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길' - ① 중부고속도로

글 입력 2023.09.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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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출장이 잦은 공연 업계에서 일을 하고,

취미 생활로 다양한 곳들을 여행하며

달에 수십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고 있다.

어느 때처럼 운전대를 잡고 도로 위를 달리던 도중

문득 달리는 차 안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구구절절 글로 써 내려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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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동생이 학업의 이유로 경기도 이천에 머물고 있다. 주말에는 알바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부모님 집에 있다가, 일요일 저녁에는 다시 자취방으로 향한다.


나도 대학생 때 그랬다. 지금은 서울에 있는 회사에 다니게 되어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지만, 대학생 때는 학교가 있는 경기도 안성에서 자취생활을 하였고, 주말에는 알바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유로 서울에서 지냈다.


일요일 저녁에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동생을 자취방까지 데려다주곤 한다. 아무리 경기도라 할지라도 교통이 편하지 않은 지역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세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 거리를 무거운 짐과 함께 이동하면 그날은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다. 나 역시 이러한 불편함을 대학 생활 하는 동안 똑같이 느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동생을 데려다주고 있다.


집에서 동생이 지내고 있는 이천까지는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나 역시 안성에서 생활할 당시 중부고속도로를 통해 이동했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내가 평소에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가 생긴 뒤로부터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 때 서울에서 인턴을 병행하며 처음 차를 구매하게 되었다.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특정 시간을 제외하면 정체가 발생하지도 않고, 도시의 불빛도 찾기 힘든 곳을 편도 2차선의 도로로 계속해서 달리기 때문에 한적한 분위기가 나곤 한다. 하지만 나에게 중부고속도로는 그러한 여유를 느낄 틈이 없는 곳이었다. 학교생활과 인턴 생활을 동시에 했었을 당시, 학교로 향하는 길에는 휴게소에 들려 간단한 끼니를 때움과 동시에 하지 못했던 과제를 정신없이 했었다. 수업이 끝난 후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도 가는 길에 있는 한 휴게소에 들리면 내가 좋아하는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들어와 있어 끼니를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이곳은 다른 식당들이 문을 닫는 늦은 시간에도 운영하여 정말 다행이었다.


이 구간의 재밌는 점은 고속도로가 두 길로 나뉜 다음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이다. 수도권 구간의 정체를 방지하기 위해 마장분기점까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제2중부고속도로’가 존재하는데, 각 고속도로 별로 출입할 수 있는 휴게소가 다르기 때문에 나는 앞서 언급한 휴게소를 이용할 수 있는 구간으로 선택하는 편이다.


오늘도 동생을 데려다주고 서울로 돌아가기 전 동생의 자취방에서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고 있다. 오랜만에 대학가 원룸촌의 분위기를 느끼며 추억에 젖은 채로,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다시 대학 생활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아 잠시나마 그때의 추억들을 떠올려보는 중이다.


대학교 마지막 학년 때, 지역 아동센터에서 근로 장학생을 했던 적이 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시 함께 일했던 지역 친구들과 상당히 친하게 지냈었다. 그 친구들은 본인들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근로장학 및 사회복무를 위해 센터에서 일했었다. 그럼에도 학업 때문에 외지에서 온, 해당 동네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었고, 졸업과 함께 다시 서울에서 지내게 된 지금까지도 가깝게 지내고 있는 좋은 인연들이다.


쉬는 날에 가끔씩 당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점점 서울과 멀어질수록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사회생활을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자아가 만들어지기 전, 꾸밈없는 모습으로 마주했던 마지막 인연들이기에, 과거의 내 모습이 그리워질 때쯤이면 한 번씩 그곳을 찾게 된다.


나에게 중부고속도로는 과거로 돌아가는 길이다.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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