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끝나지 않을 별들의 이야기 - 뮤지컬 '시스터즈' [공연]

글 입력 2023.09.1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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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킥스 엔터테인먼트와 신시컴퍼니의 쇼 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는 9월 3일부터 11월 12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K-pop 걸그룹의 시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에도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걸그룹의 선조 격인 여러 시스터즈의 삶과 무대를 비추며 과거의 여성 음악인들이 가진 엄청난 파워를 보여준다.

 

<시스터즈>는 한국 가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조선악극단의 여성 단원으로 구성된 <저고리시스터>, 1950년대 미국에 진출하여 한류의 원조를 이끈 <김시스터즈>, 60년대 슈퍼 걸그룹 <이시스터즈>, 대중음악의 전설 윤복희의 <코리아키튼즈>, 그리고 7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를 휩쓴 <바니걸즈>와 걸출한 예인 인순이를 배출한 <희자매>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시스터즈의 빛나는 공연이 오늘날 뮤지컬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회전]KakaoTalk_20230914_003249920수정수정.jpg

2023/09/09 2시

 

 

6명의 배우를 통해 두 배가 넘는 배역을 보여주기에 거의 모든 배우가 멀티걸(멀티맨)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창법과 몸짓을 구사하는 ‘00시스터즈’를 해석하고 재현하는 과정에서 한국 걸그룹의 역사를 몸소 체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점 덕분에 과거에 올렸던 공연을 현대에 재연하는 것임에도 그렇게 큰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여기에 10인조 라이브 밴드가 더해져 악기 연주뿐만 아니라 오디션에 참여하는 등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며 극의 생동감을 더했다. 그들은 각 시대를 풍미하던 가수들의 느낌과 분위기를 살려 히트곡을 부활시켰다.

 

‘처녀 합창’, ’울릉도 트위스트’, ‘What I’d Say’, ’커피 한잔’ 등의 노래는 익숙한 선율과 가사로 관객들의 열띤 반응을 끌어냈다. 1940년부터 1970년대의 음악을 거의 알지 못했던 나도 어느새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며 그들과 호흡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2023 시스터즈]이시스터즈(유연,이예은,신의정).jpeg

 

 

극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작품은 시스터즈의 성장 스토리를 담기 위해 과거의 흑백 신문, 사진, 영상 자료들을 현대의 스크린을 통해 곳곳에 노출한다. 여기에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의 일제 강점기의 경성 조선극장, 미8군 무대, 60년대 라스베가스 호텔, 에드설리번 쇼, 서울 명동 거리 등 실감 난 배경과 화려한 조명 효과를 더한다. 이는 무대에 선 배우들의 아날로그적인 헤어, 의상, 메이크업과 대비되어 더욱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초반에 저고리시스터의 ‘이난영’이 아리랑을 부르지 말라는 윗선의 경고를 무시한 채 ‘처녀 합창’에 아리랑을 섞어 부르는 장면이 있다. 그 당시 시대적인 억압에 저항하듯 꿋꿋이 소리를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꼈다.

 

진정한 음악인답게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2023 시스터즈]저고리시스터(정유지,정연,선민,김려원,홍서영).jpeg

 

 

시스터즈의 환상적인 공연이 마무리되면, 숨 고를 틈도 없이 곧바로 분장실로 전환되는 연출 또한 인상 깊었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반짝거렸던 순간도 잠시 어둠이 드리워진 공간 속 고된 연습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순간만 남는다. 이러한 연출은 시스터즈가 힘든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했던 현실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게 한다. 자신의 무대를 펼치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사실 오프닝에서는 시스터즈의 자기소개만 보여주고 끝났기에 살짝 밋밋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공연을 모두 관람한 후 엔딩에서 다시 자기소개가 이어지자, 전과는 다른 전율이 느껴졌다.

 

처음에 잘 들리지 않았던 배역의 이름이 입에서 절로 나왔고, 이윽고 이어지는 배우의 이름에 뜨겁게 환호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들 또한 또 다른 시스터즈임을, 끝나지 않을 별들의 이야기임을 강조해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이처럼 <시스터즈>는 우리 역사에서 음악을 개척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현대와 과거가 교차하는 무대, 발성과 안무, 그리고 대사와 가사를 통해 순식간에 빠져들게 했다. 쇼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기억 남을만한 여운 가득한 연출이 돋보였다.

 

실제로 존재했던, 존재하는 가수들의 서사와 노래를 몽땅 가져온 만큼 그 시대를 겪은 관객들이 보며 추억 속에 젖어 드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영원히 빛날 ‘SheStars’들에게 아낌없는 함성을 보내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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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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