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눈맞춤보다 중요한 대화의 법칙들 [도서/문학]

셀레스트 헤들리의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리드하는 말센스>
글 입력 2023.09.1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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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30쯤부터는 충고를 듣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직급이 대리 정도 되면 주변에서 흠이 되는 부분을 발견해도 쉽사리 지적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신입 사원이 대리님의 구겨진 셔츠를 문제 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아직은 대리라는 직급이 멀게 느껴지지만, 잔소리의 데시벨이 줄어드는 것은 느끼고 있다. '너의 이런 점이 싫어'라며 짚어주던 교실의 친구들과 달리 동기들은 연락을 서서히 줄여나간다. '교복을 줄이지 말라'고 경고하던 선생님들과 달리 교수님들은 치마 길이에 관심이 없으시다.

 

성인이 된 후 자유를 양껏 누리고 나니 우려가 되기 시작한다. 충고는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알아채지 못했던 단점을 개선할 수 있는 찬스나 다름없다. 그런 찬스가 전만큼 잡히질 않으니 바람직한 성인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지 점검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책이 바로 「말 센스」였다. 그곳엔 평소에 가지고 있던 나쁜 말버릇들이 총집합 되어 있었다.

 

 

 

오랜 습관이었던 대화 나르시시즘을 알아채다



 

[전환 반응]

메리: 나 지금 너무 바빠.

팀: 나도 지금 정말 정신없어.

 

[지지 반응]

메리: 나 지금 너무 바빠.

팀: 왜? 해야 할 일이 많아?

 

[전환 반응]

카렌: 새 신발을 사야겠어.

마크: 내 신발도 다 낡았어.

 

[지지 반응]

카렌: 새 신발을 사야겠어.

마크: 그래? 어떤 신발을 사고 싶어?

 

- 21p

 

 

「말 센스」의 21페이지에는 평소의 카톡 창이 재현되어 있었다. 지지 반응 쪽이었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전환 반응에 가까웠다.

 

전환 반응은 대화 나르시시즘의 주된 특징이라고 했다. 관심의 초점을 끊임없이 자신을 향하도록 주도하는 것이다. 반면 지지 반응은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무수한 대화에서 관심의 초점을 끌어왔던 기억을 떠올리니 부끄러워졌다. 불과 며칠 전에도 감기에 걸렸다는 친구에게 나도 요즘 목이 건조하다고 대답했다. 완벽한 전환 반응이었다.

 

이처럼 「말 센스」는 대화에서의 실수를 스스로 알아챌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상대방의 말을 흘려듣거나 남을 가르치려 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마련해 준다. 문제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해결이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가령, 머릿속의 생각을 흘려보내는 방법으로는 명상을 추천한다.

 

 

 

뻔한 눈맞춤은 셀레스트가 주장하는 해결책이 아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저자인 셀레스트 해들리가 주장하는 대화법은 시중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오히려 그런 주장들에 비판적이다.

 

 

"상대와 눈을 마주쳐라."

"흥미로운 주제들을 준비하라."

"들은 내용을 되풀이해 호응하라."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여라."

"가끔씩 '아', '그렇군' 같은 감탄사로 장단을 맞춰라."

 

하지만 내 조언은 한마디로 "그렇게 하지 마라!"이다. 나는 그런 전략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좋은 전략이라고 말한 것들이 실제 현실에서는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197p)

 

 

약 12년에 걸쳐 라디오 리포터와 앵커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저자는 실제 현장에서 위의 규칙들이 효과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대화의 법칙들을 의식하며 의도적으로 머리를 끄덕이면 그런 느낌이 상대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이 요점이었다.

 

하지만 눈맞춤이나 끄덕임 자체의 효과는 부정하지 않았다.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 상대 역시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말은 곧 아래의 소제목을 의미한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라


 

디테일한 개선 방안들이 많이 제시되었지만, 결국 저자가 하고자 하는 주장은 위와 같다.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1) 호기심 갖기

(2) 편견 검토하기

(3) 존중하는 마음 갖기

(4) 논점 유지하기

(5) 잘 마무리하기

 

 

위는 마지막 장에서 설명한 '생산적인 대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섯 가지 핵심 전략'이다. 상대방의 말을 능동적으로 듣지 않는다면 실시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는 '경청'이다.

 

 

 

잘 듣지 않는 현대인들을 위한 책


 

물론 소소한 기술들도 독자에게 안내되고 있다.


 

사과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과는 고통스럽고 어색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가 사과를 할 때, 상대방은 고심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연민 어린 반응을 나타내 보이기 시작한다. (228p)

 

 

상대방에게 진심을 전달해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동정심을 유발하기 때문에 사과는 중요하다는 대목도 나온다. 조금 세속적으로도 느껴지는 내용을 읽으며 실없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대화를 할 때 핸드폰을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핸드폰의 유무에 따라 상대방이 느끼는 무의식적인 호감도가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관심을 사고 싶은 상대와 대화를 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팁이었다.

 

이처럼 저자는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유용한 대화의 기술을 설명해 준다. 1999년부터 NPR과 PRI 등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에서 20년 가까이 뉴스 진행 및 다양한 프로그램의 호스트를 맡았고, CNN, BBC, PBS, MSNBC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였으니 독자들에게 전달해 줄 정보가 무궁무진할 것이다.

 

하지만 셀레스터가 이야기하는 내용의 본질은 결국 '경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라는 말보다 더욱 뻔한 내용이다. 모든 사람이 대화를 할 때 귀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센스」를 읽다 보면 우리가 대화의 기본이 되는 '듣기'를 생각보다 등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듣고(hearing) 있지만 듣고(listening) 있지 않다. 이 글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달았다면 이제 직접 책을 펼쳐서 그 사실을 체감하고 셀레스트 헤들리가 건네는 충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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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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