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달삼쓰뱉의 삶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어
글 입력 2023.08.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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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삼쓰뱉'이라고, 요즘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를 줄인 말인데, '감탄고토'라는 멋들어진 말이 이미 있지만 그 말을 쓸 만큼 상황이 대단치는 않을 때 주로 쓰는 것 같다. 막 학기 개강을 얼마 앞두지 않은 지금, 지나온 방학기간 동안의 내 삶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바로 이 말 아닐까 싶다. 단 것은 삼키고 쓰면 뱉었다.


6월까지는 삶이 고달팠다. 할 게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정확히는, 할 게 많은데 당장 시작할 순 없어서 였을까. 무엇 하나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 부담스러웠달까.

 

사실, 여러 지인들이 위로도 해 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 줬었지만 그다지 큰 위안은 아니었다. 떨어진 자존감에 약한 멘탈이 더해져 최악의 심리상태를 만들어 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방학이 시작되기 직전, 프로젝트 2개와 대외활동 1개, 졸업을 위한 준비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서 다음 스텝을 위한 지원서를 작성했다. 2개 정도였다. 하나는 조금 널널하게, 그러면서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을 만한 동력 하나를 위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대학생이 되고부터 방학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본 적이 없었다 보니 초조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절대로 늘어져서는 안 되는, 딱 짜인 루틴으로 필요한 것들을 챙기기 시작해야만 하는 시기이다 보니. 또 하나는, 막막한 상황에서도 힘이 되었던, 삶의 낙과도 같은 활동의 연장을 위한 것이었다. 클릭 한 번에 다른 사람이 사는 세상을 엿볼 수 있고, 내 생각을 보탤 수 있었던 소통의 장에서 다시금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기뻤다.


방학이 시작되고는, 내가 준비했던 모든 것들을 홀대하려고 노력했다. 아무렇지 않게 하려고 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무언가를 하고 있는 상태'를 습관처럼 만들고 싶었다. 조금 지나서는 모든 일과 취미를 '용기 내서', '동기를 부여해서' 시작하거나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기를 바랐다.

 

일을 하고,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피로를 푸는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러웠으면 했달까.


어느덧 벌써 다다음 주가 개강인데, 이루고자 했던 '루틴의 습관화'라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 이젠 일하고 글 쓰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다. 감정 상태도 안온해졌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이 말이 완벽하게 나의 목표와 일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바의 뉘앙스는 딱 그것이다. 평온한 상태와 감정적 부채를 맞바꿨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집중이 필요한 것에 확실히 심력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일과 취미가 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을 지우고 작은 것을 성취하는 잠깐의 기쁨이 기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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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야 한다. 입에 너무나도 쓰다면 어딘가 잘못되어있을 확률이 높다. 유통기한이 지났다든가, 잘못 조리했다든가. 쓰면 의심을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쓰다고 해서 무조건 약인 것은 아니다. 단 걸 찾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단것은 일상의 작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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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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