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색에 대한 레퍼런스 모음집, 컬러 인사이드

글 입력 2023.09.2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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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셀 수 없이 많은 색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너무 당연시 여겨져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쳤을 수많은 색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리고 이는 색채 심리학, 컬러 테라피 등의 분야를 발전시킬 정도로 생각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브랜딩에 있어 색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의 제품, 혹은 서비스, 그를 총괄하는 브랜드를 어떤 모습으로 표현할지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제품의 색상, 매장의 인테리어, 심지어 소셜미디어에 노출되는 온갖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부분에도 어떤 색을 어떤 비율로 사용할지 고심하는 섬세한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색이 지닌 의미를 이해한다는 건 예술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매우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컬러 인사이드>는 여러 색이 지닌 의미가 궁금한, 혹은 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매우 추천하는 책이다. 이 책은 각 색이 상징하는 여러 의미를 고전미술부터 상업 영역까지 넘나드는 풍성한 사례와 함께 전달하고 있다. 어떤 색은 어떤 의미가 있으려니 유추하고 예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레퍼런스를 적립하고 정리했다는 점이 매우 훌륭하다.

 

저자 황지혜는 LG전자에 입사해 휴대폰, 가전 등 다양한 전자제품들의 컬러와 소재를 발굴하고 적용하기도 하고, CMI의 대표로 국내와 유럽, 중국의 회사들과 컬러 및 소재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20년 차 CMF 디자이너이다.

 

CMF는 Color, Material, Finish의 약자로 제품에 가치를 더하기 위해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최적화된 소재와 컬러, 디테일로 구현하는 일이다. <컬러 인사이드>에서는 빨강에서 시작해 흰색에 이르기까지 오랜 현장 경험을 지닌 황지혜 작가의 독특한 시선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색이 지닌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야만족의 색상에서 고귀한, 뛰어난 컬러가 되기까지


 

빨강, 파랑, 초록, 노랑, 주황, 보라, 분홍, 검정, 하양 총 아홉 가지 색상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읽은 파트는 단연 파랑이다. 파도와 하늘을 닮은 자연의 색, 파랑은 상반된 의미를 동시에 지닌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색상이었다. 오늘날 파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보편적으로 선호되는 색상으로 여겨진다. 대게 신뢰, 자신감, 등의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색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파랑이 12세기 이전에는 야만족의 컬러로 여겨졌다고 한다. 식물에서 염료를 뽑아 만든 인디고블루는 색이 탁하고 값이 저렴해 주로 노동자 계급의 의상 컬러로 사용돼 부유층에게 무시당했고, 청명한 파란색은 구현이 어렵고 생소하다는 이유로 야만족의 컬러로 멸시받기도 했다.

 

그러나, 수백 년이 지나도 변색되지 않고 고유의 빛깔을 유지하는 울트라마린 안료가 성모 마리아의 로브 컬러로 사용되며 기피 컬러였던 파란색에 대한 인식이 180도 바뀌었다. 금보다도 비싼 울트라마린 안료는 여러 성화 채색에 사용되어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는 빛깔과 가치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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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계급 의복에 자주 사용되었던 인디고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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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울트라 마린 안료가 사용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안정과 평온, 동시에 우울과 슬픔


 

파랑은 심리학적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도록 돕는 중요한 컬러로 안정과 평온을 상징하는 동시에 우울과 슬픔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매년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는 팬톤에서는 2020년 올해의 컬러로 클래식 블루를 지정했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전 세계가 불안과 공포에 떨었던 시기에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다독여줄 수 있는 컬러를 선택한 것이다. 팬톤은 실험적 전시를 기획하는 아르텍 하우스를 비롯해 뷰티 브랜드 VDL, 노루페인트 등과의 협업을 통해 클래식 블루를 선보였다.

 

한편, 파란색은 그 자체로 우울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큐비즘으로 유명한 화가, 피카소는 절친 카사게마스의 죽음을 계기로 약 4년, 청색 시대라고 불리는 기간 동안 극히 제한된 파란색만 사용하여 작품을 그렸다. 화려한 표현 없이 단순하게 표현된 인물, 무미건조한 표정과 극도로 제한된 어두운 청색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피카소의 작품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서는 '우울하다'를 'I feel blu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극도로 활동이 제한되며 우울해하는 현상을 코로나 블루라고 부르기도 하고, 우울한 감성이 녹아있는 재즈 곡 제목에서는 blue라는 단어를 자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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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팬톤 컬러 <클래식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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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청색 시대 대표작 <자화상>

 

 

이처럼 한 가지 색도 때로는 상반된, 그리고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한 가지 색을 더욱 다채롭게 느껴지게 한다.

 

한편, 여러 문화권에 따라 색에 대한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색이 지닌 여러 의미를 이해하고 현명하게 이용하되 우리가 느끼고 인지하는 바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하는 태도로 사려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색은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색입니다"라는 가브리엘 샤넬의 말처럼 컬러는 개성과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다.

 

이 책을 덮었을 때, 독자들도 자신의 개성과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색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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