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 어느 멋진 아침 [영화]

레아 세이두 X 미아 한센-러브 감독
글 입력 2023.09.07 00: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스페셜 포스터02.jpg

 

 

수채화 같은 거리를 지나는 주인공 산드라의 걷기로 영화는 시작된다.

 

지금 그녀는 아버지 게오르그의 집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문 여는 것부터 쉽지 않은 아버지는 딸의 도움으로 문을 열 정도 지병을 앓고 있다. 산드라는 그런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홀로 딸까지 돌본다.

 

그래서일까, 통역사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그녀의 얼굴엔 어쩐지 쓸쓸함도 묻어난다. 남편과 사별한 지 5년이나 넘은 산드라는 가끔 누군가의 친절에 울컥할 만큼 감정적으로 자주 흔들리는 상태였다.

 

사실 제삼자의 시야에선, 그래도 살아갈 만한 환경이라고 볼 수도 있다. 멋진 직업, 귀여운 자녀, 안락한 집까지. 작게 보면 어떤 이들은 부러워할 수도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감정적 고뇌를 겪는 사람에게 ‘그 정도는 다 견뎌’라는 말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위로는 없듯이, 함부로 어떤 슬픔도 재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아름다운 하늘,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삶의 괴리는 더 무겁고 크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러나 솔직한 마음으로, 프랑스 문화의 많은 영역이 낯설었다. 산드라가 사랑에 빠진 남자는 유부남이었고 그의 배우자 역시 그의 외도에 슬퍼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경우, 역시 개방적 문화라는 이유로 합리화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영화에서 보이지 않은 또 다른 가정의 파괴는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서 불륜은 다양한 의도와 장치로 사용되겠지만, 여기에서는 오히려 ‘불륜’이란 설정 때문에 주요 주제를 흐리게 만드는 감이 있었다.

 

 

3472521076084292172.jpeg

 

 

더구나 불륜으로 성취된 사랑은 그녀의 행복을 당연히도 보장해 주지 못할 것이다. 만약 산드라가 남자주인공, 클레망의 거절을 받게 된다면, 또 한없이 마음의 추락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복은 본인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 때 이루어지고, 이를 토대로 사랑도 건강한 관계로 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러므로 불륜이란 장치보다는 오히려 삶을 살아가고 그에 대한 내면의 변화, 자신의 심리적 요인들에 더 집중한 장면이 많았다면, 그 과정 자체에서 영화는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산드라가 아버지, 게오르그에 대해 말하는 장면은 유일하게 인상 깊었다. 철학과 교수였지만 다시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아버지. 그래서 산드라는 아버지를 직접 보는 것보다 그의 책들을 보는 게 더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를 설명하는 것들이 우리가 해 온 것들, 말하고 쓰던 것들이 자신이 된다는 말처럼 말이다.

 

아버지를 이룬 것들이 무너졌을 때, 산드라가 느끼는 아버지의 부재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길을 헤매는 노년의 상황에서도 미소 짓게 만드는 건 사랑이었듯이, 최대한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다가, 각자 삶의 의미를 채워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영화는 말한다.

 

그런 과정이 쌓여, 매일 있는 아침이, 어느 멋진 아침으로 생각되고, 순간을 더욱 소중히 보낼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7.jpg

 

 


심은혜.jpg

 

 

[심은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3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