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이 남자, 엉큼하다! (2)

노래만큼 산다는 것
글 입력 2023.08.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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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내 경우엔 싱어송 라이터)으로 산다는 건, 정직하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때 그 안에 거짓, 위선, 허위 같은 것들이 정직함 보다 더 많다면 끔찍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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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음악과는 별개로 좋아하는 음악이 있나? 자주 듣는 음악 같은…

 

Ahyun] 재즈를 좋아하고 자주(어쩌면 항상) 듣는다. 막 대놓고 슬프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마냥 기쁘기만 한 것도 아닌 그런 재즈의 감성이 사람 사는 것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A Foggy Day》 같은 곡을 듣고 있으면 슬프다가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그렇다고 날아갈 듯 행복하지도 않은, 슬픔과 행복 그 중간 어딘가쯤에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다. 그 애매한 감정의 스펙트럼 안에서 우리는 사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나? 그런 감정선에 익숙해지면 좀 더 좋은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장르인 것 같다.

 

 

-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Ahyun] 없다. 사실 ‘음악한다’라는 표현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보통 ‘뮤지션’ 하면 떠오르는 사람들만 ‘음악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음악’이라고 하면 그라데이션처럼 흐리다가 농도가 점점 짙어지는 그림이 떠오른다. 그냥 듣는 게 좋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기타를 들고 노래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니 노래를 만들고 싶었고,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2019년쯤부터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나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계속 ‘음악을 했’겠지만 나의 정체성을 ‘음악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사람들에게 소개한 건 그 때부터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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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나 콘서트에서 관객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Ahyun] 사실 무대 위에서 아직은 여유가 넘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서 막상 무대 위에 올라가면 관객분들의 얼굴이 잘 안 보인다.  간혹 노래 중간에 관객의 표정이나 눈빛이 보이면 흔들리기도 해서 일부러 눈을 감기도 한다. 또 무대 조명을 받으면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게 관객의 얼굴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애틋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관객을 진짜로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히려 무대가 끝난 후다. 아직까지 내 노래가 정말 좋아서 무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와중에 내 음악을 응원해주는 분들이 몇 분 생겼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공연을 마치고 인사와 아주 짧은 대화를 나누고 나면 몇 줄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벅차오른다. 한참 부족한 내 노래를 듣기 위해 와 주시고 또 응원해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 그 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나를 한 걸음, 한 걸음씩 더 나아가게 한다.

 

그분들에게 내 노래가 조그마한 응원과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고 또 그만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자리를 빌려 공연 후에 수줍게 다가와 먼저 인사하고 응원해주신 많지 않은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이름을 검색하니 출생지가 독일로 나오더라.

 

Ahyun] 나는 비록 ‘수포자’이지만 천재 수학자 가우스가 평생 교수로 있었고 이론물리학으로 유명한 괴팅겐대학이 있는 도시 괴팅겐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이상하게 독일에서의 기억이 거짓말처럼 하나도 없다. 심지어 독일말도 못한다. 그래서 나의 출생지가 진짜 독일인지 의심하는 지인도 있다. 내가 기억하는 건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그날 서초동 할머니댁 계단을 올라가는 그 순간부터다. 그 때 나이가 아마 5~6살쯤? 지금 생각하면 어릴 때 기억이 없는 게 약간 아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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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중에 음악하는 사람이 있나? 있다면 영감을 주고받기도 하나?

 

Ahyun] 어머니가 피아니스트고 외삼촌은 지휘자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활동을 접으셨지만 나와 달리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했다. 그래서 마음 속에 존경하는 마음이 항상 있다. 외삼촌은 지금도 지휘자로 활동하신다. 두 분은 ‘음악인’이지만 그 이전에 나한테는 가족이기 때문에 특별한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는 예술적 에피소드는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이런 걸 보면 예술가 집안도 특별할 것 없는 보통 가족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아주 가끔 해주시는 말씀이 후배(클래식을 전공한 두 분이 딴따라인 나를 후배로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에게 하는 조언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2019년 ‘YTN 버스킹 경연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는데 보러 오신 외삼촌이 내 옆을 지나면서 “세상이 니 음악을 몰라 줘?”라고 하신 적 있다. 외삼촌이 살갑고 다정한 성격이 아니시라 당시엔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외삼촌의 그 말은 오래 각인됐고 당시보다 더 아등바등 사는 지금 오히려 위로와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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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noahyun3240) 게시글을 보니 음악이 어렵다,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뭐가 그렇게 어려운가? 음악을 계속할 수 없게 된다면 그 원인은 뭐가 될 거라고 생각하나?

 

Ahyun]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진심을 담으라’고 한다. 그런데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직 만나본 적 없다. 내가 봤을 때 음악에 진심이 담기면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었을 때처럼 ‘뭔가 해냈다’는 걸 직감하게 된다. 그 진심은 흔들리는 음, 살짝 밀린 박자, 불안한 호흡 같은 많은 불완전한 요소들까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나만의 음악으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정확한 음, 완벽한 박자 그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노래 한 곡을 만들고 부르기 위해 필요한 그 진심을 찾아가는 과정은 매번 다르고 나를 계속 한계에 부딪히게 한다. 그게 음악이 어렵다고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다. 그 어려움을 해결할 능력이나 힘이 없어지고 또 의욕조차 생기지 않을 때는 음악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아직까진 그 어려움과 씨름하는 게 즐겁고 감사하다.

 

 

- 음악인으로 사는 건 어떤 건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Ahyun] 추상적인 질문이다. 짧게 말하면 음악인(내 경우엔 싱어송 라이터)으로 산다는 건, 정직하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때 그 안에 거짓, 허위, 위선 같은 것들이 정직함 보다 더 많다면 끔찍하지 않겠나.

 

그래서 루시드폴의 《바람 같은 노래》에 나오는 ‘내가 사는 만큼만 노래하고 싶어, 노래만큼만 살아야겠다 싶어…’라는 가사가 나한테는 늘 무겁게 다가온다. 그렇게 노래만큼이라도 살기 위해 역동적으로 몸부림치는 내 모습과는 반대로 내가 하는 음악은 잔잔한 물결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힘들 때마다 벽장 한 구석에서 쓱 꺼내 먼지를 털고 한장 한장 넘겨보는 오래된 앨범처럼 사람들 곁에 가능한 오래 머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


짧지 않은 시간 노아윤과 인터뷰를 마치고 《때라는 걸》을 다시 들어봤다. 노래가 사뭇 다르게 들렸다. ‘때’의 사전적 정의는 ‘좋은 기회나 알맞은 시기’라는 뜻도 있고 ‘시간의 어떤 순간이나 부분’을 의미하기도 한다. 첫번째 정의로 인식하고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가 결국에 때라는 건 ‘오늘 또 나를 살게 하고 내일 또 나를 꿈꾸게 하는’ 그냥 시간의 일부분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너 비록 멀리 있어도 넌 내게 머물러 있다’는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의 시처럼 ‘좋은 때’라는 건 아직 오지 않은 듯 보여도 이미 내 곁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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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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