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실패에도 꺼지지 않는 혁명의 불씨 – 뮤지컬 ‘곤 투모로우’

글 입력 2023.08.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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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뮤지컬 곤투모로우 포스터 [제공=PAGE1].jpg

 

 

조선 말기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순간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재창조된 작품, 뮤지컬 <곤 투모로우>가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1년 반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밖으로는 서구 열강과 청, 일본의 이권 쟁탈이 가속화되고, 안으로는 간신들이 활개를 치던 1880년대의 조선은 혼란 그 자체였다.


이 시기에 김옥균과 홍영식 등의 급진 개화파는 서양의 과학 기술을 비롯하여 근대 사상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주장하며 신분제 폐지, 상공업 진흥, 종교의 자유 허용 등의 변화를 요구한다. 청의 내정간섭으로 원하는 개혁이 불가능해지자 1884년에 청으로부터의 독립과 조선의 자주권 확립 및 개화를 목표로 한 갑신정변을 일으키지만, 청의 군사 개입으로 3일 만에 마무리된다.


<곤 투모로우>가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의 삶에 주목하는 작품인 만큼 개혁의 준비와 진행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야기는 갑신정변에서부터 시작된다.


즉, 실패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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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공연과 초연에서 김옥균을 암살하는 인물은 역사적 사실로 알려진 것과 같이 불란서 최초의 유학생 홍종우였지만, 재연부터는 가상의 인물 한정훈을 암살자로 등장시킨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조선이라는 나라에 실망과 환멸을 느낀 정훈은 족보까지 팔아넘기고 불란서로 향한 청년이다. 하지만 그토록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곳에서 살아가면서도 동쪽에 있는 자신의 고국, 조선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고종의 부름으로 조선에 돌아온 정훈은 홍종우의 이름으로 옥균에게 접근해 그를 암살하라는 명을 받는다. 이미 수차례 암살 시도를 겪은 옥균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개화파 성향을 가지고 유학까지 갔다 온 홍종우의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5 [제공=PAGE1].jpg

 

 

하지만 정훈은 옥균을 실제로 만난 후 그의 사상과 성품에 감화되고 그를 죽이는 일에 대해 번뇌하게 된다. 


그런 정훈에게 옥균은 왕의 명대로 자신을 죽이고 조선의 내일을 위한 꿈을 대신 이어가 달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옥균의 죽음 후 이야기의 중심은 정훈에게로 옮겨 간다.


옥균이 청에게서 자주권을 확보하고자 개혁을 시도했다면, 정훈은 그 이후 조선을 삼키려는 일본에 맞서 싸우며 조선을 지키고자 한다.


홍종우라는 역사적 실존 인물에 대한 표현의 제약에 갇히는 대신 가상의 인물 한정훈을 내세우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옥균의 뜻을 이어가는 서사를 정훈에게 부여한 것이다. 이로써 <곤 투모로우>는 비단 한 국가의 역사만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의 주제에 대한 보편성을 획득한다.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4 [제공=PAGE1].jpg

 

 

그러나 1905년에 일본과 을사조약이라는 불평등 조약을 체결하게 되고, 이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고자 진행했던 헤이그 특사 파견도 수포가 된다.


결국 한정훈과 고종을 비롯한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910년에 대한제국과 일본 제국 사이의 합병조약이 강제로 체결되며 대한제국은 국권을 상실한다. 작품 속 정훈이라는 인물은 합병조약이 공포될 때 주요 인사들을 제거하기 위해 총을 쏘지만, 곧바로 수십 발의 총알을 맞으며 생을 마감하게 된다.


삼일천하로 끝난 갑신정변부터 일제의 식민지가 되기까지. 실패로 시작해서 실패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를 통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6 [제공=PAGE1].jpg

 

 

그것은 바로 거듭되는 실패에도 굴복하지 않는 마음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다.


우리는 한일합병조약 이후 35년간 이어진 일제 강점기에 얼마나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역사가 지속되었는지 알고 있지만, 그 시기에도 나라를 지키려는 이들의 끊임없는 싸움이 있었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지켜낸 이 나라에서, 그들이 ‘갈 수 없는 나라’라고 여겼던 곳에서 우리는 그들을 떠올린다.


그들이 갈 수 없었던 내일에 사는 우리에게도 각자가 꿈꾸는 내일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 더 나아가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변화는 아직까지 남겨진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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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투모로우>는 조선의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삼으면서도 컨템포러리를 지향하고, 느와르적 액션과 연출을 가미하며 오히려 작품에서 시대를 읽어내기 어렵게 한다.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고자 하는 외침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가치가 있는 것이고,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세지이다.


그렇게 <곤 투모로우> 만의 혁명은 실패라는 비극에도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는 혁명의 불씨를 강조하며 시대를 불문하고 묵직한 울림을 준다.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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