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자신의 OO력을 도둑맞고 있다 [도서]

『도둑맞은 집중력』으로 읽는 집중력 저하의 실태
글 입력 2023.08.25 16:2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아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높은 확률로 욕심쟁이일 것이다.

 

다짜고짜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21세기에 디지털 미디어로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라면 정말 높은 확률로 맞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욕심의 대상은 바로 ‘집중력’이다. 우리는 자신이 집중할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습관적으로 꾸역꾸역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KakaoTalk_20230825_164640238.jpg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된 도서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이 상황을 소방 호스로 물을 들이켜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호스 물처럼 콸콸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너무나 빠른 속도로 받아들인 결과, 실제로 아래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미국인 노동자들은 평균 3분에 한 번 주의가 분산된다.

- 오늘날 대다수의 사무직 노동자의 하루 중 방해받지 않는 시간은 단 한 시간도 되지 않는다.
-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IQ가 10 이상 떨어진다.

 

 

우리가 집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이를 배로 넘어선 정보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휴대전화, TV, 컴퓨터, 라디오 등 언제 어디서나 멈춤 없이 정보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만 받아들여야지-’ 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적어도 나는 오히려 그 반대인 사람이다.

 

“뉴스레터가 00개 쌓여있네. 얼른 읽어야지.”

“이크, 트위터에 새로운 피드가 이만큼 있네. 얼른 봐야지.”

 

정보를 놓친다는 것은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욱 아등바등 더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다했다. 이동할 때는 최대한 짬을 내서 모바일로 뉴스를 보고,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 수 없을 때는 이어폰을 끼고 팟캐스트를 들었다.

 

하지만 사실은 이런 행동들이 전혀 나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 주지 않고, 오히려 주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있음을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인터뷰한 한 학습과학 교수는 “우리의 인지 능력에 맞추려면 세상을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빨리 움직이면 우리 능력에 부담이 되고, 결국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하루에 잠잘 시간도 모자랄 만큼 바쁘고 알차게 살고 있지만, 실제로는 눈앞에 책 몇 페이지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자기 모습을 보고, 극단적인 디지털 디톡스 여행을 떠났다.

 

모든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바다가 가까운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 한 계절을 보낸 것이다. 처음에는 몸이 근질거리고 답답했지만, 그 여정이 끝난 후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 주의력 자원의 범위 내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내가 실제로 처리하고, 생각하고, 숙고할 수 있는 만큼의 정보만 받아들였다.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나는 정보의 소방 호스를 잠갔다. 그 대신 내가 선택한 속도로 물을 홀짝이고 있었다."

 

 

나의 주의력 자원?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존재였다. 나는 그저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지 못한 내 궁둥이를 탓하고, 자꾸만 휴대전화로 손을 뻗는 내 나약한 의지를 탓하기만 했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집중력이 부족한 이유는 개인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광범위한 사회에서 거대한 침략 세력이 우리의 주의력을 크게 바꿔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는 환경의 변화만이 진정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절제가 주요 해결책이라 말하는 것은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틱톡, 아마존은 우리가 서비스를 더 자주 방문하도록 온갖 보상과 자극적인 설계를 준비한다. 스크린을 한 손가락으로 톡톡 내릴 때마다 휘황찬란한 콘텐츠들은 끊임없이 나와 우리의 도파민을 자극한다. 즉 현재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자본과 기술은 사람들의 집중력을 앗아갈 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으로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도한 업무량 또한 마찬가지이다. 개인이 하루에 몇 시간 일하고 싶은지 선택할 수 없다. 생계유지를 위해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데, 정작 생산력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덜 일 하고 자주 쉴 때 우리의 집중력은 향상되고 창의력도 올라가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일하기 어렵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맛있는 가공식품도 집중력 저하에 큰 몫을 한다. 방부제, 착색료를 제거한 식단을 먹은 아이들의 70% 이상은 집중력이 향상되었고, 평균적으로는 50% 향상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먹도록 진화한 자연의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의 뇌가 더 잘 기능하지만, 자연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던 설탕, 트랜스 지방 등이 포함된 음식이 인류 전체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의 원인으로 빅테크 업계들의 기술을 얘기하는 것은 종종 보고 들었지만, 이렇게나 다양한 방면으로 원인을 이해한 것은 처음이었다.

 

집중력 저하는 인류 전체에게 닥친 아주 큰 문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인의 개선에 의지하고 있는 이 문제는 환경 문제처럼 모든 사회 공동체가 집중해서 바꿔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

 

단순히 집중력을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논할 줄 알았던 책이었는데, 이 책은 집중력은 돌려주고 시간을 도둑질해 갔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 간지러웠던 부분을 아주 섬세히 긁어주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요즘은 왠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들이 순식간에 타올랐다가 꺼지는, 바이럴에 의한 베스트셀러 같아 고르기가 망설여졌는데, 『도둑맞은 집중력』은 인류가 집중력을 되찾기 전까지는 스테디셀러로 오를 것도 같다는 소심한 예언을 하고 싶다.

 

 

 

이채원_컬쳐리스트 명함.jpg

 

 

[이채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2.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