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낭만에 관하여: 2023 서울국제음악제

글 입력 2023.09.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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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다가오면 매번 서울국제음악제를 생각한다. 비록 운영에 난항이 있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유지되어오는 소중한 음악제 중 하나다. 오푸스가 주관하는 서울국제음악제 시즌이 이번에도 다가왔다. 올해에는 과연 어떤 주제를 잡고 기획되었을지, 어떤 프로그램들이 무대에 오를지 너무나 기대가 됐다. 그리고 제15회 서울국제음악제의 주제를 본 순간, 순식간에 마음이 뺏겨버렸다. 낭만에 관하여 라는 부제를 단 이번 음악제에 어떻게 마음이 쏠리지 않을 수 있을까.


특히 낭만을 다루면서, 2023 서울국제음악제에서는 주요 음악가로 브람스를 꼽았다. 낭만에 대하여 논하면서, 브람스를 조명한다? 이건 무조건 가야만 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10월 중에 서울국제음악제의 모든 무대를 가는 것을 불가능했다.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가용한 시간은 하루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공연 프로그램을 쭉 살펴보고 오래도록 고민한 뒤 딱 한 무대를 다녀오기로 정했다. 바로 10월 11일에 계획된 SIMF오케스트라 with 파올로 보르톨라메올리 무대다.


 


 

PROGRAM


요하네스 브람스


대학 축전 서곡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


INTERMISSION


교향곡 4번

 


 

 

이번 서울국제음악제에 오르는 브람스의 작품들은 정말 다양하다. 10월 7일 개막식에서는 브람스의 현악5중주와 6중주를 비롯해 여성합창, 두 대의 호른, 하프를 위한 네 개의 노래가 오르니 굉장히 독특하다. 브람스가 피아노를 활용해 작곡한 아름다운 실내악 작품들도 무대에 오른다. 10월 8일과 10일의 무대에는 특별히 피아노가 포함된 실내악 작품들이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아예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10월 12일 목요일의 무대도 있다. 이 날의 무대도 개인적으로 정말 기대가 되는 무대이기에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상의 문제로 단 하나의 공연만 간다고 했을 때, 나는 10월 11일과 14일의 무대 중에서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끝내 10월 11일의 무대를 골랐다. 대학 축전 서곡,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그리고 교향곡 4번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은 교향곡 중에서는 나에게 가장 아름답고 놀랍다고 느껴지는 작품이기에, 종국적으로는 이 날의 무대를 가장 기대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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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은 브레슬라우 대학에서 그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으로 작곡된 작품이다. 원래 브람스가 완성했던 악보에는 축전서곡이라고만 쓰여 있었다고 하는데, 짐로크의 사본 악보에 대학축전 서곡이라 쓰여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대학축전 서곡이라는 이름이 짐로크의 아이디어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설이 있다. 어떤 의미로 붙여진 표제이건, 브람스의 열렬한 팬이자 지휘자였던 베른하르트 숄츠의 제안으로 브람스에게 주어진 브레슬라우 대학의 명예박사 학위가 그에게 큰 기쁨이 되었던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 작품에는 당시에 학생들이 자주 부르던 학생 노래 네 곡이 들어가 있다. 화려하게 시작한 뒤 이어지는 첫 번째 노래, '우리는 훌륭한 학교를 세웠다'는 잔잔하고 우아하게 시작하지만 현악부와 팀파니의 강렬한 전환과 함께 화려하게 피어난다. 대학축전 서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노래다. 그리고 두 번째 '나라의 아버지'는 현악부의 아름다움이 잘 느껴진다. 세 번째 신입생의 노래는 힘차고 기운이 넘친다. 그 분위기를 이어가 맞이하는 마지막 노래, '즐겁게 노래하라'는 피날레다운 화려함으로 가득하다.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확실히 느끼는 대목이 될 것이다.


*


이어지는 두 번째 작품은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이다. 굉장히 독특한 방식의 협주곡이 아닐 수 없다. 보통 협주곡에서 솔리스트 한 명을 두는데, 이 작품은 두 악기의 솔리스트를 두기 때문이다. 왜 브람스가 이 작품을 작곡했는지를 알아보면 이렇게 독특한 형태의 협주곡이 탄생한 배경이 꽤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 때 당시 브람스는 두 명의 친구에게 감정적인 표현을 명시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혼 문제에 브람스가 말을 얹었다가 마음이 상해버린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에게는 사과와 친애를 표해야 했고, 첼로 소나타 2번 초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첼리스트 하우스먼에게는 축하와 기쁨을 표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브람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작곡 중이던 교향곡을 협주곡으로 바꾸면서, 요아힘과 하우스먼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이중협주곡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두 대의 악기를 위한 협주곡이라 그런지, 3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악장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전체 연주시간의 절반 정도가 1악장에 할애되는 편이니, 상대적으로 2악장과 3악장이 짧다고 느껴질 정도다. 비장하게 시작하는 오케스트라의 서주 직후 솔로 첼리스트가 강인하게 와닿는 독주를 선보이고 여기에 솔로 바이올리니스트가 화답하는 듯 독주를 보인다. 1악장의 도입부에서부터 어우러지는 두 악기의 격렬하고 절묘한 대화는 이 협주곡 전체를 꿰뚫는 가장 근간인 동시에, 친구들을 향한 브람스의 애정어린 시선이기도 하다.


웅장하고 격렬한 1악장 뒤에 맞는 2악장은 대비되게끔 아주 목가적이고 서정적이다. 부드러움과 우아함이 가득한 두 솔리스트의 선율 사이로 관현악부가 서정적인 반주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적이고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마지막 3악장은 활기차다. 1악장과는 또 다른 의미의 열정, 무엇보다 마디 마디의 치밀함이 확연히 느껴진다. 마지막 음이 끝맺는 그 순간까지 이어지는 치밀한 오케스트레이션이 과연 SIMF 오케스트라에서 어떻게 빛날지 기대해보는 것도 좋은 감상포인트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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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파올로 보르톨라메올리



마지막으로 준비된 작품은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이다. 브람스의 교향곡 레퍼토리 중에서도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대곡이 10월 11일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브람스가 작곡한 마지막 교향곡이자 가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지닌 4번이 이번 서울국제음악제 무대에 오른다는 걸 안 순간, 나는 이 무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브람스 4번은 그만큼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교향곡이기 때문이다.


총 4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1악장에서부터 내면을 파고들며 고독을 곱씹는 브람스가 연상된다. 이어지는 2악장은 브람스의 풍부한 서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운 노래악장이다. 뒤잇는 3악장은 역동적이고 익살스러운 스케르초 악장으로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람스 교향곡 4번이 가장 놀랍고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는 바로 4악장에 있다. 브람스는 여기서 바로크 시대의 파사칼리아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성취를 확고히 하고 있는데, 그것이 음악적 결실이라는 것에서 놀랍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선율의 차원에서도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렇게 브람스의 예술성이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있는 브람스 4번은, 오케스트라를 많이 타는 편이다. 각 악기별 하모니가 섬세하게 연주되어야 하고 그 사이의 균형이 일정하고 팽팽하게 이어져야만 한다. 까딱 잘못하면 흐트러지기 쉬운 곡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휘자 파올로 보르톨라메올리가 SIMF 오케스트라 및 초청 받은 국제적인 연주자들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도 굉장히 궁금해진다. 그래서 서울국제음악제가 개막하기까지의 시간동안, 브람스 4번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기대감을 높여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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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서울국제음악제는 한층 격상된 SIMF오케스트라를 만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된다. 탁월한 솔리스트인 백주영, 김민지, 송지원, 김상진, 이한나, 심준호, 유성권, 최인혁, 김홍박 등이 참여할 뿐만 아니라 비엔냐비엔냐프스키 콩쿠르 수상자이자 심포니아 바르소비아의 악장인 야쿱 하우파가 SIMF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참여하여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심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15년 간 SIMF오케스트라 및 솔리스트로서 국내외 무대를 종횡무진했던 국내 연주자들과 초청받은 국제적인 연주자들이 브람스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해석하여 우리에게 전해줄 것이다.


SIMF 오케스트라는, 그리고 지휘자 파올로 보르톨라메올리는 브람스의 낭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들이 그려낼 브람스의 아름다움이 어떤 모습으로 와닿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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