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렵지 않은 깊은 생각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09.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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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중학교 동창인 친구가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철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너는 그러면 꿈이 뭐야라고 물었다. 친구가 정확히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조금 더 다양한 것들에 대해 사유하고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던 것 같다. 친구는 유치원 교사가 되었지만, 대학에서 철학개론과 같은 수업들도 꽤 좋아했다.


친구는 꽤 철학적인 사람인 것 같다. '철학적'이라는 특성을 한 마디로 쉽게 정의하지는 못하겠지만, 친구와의 대화 속에는 각자의 생각을 펼쳐두는 질문과 답변이 끊이질 않으니까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철학이 궁금해졌다. 너무나도 넓고 깊은 분야다. 어떻게 접근해야 '철학'이라는 학문을 이해할 수 있을까? '철학'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어렵다'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지루하다', '복잡하다' 등이 따라온다.

 

 

전기가오리2.png

 


쉽게 생각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을 때 전기가오리라는 공부 모임을 알게 되었다. 이 모임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글의 한 문장 때문이었다.


"철학을 둘러싼 격차 문제의 해소에 기여하고자 하는 학문 공동체입니다."


철학은 어렵습니다. 철학은 복잡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철학과 전공자가 아니면 말을 꺼내기도 어렵죠. 그냥 유명한 철학자들을 고등학교 때 배운 게 전부 아닌가요?


이런 반응들은 모두 '철학을 둘러싼 격차 문제'에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이 공부 모임은 철학을 같이 공부한다. 비대면 방법으로, 때로는 대면 행사를 기획해서 철학을 이해한다. 다만, 고리타분한 이론들을 이해하고 암기하기보다는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하나씩 짚어보거나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번역되지 않았던 내용들을 함께 논의한다.


그래서 공부 프로그램들이 참 풍부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공부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지 못했다. 언제나 제목을 보고서는 '재밌겠다!'하고 신청했지만, 꼬박꼬박 신청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공통의 텍스트를 읽고 전반적인 설명을 바탕으로 질문을 공유하며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전기가오리1.png

 

 

전기가오리는 출판사로써 책도 출판하는데, "물질적 혜택"이라는 용어로 제공되는 서적들과 일력이 참 좋았다. 함께 제공되는 '설명 원고'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적을 요약한 것으로 길라잡이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일력은 하루하루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를 다양하게 던져주어 출근길마다 곱씹어 보았다.


오늘 아침 일력을 보니, 친구 생각이 났다. 아, 친구에게 전기가오리를 소개해 줘야겠다.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다.


누구나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이 시점에 예술은 각양각색의 주제를 대중 앞으로 내던진다. 문화예술 향유자로서 이를 더 깊게 사유하고 향유하기 위해서는 철학이라는 이름의 학문도 가볍게 공부해 보아도 좋다. 미학과 예술철학을 이해하며 예술을 만나면, 작품 속 더 깊은 곳까지 헤엄쳐 내려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렵지 않게 깊은 생각에 빠질 수 있다.

 

 

[이홍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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