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위로 오려낸 사랑스러운 재즈 – 앙리 마티스, LOVE & JAZZ

앙리 마티스의 새로운 시도를 만나다.
글 입력 2023.08.14 10:4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LOVE & JAZZ. 영화 〈라라랜드〉가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라라랜드〉에서 가난한 재즈 피아니스트인 세바스찬은 연인인 미아에게 재즈가 얼마나 멋있는 음악인지를 설득한다. 연주자들이 악기를 통해 주장하고, 충돌하고, 또 타협하면서 매 순간 새로운 곡이 만들어지는 재즈의 유일성과 즉흥성에 대해 열변한다. 또한 재즈는 그냥 음악이 아니라 좁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언어라고 말한다.

 

매 순간 다시 탄생하는 재즈는 하나의 언어다. 직접 듣고 부딪히며 느껴봐야 안다.

 

마티스의 작품도 그러하다. 이번 앙리 마티스 전의 이름이 왜 ‘LOVE & JAZZ’일까? 처음엔 마티스의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JAZZ’라는 작품의 이름을 따와 결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시를 보고 작가의 삶과 엮어 다시 고민해 보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마냥 행복하고 경쾌한 작품처럼 보이는 마티스의 작품과 인생 속에는 치열하게 주장하고, 충돌하고, 또 변주하며 살아온 굴곡과 변주가 있었다. 그 자체로 재즈 같은 삶을 살았던 것이다.

 

이번 CxC 아트뮤지엄에서 열리는 앙리 마티스 전에서는 암 투병 후 기적적으로 살아난 앙리 마티스의 경쾌하지만 마냥 경쾌하지만은 않은 것,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다.

 

 

 

컷아웃을 활용한 JAZZ


 

0-1. 작가소개.jpg

 

 

마티스는 십이지장 암을 선고받은 후 긴 투병 생활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하지만 건강 악화로 인해 즐겨 작업했던 큰 판화 작업이나 유화 작업은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주특기를 잃어버린 마티스는 절망하는 대신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낸다. 바로 가위로 종이를 잘라서 콜라쥬하는 컷아웃 기법이다.

 

“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난 눈으로 생각한다.”

 

마티스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생각하고 인식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이는 마티스의 컷아웃 작품 <재즈>에 그대로 드러난다. 컷아웃 기법을 활용한 단순화된 형태와 강렬한 색상, 그리고 대담한 화면 구성과 조합을 통해 대중에게 다시 한번 다가간다.

 

 

2-2. 이카루스.jpg

Icarus, Jazz, 1947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그 이카루스다. 태양을 향해 너무 높게 날아오른 이카루스는 날개를 접착한 밀랍이 태양열에 녹아버려 결국 땅으로 추락한다. 그런 비극의 인물을 하늘에서 날갯짓하는 인물과 심장, 그리고 찢어진 날개 깃털들로 단순하게 구성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제2차 세계대전인 것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은 전쟁에서 전사한 공군 비행사를 기리는 의미라고 한다. 경쾌하고 마냥 밝을 수 없었던 시대상 속에서 앙리 마티스가 느낀 감정들이 어렴풋이 작품에 녹아들어 있다.

 

 

 

마티스와 사랑의 시


 

3-2. 샤를 도를레앙의 시.jpg

 

 

시를 쓴 이는 샤를 도를레앙으로, 서정시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작가이다. 앙리 마티스는 투병 중에 샤를 도를레앙의 시집에서 시를 직접 선별하고 그에 맞는 삽화와 표지를 그렸다.

 

언뜻 보면 작은 사이즈의 공책에 끄적거린 낙서 같다. 자세히 보면 몇 가닥의 선으로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형체를 표현한 게 놀랍다.

 

마티스 다운 강렬한 색감과 선을 활용한 컷아웃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이번 마티스 전시가 갖는 차별점이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는 앙리 마티스의 대표작이나 전성기 시절의 작품들을 볼 수 없다. 대신 “창의성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라는 벽에 쓰인 문구처럼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마티스의 인생 후반의 삶과 작품들로 관람객들과 소통한다.

 

전반적으로 소소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마티스의 전성기 작품들이 경쾌하고 화려한 재즈 장르인 비밥이라면, 인생 후반의 작품들은 잔잔한 피아노 솔로로 이루어진 현대 재즈 분위기가 연상된다.

 

인생 2막을 연 앙리 마티스의 사랑스러운 작품들 속에서 색다른 경쾌함과 온기를 느껴보기를.

 

 

[유다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