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팜 파탈; 가려져버린 - 신화의 재해석이면서 끝나지 않는 여성 수난사

글 입력 2023.09.0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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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팜 파탈; 가려져버린’은 대표적인 극단 중 하나인 산울림이 기획한 산울림 고전극장 중 한 작품이다. 산울림 고전극장은 고전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여 만든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작품은 ‘용의 아이’, ‘붉은 파랑새’, ‘이솝 우화-짐승의 세계’에 이은 작품이다.

 

흔히 고전은 영원불변의 절대적인 진리를 담고 있는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소멸되지 않고 살아남아 검증을 거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긴 시간 동안 어떤 작품이 뛰어나다는 고정관념이 쌓인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후대 사람들이 고전을 재평가하지 않고 그냥 뛰어난 작품이라고 받아들인 측면이 없을까 하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나다는 작품일지라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또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평가나 해석은 다양해 질 수 있다. 실제로 잘 알려진 고전 작품 중 유색인, 여성 차별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산울림의 이런 기획이 큰 의미가 있으며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이 취지에 아주 잘 맞는다.

 

‘팜 파탈; 가려져버린’은 고전 중에서도 생소한 수메르신화의 이야기를 가져 온다.

 

요즘 유행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같은 ‘히든 죄수’라는 인기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신화 속 죄수를 찾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시 판결을 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말 그대로 재평가, 재해석을 하는 것이다.

 

연극에 등장하는 죄수들은 인안나, 릴리트, 메두사, 펜테실레이아 등 4명인데 모두 여인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점이 큰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이들은 각각 남편과 시누이 살해, 도의적 살인, 무수한 살인, 대량 학살의 죄를 지었다고 한다.

 

이들은 각각 자신들의 사연을 이야기 하면서 억울하다고 항변하기 시작한다. 과연 재판관은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죄를 지었다고 끌려나온 여인에게 죄 없는 자만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는 예수의 말이 적절한 판결인 것 같다.

  

이 연극은 고전에 대한 재해석이면서 여성 억압에 대한 저항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4명의 죄수가 여성이면서 그들이 당한 일들을 들어보면 사건들이극심한 여성 차별 속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고전에 대한 재해석이면서 현재 여성들이 겪고 있는 고난 또한 반영하고 있는 점이 큰 의미가 있다. 남성의 극심한 폭력이나 사회의 차별에 대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행한 행동 때문에 처벌 받는 즉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아 죄인이 된 많은 여성들은 4명의 여주인공의 현재 모습이다.

 

 

[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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