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콜드플레이엔 낭만이 있다 [음악]

때론 라이브로 들을 때 더 좋은 노래가 있다는 것
글 입력 2023.09.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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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거리를 걷다가 익숙한 멜로디에 걸음을 멈췄다. 나처럼 걸음을 멈추고 삼삼오오 모여있는 행인들 사이로, 소리의 근원지로 나도 모르게 다가갔던 것 같다. 그곳엔 작은 버스킹 공연이 진행중이었다.


하나의 건반, 하나의 마이크. 버스킹 노래는 콜드플레이의 ‘Yellow’였다. 잔잔하게 편곡된 곡과 차분한 소울로 가득한 목소리는 원곡의 감미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한층 더 살리는 듯했다. 한 소절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되었던 것처럼, 마치 이 순간을 잠시 멈춰 간직하라는 듯이 말이다.


누군가는 서서 또 누군가는 계단에 앉아 가만히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나도 잔잔히 분위기를 감상했다. 부쩍 가을에 가까워지며 하늘도 노을도 아름다운 요즘이다. 저녁 6시경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세상, 오렌지 빛깔의 하늘, 풀냄새 섞여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 순간을 물들이는 음악 ‘Yellow’까지.


무언가를 보고 듣는다는 건 가끔 내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어떤 곳에 존재한다는 건 비단 장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곧 어떤 순간에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어떤 순간의 풍경, 분위기, 소리와 감정까지 그 모든 것들을 내 안에 담는다. 스펀지처럼 그 순간을 빨아들인다. 


그날은 마침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반가운 저녁 약속을 마치고 걸어가던 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와 친구가 좋아하는 카멜커피를 마시고 – 그 사이를 멈추지 않는 수다로 채우며 - 다음에 어디를 갈까?라며 그저 앞으로 걷던 중이었다. 


계획적인 일정을 중시하는 나지만 요즘은 어쩐지 좀 즉흥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어쩐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사 같다는 생각에, 또 가끔은 그냥 발 닿는 대로 걷다가 기대하지 못했던 어떤 순간을 마주하게 될 수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풍경은 어쩐지 내게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주었다. 친구와 나란히 앉아 들었던 노을진 그날의 버스킹 공연처럼 말이다.


아름다운 음악과 선선한 바람, 그 황금빛 노을 아래의 풍경 속에서 난 꽤 즐거웠다. 친구와 나란히 앉아 음악을 감상하던 그 순간이, 코끝으로 느껴지는 상쾌했던 여름의 향기가, 그리고 그 평화로웠던 분위기가. 


음악엔 낭만이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지어진 곡임에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언제나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감상에 잠긴다. 노래 안에 담겨있는 노을진 하늘의 아름다움을 나도 언제나 느낄 수 있으니까. 버스킹을 들으며 어쩐지 이 순간의 노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콜드플레이의 Yellow를 들을 때마다 이 날의 풍경이 기억나겠지. 


가끔은 말해 주고 싶었다. 너와 함께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 내겐 이렇게 보인다고, 이렇게 아름답고 즐겁게 느껴진다고.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더욱 아름답고 유쾌하게 느껴지는 풍경도 있는 법이었다. 삶이란 결국 이렇게 더할 나위 없는 어떤 순간을 위해, 그 풍경을 보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나가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난 그 모든 순간에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길 바란다. 


지독히 선명한 현실은 종종 우릴 아프게 한다. 때문에 삶엔 낭만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이야기로, 음악으로, 사랑하는 무언가로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아름답게 덧칠해야 한다. 그렇게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지는 삶을 오늘도 우리는 살아간다. 


그날 밤은 집에 들어와 콜드플레이의 Yellow를 듣고 잤다.

 

콜드플레이엔 역시 낭만이 있다. 원곡도 좋았지만, 어쩐지 버스킹 라이브로 들었던 그 곡이 더 좋았다는 감상이 든다.


언제나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그날의 노을 한 조각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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