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만화의 문법, 영화의 화법 - 타짜 [영화]

모두가 아는 그 장면, 그 대사, 그 캐릭터. 그리고 제목.
글 입력 2023.08.30 02: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230830_140501684.jpg



 

모두가 아는 그 장면, 그 대사, 그 캐릭터. 그리고 제목, 타짜.

 

근래에도 매스컴에서 장면으로 토막나 매분 매초가 훌륭한 밈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전설의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이유는 다루는 소재가 소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도박, 매음, 깡패, 패가망신 등등등. 벌써부터 폭력적인 냄새가 물씬 나니까. 깡패-검찰-형사 구도의 한국 상업영화에 염증을 느낀지 좀 된 사람 입장에선 듣기만해도 여간 피곤한 장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전설엔 이유가 있고 시류를 만든 레전더리는 그 이름값을 어느 방면에서든 하게 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 첫 타짜 시청 후기?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 정도로 일축할 수 있겠다.

 

타짜를 보면서 느낀 가장 큰 인상은 '캐릭터와 서사와 호흡이 90-00년대 만화같다.'였다. 무슨 말이냐면, 매우 함축적이고 불친절한 감정선과, 그와 반대로 미치도록 촘촘한 사건 전개, 거침없는 호흡이 매우 돋보였다는 뜻이다.

 

관객은 고니를 제외한 다른 인물의 과거 행적이나, 가족 관계, 일상적인(다른 말로 서민적인, 인간적인) 모습을 알지 못한다. 사실상 영화의 주인공인 '고니'를 포함한 모든 작중 인물은 관객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현재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대사 몇 개로 과대표되는 캐릭터성 안에서만 존재한다.

 

물론 러닝타임이 정해진 모든 작품이 그러하지만, 타짜는 특히나 모든 인물이 과장되고 특색 명확한 캐릭터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KakaoTalk_20230830_140501684_01.jpg

 

 

과장된 캐릭터성과 캐릭터에 대한 불친절한 설명이 이 영화의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침없는 90-00년대식 장르만화의 특징과 이 영화의 핵심은 바로 "몰입감있는 에피소드 전개" 그 자체다. 타짜는 인간의 감정을 세밀하게 깎아서 보여주거나 대단한 인문학적 가치를 설파하거나 교훈을 주려고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타짜는 상업영화다. 따라서 정해짓 플롯을 가장 몰입감있게, 흥미진진하게 조망하는 그 자체가 이 영화의 목적이다. 때문에 타짜는 캐릭터 혹은 캐릭터 간의 감정선을 필요 이상으로 묘사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바로 그 불친절한 서술이 극중 인물과 인물의 감정선에 공백을 만들어, 관객이 몰입도를 배가시킨다는 점이다.

 

(정마담이 정말로 고니를 사랑했을까? 같은 의문 같은 것들.)

 

 

KakaoTalk_20230830_140501684_03.jpg

 

 

카메라 연출에 대해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이 영화를 처음 봤으면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몰입감 넘치는 구도와 설계와 그에 맞는 모든 캐릭터 설계가 빛났던 작품. 소재의 피로도는 어느 순간 잊게 될 정도로 집중해서 봤다.

 

만화의 문법과 영화의 화법이 적절하게 콜라보된 명작이라고 박수치며 말하고 싶다.

 

 

[김나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