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갇혀 있어도 아름다울 수 있다 -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시즌2

0과 1로 나누어진 곳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디지털 뷰티
글 입력 2023.08.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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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진화하는 테크놀로지를 껴안고 삶의 전부를 예술에 바친 프랑스 디지털 아트의 거장, 미수엘 슈발리에.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그의 최신 작품들을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만나볼 수 있는 첫 서울 개인전이 "아라아트센터"에서 2024년 2월 11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약 70여 점 이상의 독창적인 작품들로 구성된 미구엘 슈발리에의 개인전 중 최대 규모이다.

 

동료 작가 패트릭 트레셋(Patrick Tresset)과 협업 작품으로 다섯 개의 팔을 가진 드로잉 로봇의 퍼포먼스로 그림을 그려내는 '어트랙터 댄스', 50-60년대 옵아트에 영감을 받아 재현한 14m 높이의 '디지털 무아레'. 얼굴인식 기능이 있는 감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방문객의 초상화를 그려내는 '기계의 눈'과 '머신 비전' 등 VR을 이용한 제너러티브 인터랙티브 설치작품, UV라이트로 구성된 발광 설치작품, 로봇 드로잉 등 다양한 기술을 예술에 접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 갇혀서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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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저명한 미디어 아트 작가로 활동하고 미구엘 슈발리에, 요새 길을 걷다 보면 온통 그의 얘기뿐이다. 미구엘의 미디어 아트에는 대체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길래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이번 인사동에서 진행하는 미구엘 슈발리에의 단독 전시회 <디지털 뷰티>에 다녀왔다.

 

미디어 아트는 다양한 예술 장르 중에서도 기술적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컴퓨터로 코드를 입력하고, 그 코드를 통해 펼쳐지는 무수한 결괏값들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미디어 아트에 대한 편견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미디어 아트는 광활한 디스플레이 위에 등장하며 한순간에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나에게 예술이란 오래 보아야 그 가치가 발견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화를 바라보면서 작가가 어떤 물감을 썼는지,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이 그림을 그린 궁극적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즐겁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공유함으로써 예술작품이 재구성되는 것이라고 늘 굳게 믿어왔다. 그러나 디지털로 표현되는 미디어 아트의 세계는 나에게 어려웠다. 2020년 르네 마그리트 전시에 갔던 날이 기억난다.

 

해당 전시회도 80% 이상을 미디어 아트가 차지하고 있었다. 르네 마그리트가 궁금했기에 방문했지만, 정작 관람객들은 신기한 미디어 아트존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업로드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방법 또한 미술을 사랑하는 수만 가지의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내 예상과 기대가 정확하게 벗어나는 순간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번 <디지털 뷰티>에서는 나의 미디어 아트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특히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아트 트랙터’. 다섯 개의 로봇 팔이 각각 다섯 개의 볼펜을 움직이며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낸다.

 

맞다, ‘갇혀 있는 그림’이다. 5개의 각으로부터 그림이 시작되는 것은 동일하며 5개의 로봇 팔이 자신이 맡은 방향에서부터 동일한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다. 30분 동안 진행되는 트랙터의 움직임은 이제 막 피어나는 꽃과 같은 그림을 그려냈다.

 

그러나 그 꽃은 단순히 평범한 꽃이 아니었다. 그 꽃을 보고 마치 사막에 겨우 생명을 유지한 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트러지는 꽃잎, 그러나 한 쪽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트랙터가 그린 다양한 꽃들을 보며 내 새로운 영감도 하나하나 피어나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그 어떤 정원보다도 향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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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구엘 슈발리에의 다양한 작품들은 한눈에 보고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을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는 인간들의 세계와 정보의 세계를 연결시켜 표현하기 위해 인간의 움직임에 따라 디지털 화면이 움직이는 다양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인간에 따라 움직이라는 명령을 받은 디지털 숫자로 이루어져 있는 ‘갇힌’ 예술이지만, 사람과 소통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완벽한 아름다움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인간도 디지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전기를 머금고 뿜을 수 있듯이, 그 전류를 통해 디지털 화면이 변모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디지털이라고 했지만 그 사이 ‘과’라는 연결어를 빼면 인간 디지털, 그리 어색한 문구는 아닌 듯하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갇혔다는 것은 답답함만을 줄 것인가. 그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한 미구엘 슈발리에의 디지털 뷰티는 그저 갇힘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그 아름다움도 늘 같은 방법으로 주어지지는 않겠지만, 우리도 또 다른 디지털이기에 우리 안에도 갇힘 속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있지는 않을까.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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