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 색상이 끌리는 데 이유가 다 있다 - 컬러 인사이드 [도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일상 속 컬러 이야기
글 입력 2023.09.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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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인사이드 표지.jpg

 

 

콘텐츠 제작이 취미인 사람으로서, 디자인과 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디자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컬러, 색’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언니를 둔 덕에 종종 카드뉴스 디자인 수정을 부탁한다. 그 때마다 느낀 건, 동일한 내용이라도 색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굳이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일상 속에서 컬러의 힘을 느낀다. 단적인 예로, 건물들만 가득한 곳에서 나무와 꽃이 잔뜩 심어진, 초록(그린)이 가득한 숲으로 가면 눈이 편안하다. 노랑(옐로)이 들어간 물건을 보면 아기자기하고 희망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사람과 마주하면 어느새 입술에 시선이 빼앗긴다.

 

‘컬러 인사이드’는 그린, 빨강(레드), 노랑(옐로), 보라(퍼플) 등 총 9가지의 색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매력을 20년 차 CMF 디자이너 황지혜 씨가 정리한 책이다. 일상 속 컬러 이야기라는 책의 부제목에 충실하게 구성이 책의 한 줄 정의, 색의 개괄적인 역사, 일상 속 다양한 예, 활용 총정리 순으로 촘촘하게 짜였다.

 

특히 색의 개괄적인 역사 파트에는 고대 및 중세 때 사람들의 인식과 안료를 얻었던 방법 등이 담겨 있었는데, 현대의 인식과 차이점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곳에서 색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단적인 예로, 고대 이집트 때 검정색(블랙)은 나일강의 범람으로 비옥해진 땅의 색을 나타냈으며 아프리카에서는 경험을 지혜를 상징했다고 한다. 블랙이 현대에 갖고 있는 차분하면서 무거운 의미는 종교의 힘이 컸던 중세 때부터 시작됐다.

 

 

창가에서 수놓는 여인.jpg

 

 

자연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그린은 아이러니하게도 독극물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18세기 셸레 그린 색상을 만든 안료 때문이다.

 

과학자 셸레가 비소 연구 중에 발견한 녹색 빛을 띠는 비산 구리로, 저렴한 가격과 변색에 강한 성질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해당 안료의 위험성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하자, 치명적인 독극물로 분류돼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포토샵 프로그램을 열어 색상 스포이드 창에 한 지점을 콕 누르면, 색상을 추출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직접 자연물을 통해 얻었어야 했다. 컴퓨터가 없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현대의 우리가 쉽게 누리는 색을 선조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구현했겠구나’ 새삼  깨달아 신기했다.

 

일상 속 색상 예는 영화, 미술 작품이 나오기도 하고, 인물이나 브랜드, 또는 국가나 장소가 등장한다. 덕분에 색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파랑색(블루)였다.

 

초등학교 때 ‘왜 나는 친구들과 달리 분홍색(핑크)이 별로일까, 왜 블루가 더 끌릴까’가 궁금했다. 성인이 된 나는 ‘왜 나는 물건을 살 때 되도록 블랙을 고집할까’ 고민했다. 취향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이 끝날 수 있지만,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원했다. 그에 대한 답을 이번 독서를 통해 얻었다.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따뜻한 감성을 전하는 핑크는 맥박수를 감소시키는 진정효과가 있는 대신 연약하게 보일 수 있다. 반면 블루는 핑크와 동일하게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맑고 깨끗하며 침착한 이미지를 전한다. 그리고 블랙은 빛을 흡수해 눈이 피로하지 않아 아늑함을 주는 면이 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사람들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능이나 센스를 타고난 편이아니기에, 능력 있는 사람’, ‘최고인 사람’은 긴 시간을 들인 노력 없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조금 부족하더라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이 되는 게 목표였다.

 

은연중에 나의 바람이 취향으로 이어진 걸까. 특정 색에 대한 끌림이 내 심리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 좋았다. 매일 같이 마주하는 색에 의미가 더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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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방문했던 국립중앙박물관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조반니 바티스타 살비의 ‘기도하는성모 마리아’였다. 보는 순간 쨍한 색감에 시선이 빼앗으면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색의 정체는 군청색(울트라마린)이었다.

 

어둡고 탁한 인디고블루의 저렴한 가격과 달리, 울트라마린 안료는 청금석이라는 준보석을 갈아 만들어 매우 값비싸고 휘귀했다. 영롱하면서 청명한 빛깔을 띠고 수백 년이 지나도 변색이 잘되지 않아 울트라마린은 비싼 값에도 인기가 넘쳤다. 따라서 르네상스 시대에 울트라마린은 예술계 사치 경쟁으로 이어졌다.

 

한 가지 색상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 속에서 나와의 접점을 찾고 색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즐거운 경험이었다. ‘블루를 좋아한다’가 기존의 내 상태였다면, 현재는 ‘나는 블루가 심리적인 안정감과 신뢰를 줘서 좋다’, ‘그리고 나는 블루 중에서도 울트라마린에 가장 끌린다’로 성장했다.

 

‘아는 게 힘이다’라는 오래된 격언 있다. 아는 게 힘이 되는 이유는 무언가를 아는 순간부터 사고가 확장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날마다 마주치는 색을 보며 사고가 확장된다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더 다채로워질까.

 

위스키 조니워커의 블루라벨, 에르메스의 오렌지, 코코셰넬이 사랑한 블랙, 클로드 모네의 바이올렛과 반 고흐가 사랑한 옐로 등. 색과 관련한 인물과 브랜드로 색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더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책 ‘컬러 인사이드’를 추천한다.

 

 

[이도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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