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선하고 독창적인 삶의 예찬 - 서울세계무용축제 코리얼리티(Koreality)

낯설고도 낯익은 현대 무용 공연
글 입력 2023.09.1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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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2023, 이하 SIDance(시댄스) 공연 관람을 위해 서강대 메리홀에 방문했다. 졸업한 후로 정말 오랜만에 방문한 모교였는데, 언젠가 대학생 신분으로 바쁘게 오고가기 바빴던 길을 천천히 오르고 있자니 그 감회가 새로웠다.


지극히 일반인인 내게 무용이란 아주 낯설지만 동시에 낯익은 무언가로 다가온다. ‘무용’이란 무엇일까. ‘음악에 맞추어 율동적인 동작으로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예술’이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그 범위는 아주 넓다.


발레, 현대무용 뿐 아니라 오늘날 한류열풍의 주역을 이끌고 있는 Kpop 아이돌 가수들의 군무, 스맨파나 스우파에 등장하는 댄서들의 춤 또한 ‘무용’에 속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전문적이고 예술적인 시각에 문외한인 나도 ‘무용’의 아름다움과 멋을 충분히 감상해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서울세계무용축제 코리얼리티(Koreality) 무대에서는 독일무용단 바디토크(Bodytalk) 예술감독 와키 요시코의 안무에 한국인 무용수들이 다수 출연한다. 실제로 안무가 와키 요시코는 K-pop과 같은 한류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창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한국 좀비 영화에 주목하였고, 강자의 압박과 약자의 저항에 대한 줄거리에 초점을 맞춰 춤으로 재해석했다. 여덟 명의 무용수와 라이브 뮤지션이 출연하여 수중공간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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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빅뱅의 뱅뱅뱅 노래와 함께 파워풀하고 에너지 넘치게 시작된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히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어져 나갔다. 때문에 눈을 뗄 수 없었고 그 강렬한 신선함의 여운이 공연 후에도 꽤 이어졌던 것 같다. 마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영화를 처음 봤을때와 같이 좋은 의미의 ‘파격적’임으로 인상에 깊이 남은 장면들이 존재했다.


쿵쿵대는 비트, 점점 더 강렬해지고 빨라지는 비트에 맞춰 박동하던 무용수들의 동작들이 생각난다. 마치 끊임없이 합쳐졌다 다시 흩어지는 물방울들처럼,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음향과 음파 그 자체였다. 온 몸으로 생동감과 에너지를 표현해내는 모습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강렬한 에너지와 동시에 그 모든 걸 집어삼키는 ‘죽음’의 끝없는 적막함이 함께 느껴졌다. 한 명 한 명의 동작들이 너무나도 선명했고 또 멋졌다. 칼군무 속에서도 각기 다른 춤선들을 뽐내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무대는 깊고 어두운 ‘심해’를 표현했던 장면이다. 강렬한 비트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모든 조명을 다 끄고 숨소리조차 죽인 듯한 그 적막 속에서 하나 둘 빛들이 등장했다. 뽀글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다양한 소품과 안무로 표현해낸 심해 속 – 물고기, 해파리, 물의 흐름 – 은 미스테리하고도 아름다운 미지의 세상 그 자체였다.


인간은 종종 압도적이고 불가해한 자연 앞에서 두려움과 경외감을 느낀다. 97%가 물로 이루어진 지구에서 고작 3%의 땅 위에 사는 우리 인간들은 사실 얼마나 작고 어리석은 존재일지. 우린 심해 속 세상이 어떠한지, 그 속에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동시에, 알 수 없는 압도감과 두려움에서 비롯된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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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무대에선 나부끼는 아름다운 천과 함께 한복 차림의 무용수가 등장했다. 무언가를 애타게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몸짓과 목소리, 나부끼는 천만으로도 우리 안에 고여있는 어떤 슬픔을 건드리는 듯 했다.


그리고 동시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은빛 가루를 흩날리며 등장한 무용수의, 마치 로봇을 연상시키는 듯한 몸짓과 그 주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몇 쌍의 무용수들까지. 현대와 전통, 더 나아가 근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듯한 그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분위기.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신선했으며 인상적이었고 동시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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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소위 ‘현대’ 예술들은 – 현대미술, 현대무용, 현대음악 등 – 과거의 관습과 방식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존재해왔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당연함에 익숙해져 있는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물음을 던진다.

 

때문에 어떤 면에선 현대 예술작품에서 일관된 어떤 의미와 해석을 찾고자 노력하는 감상 방식은 무의미하다. 애초에 그렇게 해체된 파편으로써 의미를 가지는 작품들이므로.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된다고 느껴진다.


이번 공연은 그렇게 해체된 파편들의 신선함과, 동시에 그 안에 여전히 녹아 있는 ‘인간다움’의 메시지로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동시에 온 몸으로 삶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무용의 아름다움에 대해 흠뻑 느낄 수 있었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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