사람들과 내가 ‘연결’ 되어 있고, 무의식적으로 이걸 신경 쓰고 있다는 아주 본질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못한다.

 

요즘 인간관계에 곧잘 피로한 이유가 이것이다. 물리적으로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도 손가락은 항상 바삐 움직인다. 가족, 친구들의 일상에 대한 정보를 나의 일상보다 더 많이 보고 있다. 결국 나 하나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바쁜 세상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잔뜩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직접적인 만남이 없어도 정신적으로 피곤함이 극을 찍는 것이다.

 

뻔한 결론이지만 정신적 피곤함은 예민함을 불러온다. ‘아는 형님의 아는 누나의 아는 친척이요~’ 라는 유행어가 있다. 인맥이 자랑스러운 능력으로 여겨지는 시대에서 사람들과 얇은 선 하나라도 이어져 있기를 바라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이 당신의 예민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박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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