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당신을 위한 호러 세계의 안내자, 팀 사이드(Scythe)

글 입력 2023.09.0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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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 2호_표지.jpg

『오드(The Odd)』 2호 표지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면 어김없이 누군가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괴담 콘텐츠는 시대를 타지 않고 매체를 바꿔가며 인기를 누린다. 호러라는 장르에 대한 호불호는 존재할지라도 '무서운 이야기'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건 분명하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는 미지의 것을 안전한 자리에서 끝까지 탐구해보고 싶은 욕망이 잠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무엇이든 자꾸만 무서운 것들에 마음이 가는 이들에게, 팀 사이드(Scythe)독립 매거진 『오드(The Odd)』를 소개한다.


『오드(The Odd)』는 다양한 호러 콘텐츠를 깊게 탐구하고, 거기서 호러를 만들고 즐기는 인간을 읽어낸다. 또한 호러라는 장르 자체의 맥락을 살피며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팀명인 '사이드(Scythe)는 '낫'과 '옆자리(Side)'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호러 장르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낫을 든 사신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독자를 호러의 세계로 안내하는 친절한 가이드가 되겠다는 뜻이다. 작년 1호를 낸 데 이어 올해 2호 출간을 앞두고 한창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팀 사이드의 리리브, 킬리아 작가를 만나 호러의 매력을 들을 수 있었다.

 

 

사이드 프로필 (검은 배경).jpg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사이드’ 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킬리아(이하 ‘킬’):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는 킬리아입니다.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킬리아는 매거진을 만들고 희곡을 쓸 때 사용하는 필명이에요.


리리브(이하 ‘리’): 안녕하세요, 리리브입니다. 저도 소설, 희곡, 영화 시나리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호러 장르를 좋아해서 다수의 호러소설을 발표했습니다.


: 리리브 작가와는 어릴 때부터 알았던 친구인데, 둘 다 문예창작과에 진학하며 더 가까워졌어요. 둘이 같이 독립 매거진을 만들기로 한 다음, 매거진 만드는 일을 하는 제 동기와 출판사에 있는 리리브 작가의 선배까지 넷이 모여 2021년부터 ‘사이드’라는 팀을 꾸렸어요. 그렇게 호러 장르 전문 매거진 『오드(The Odd)』가 탄생했습니다. 작년에 1호가 나왔고, 지금 2호 펀딩을 하는 중입니다.

 

 

왜 매거진, 그중에서도 호러 장르 전문 매거진이었나요?


: 우리 같은 신인 예술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면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독립 매거진 얘기가 나왔고, 저와 킬리아 작가 둘 다 호러 장르를 좋아하니까 그럼 호러 매거진을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다른 두 분도 호러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요.


: 우리나라에서 호러만 본격적으로 다루는 매거진은 없으니까, 호러라는 장르를 탐구하며 여러 호러 작품을 소개하는 매거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매거진 제목은 제 아이디어인데요, 간결하면서 디자인하기도 쉽고 호러의 함의를 담고 있는 단어를 고민하다가 ’Odd’가 생각났어요.

 

 

마니아층은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기에는 호러라는 장르가 너무 마니아틱한 게 아닌가 여러 가지로 우려되는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 말씀대로 우리나라에서는 호러 소설이나 호러 영화가 큰 인기를 누리는 건 아니라 걱정도 했어요. 이 장르에 편견을 가진 분도 계실 수 있고, 접근성이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저희는 진성 호러 팬들만이 아니라 호러 장르에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매거진을 지향해요. 뭔가 기이하거나, 이상하거나, 좀 으스스한 것을 조금이라도 즐긴다면 분명 재미있을 거예요. 잔잔한 잠재 독자들을 끌어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오드(The Odd)』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1호를 만들 당시 매거진이 일종의 ‘유령의 집’처럼 공간성을 띠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눴어요. 그래서 1호는 고딕 뱀파이어의 으스스한 성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코너도 거기에 맞춰서 구성했어요. 이번에는 캠프 콘셉트이기 때문에 목차도 ‘패킹 가이드’, ‘하이킹’, ‘캠프 파이어’ 등 캠프의 요소로 잡았습니다.


: 호러 하면 흔히 떠올리는 호러영화나 호러소설 외에도 다양한 매체를 다뤘으면 좋겠다는 게 저희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매거진에 싣기 힘든 작품도 담으려 해요. 예를 들어 1호에는 QR코드로 영상 작품을 볼 수 있게 해 뒀고, 이번 2호에도 미디어아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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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The Odd)』 1호 표지

 

 

1호 주제는 ‘소원’이었고, 이번에 나오는 2호 주제는 ‘할로윈’입니다. 주제 선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 이태원 참사 이후 할로윈은 우리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니까요.


: 참사가 일어난 이후 우리는 할로윈을 축제의 날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되었어요. 저희도 자연스레 호러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조심스럽고 염려도 되지만, 호러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킬리아 작가가 올해 초 기획 회의에 그 주제를 가져왔을 때, 팀 내부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2호 주제로 확정된 다음에도 혹시 우리의 작업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주의를 기울이고 걱정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저희의 고민은 매거진 마지막에 실린 저희 팀의 대담 <캠프 호러 속 청년의 서사 돌아보기>에 많이 녹여냈어요. 1980~90년대 슬래셔 영화에서는 청년들의 희생이 일종의 클리셰인데요. 오늘날 우리는 그런 영화들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영화 속 희생자들에게 어떤 윤리적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한편으로 작년에 있었던 참사를 떠올리면 그 일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데서 현실적인 공포가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거야말로 진짜 공포가 아닐까요.

 

 

답변에서 호러에 대한 깊은 생각이 느껴져요. 두 분 다 예전부터 호러에 애정을 갖고 계셨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이 장르에 빠지게 된 건지도 궁금해요.


: 어떤 계기가 딱 있었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그런 장르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었을 때의 충격,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보며 느낀 놀라움이 생생해요. 중학생 때는 매일 악몽을 꾸면서까지 공포소설을 손에서 놓지 못했어요. 무섭고 충격을 받으면서도 신선하고 대단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 저는 어렸을 때 <아담스 패밀리>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들을 보며 나도 특별해지고 싶다, 독특한 개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호러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두 분께 호러 장르의 매력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어요.


: 호러 장르에는 두근거림이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호러 작품에는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잖아요. 거기에 도달하기까지의 긴장감, 미지의 것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궁금증이 매력적이에요.


: 호러의 매력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이 장르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호러가 주는 카타르시스에 있어요. 현실에서는 피해자인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고, 운 좋게 가해자가 처벌받는다 해도 형벌이 터무니없이 적게 느껴지는 사건도 즐비해요. 하지만 호러의 세계 안에서는 얼마든지 강렬한 사적 복수가 가능하죠.


: 저는 오컬트 호러를 좋아하다 보니 현실에서도 검은 옷을 좀 즐겨 입고 락 장르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또 호러 장르에 편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사람(리리브)도 호러를 좋아하지만 오늘 이렇게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왔으니까요. (웃음) 공포라는 장르는 하나로 수렴되지 않아요. 굉장히 다이나믹하고 파워가 있는 장르이고, 그런 지점에 많이 매료됐던 것 같아요.

 

 

그럼 지금 두 분의 취향에 큰 영향을 미친 호러 작품이 있을까요?


: 호러 중에서도 오컬트 호러나 마녀에 관심이 많아요. 어릴 때 봤던 <크래프트>와 <로즈마리의 아기> 영향인 듯해요. <크래프트>는 4명의 마녀가 나오는 오컬트 영화고. <로즈마리의 아기>는 귀신이 나오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에요.


: 저는 여전히 에드거 앨런 포가 최애 작가 중 한 명이에요. 포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테마를 ‘고딕’이라고 하는데요, 그 장르를 가장 좋아해요. 일본 호러 소설들도 좋아해요. 한 작가만 이야기하자면 기시 유스케요. 『검은 집』, 『신세계에서』는 악몽을 꾸면서도 재밌게 읽었어요. 청소년기에 읽었던 책들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제 취향의 기반이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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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The Odd)』 2호 텀블벅 얼리버드 후원 한정 굿즈

 

 

호러 장르에 대한 애정 담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오드(The Odd)』가 좀 더 궁금해졌어요. 이 매거진을 좀 더 재미있게, 알차게 읽는 방법이 있을까요? 기획자로서의 팁 같은 게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호러 장르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호러 장르 자체에 얽힌 여러 가지 맥락을 생각한다면 더 입체적으로 매거진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왜 국내의 호러 영화는 2000년대 초반에 나름대로 많은 히트작을 남긴 이후로 근래에는 좀처럼 흥행이 되지 않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겠죠. 또 호러영화가 다른 장르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들어 신인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판에 처음 뛰어들 때 많이 선택한다는데, 그런 것도 흥미롭고요.


: 저희가 목차를 굉장히 고심해서 짰기 때문에 목차대로만 따라오시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특히 초반에 호러 장르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호러 온도계’와 ‘R-list’라는 코너를 준비했어요.


‘호러 온도계’는 최근 1년간 개봉하거나 출간한 호러 작품들을 늘어놓고 저희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공포 수치’를 매겨본 거예요. 호러라면 무조건 잔인하고 무섭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이 코너를 보신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R-list’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이너한 호러 작품들을 소개하는 코너예요.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지 않고 출간되지 않은 작품까지도 폭넓게 다뤄서 새로운 작품을 많이 알아가실 수 있습니다.


초반에 그렇게 호러에 마음을 열고, 이어서 외부 필진과 작가들의 원고와 작품을 보시면 됩니다. 그다음 저희 내부 필진들의 원고까지 읽으며 차근차근 따라간다면 충분히 잘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직접 독자를 만난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 있었는지도요.


: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고, 주로 온라인에 올라오는 후기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1호에서 내부 필진인 ‘청’님이 ‘케이팝x호러’라는 코너에서 태민의 솔로곡 ‘Criminal’을 다뤘는데, 그 코너를 보려고 매거진을 사신 분도 계실 만큼 반응이 좋았어요. 최근까지도 관련 문의가 와요. 기분이 뿌듯하죠.


: ‘청’님의 글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건 저희 매거진의 기획 의도와 독자들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호러와 맞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어떻게 호러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매거진을 만들며 많이 고민하는데, 그걸 눈치채 주시면 기분이 좋죠.

 

 

독립 매거진은 1호보다 2호를 내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호까지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 2호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팀원들이 호러에 대한 애정도 깊고 열정도 대단했던 덕분이에요. 저는 매거진에 실을 작품을 찾아보고 청탁을 드리며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는 게 정말 좋았어요. 처음 기획할 때 1년에 한 번씩, 적어도 5호까지는 내보자고 얘기했거든요. 1년에 한 권 정도면 각자 본업을 하면서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어요.


: 저도 서로 공통점 많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2호가 또 나올 수 있었다고 봐요. 사실 저는 학업과 병행하느라 약간은 버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웃음) 5호까지 계속 내려면 팀원을 한 명 더 들여야 되는 게 아닌가…


: 그럼 인터뷰 지면을 빌려 모집을 해볼까요. 호러를 좋아하시고 저희와 함께 매거진 만들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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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The Odd)』 2호 텀블벅 후원 굿즈

 

 

그럼 앞으로 이 매거진을 기반으로 해보고 싶으신 일이나 계획 같은 게 있으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 저는 이 매거진을 통해서 다양한 어떤 예술인들을 만나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그래서 그분들과 계속해서 인연을 유지하고 싶어요. 매거진이 아니더라도 ‘사이드’라는 이름으로 그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다음번에는 저도 매거진에 짧은 소설을 싣고 싶어요.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극 작품을 어떻게 하면 좀 재미있게 지면에 실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곤 해요. 최대한 틀에 갇혀 있지 않은 형식으로 매거진에 글을 실어보고 싶어요.


: 저와 다른 팀원들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여러 가지 문화 예술 관련 지원 사업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뭔가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를 얘기를 많이 나눠요. 독자를 대상으로 한 북토크나 작가 낭독회를 생각하기도 했어요. 지금까지는 실제로 시도를 못 했는데, 계획대로 5호까지 낸다면 그런 이벤트를 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나올 『오드(The Odd)』 2호는 어디서 만나볼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 지금 텀블벅에서 펀딩이 진행 중이고요, 책이 나오면 몇몇 독립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1호는 재고가 몇 권 안 남긴 했지만 사이드 공식 SNS계정으로 들어오셔서 dm 보내주시면 저희와 직거래를 하실 수 있습니다.


: 아직 논의된 바는 없지만 2호는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조금 쉽게 찾으실 수 있도록 저희가 노력을 할 예정입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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