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 어느 멋진 아침

<어느 멋진 아침> (Un beau matin), 미아 한센-러브
글 입력 2023.09.0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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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우리가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은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의 모습을 마주할 때다.

 

영화를 보고 있는 "나"와 영화 속 "그녀"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녀는 현실의 나이기도 하다.

 

8월의 마지막 날, 여름의 끝자락에 프랑스 감독 미아 한센-러브 (Mia Hansen-Love)의 <어느 멋진 아침> (원제 Un beau matin) 보았다. 그녀의 2016 년작 <다가오는 것들> (원제 L'Avenir)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느 멋진 아침> 또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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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것들> 나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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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아침> 산드라

 

 

<어느 멋진 아침>(2023)과 <다가오는 것들>(2016)는 철학, 늙음, 상실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닮았다.

 

<어느 멋진 아침>의 산드라(레아 세두)는 통번역사로 일하면서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우연히 만난 죽은 남편의 친구였던 클레망(멜빌 푸포)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에게는 이미 가정이 있다. 클레망은 산드라를 떠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철학교수였던 아버지(파스칼 그레고리)는 신경성 질환을 앓게 되어 점차 시각능력과 인지능력을 잃어간다.

 

<다가오는 것들>의 나탈리(이자벨 위페르)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친다. 남편은 어느 날 젊은 여자와 사랑에 빠져 떠나고, 늙은 어머니는 불안증에 빠져 요양원으로 모시게 되지만 세상을 떠난다. 나탈리는 모든 것이 자신을 떠나가는 와중에도 지적으로 충만하게 자신의 삶을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에게는 제자들과 자식들 그리고 철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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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것들>에서 나탈리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팡세의 구절을 읽는다.

 

 

나는 사방을 둘러본다. 그런데 보이는 것은 오직 암흑뿐이다. 자연은 회의와 불안의 씨가 아닌 어떤 것도 나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팡세>, 파스칼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세상을 더 잘 알고 많은 것에 능숙해질 줄 알았는데.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상실과 불안은 언제나 막막하다. 매 순간 우리는 조금씩 늙어가고 사랑하는 사람은 떠나간다. 늙음과 상실을 마주할 때마다 사방을 둘러봐도 암흑뿐인 것만 같다.

 

팡세의 구절처럼. 병으로 시각을 잃어가는 산드라의 아버지처럼. 평생을 철학을 가르치고 시를 읽으며 사유하는 삶을 살아온 그에게 늙음은 생각하는 능력을 앗아갔다.


<어느 멋진 아침> 첫 장면에 산드라와 딸 린은 산드라의 할머니의 집을 방문한다. 그녀는 나이가 아주 많이 들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산드라와 린의 얼굴은 동정도 안타까움도 없다. 어린 린은 중년의 산드라의 나이가 될 것이고, 산드라도 노인이 될 것이다.

 

영화는 두렵고 막막한 늙음의 과정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상실은 상실 그대로. 늙음은 늙음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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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산드라와 가족들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클레망의 사랑한다는 메세지를 받고 산드라는 눈물을 흘리면서 미소 짓는다.

 

암흑 속으로 꺼져가는 늙음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가 빛 속에 여전히 머물러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영화를 말한다.

 

우리의 시간도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흘러간다. 일을 하고, 늙은 부모님을 돌보고, 아이를 키우고, 데이트를 하는 산드라의 일상은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다.

 

상실의 순간이 찾아와서 마음이 무너지려고 한다면 영화 속 주인공을 떠올린다. 슬프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말자고. 사랑은 우리를 버티게하는 유일한 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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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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