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 속 움직임을 통해 기록하다 – 2023 몸쓰다 [공연]

일상의 움직임을 채집하다.
글 입력 2023.08.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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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한 국립현대무용단의 레퍼토리 공연 <몸쓰다>는 ‘몸의 감정과 장소성’이라는 주제에 집중하여 2023년 다시 한 번 관객들과 만났다.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2013~2016)을 역임한 안무가 안애순은 “일상의 반복적 움직임을 거치면서 우리는 그 공간의 독특한 장소성을 발견하게 되는 점에 주목해, 무용수의 몸이 극장 공간과 만나면서 부각되는 장소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려 한다”고 밝혔다.

 

 

(포스터)국립현대무용단_몸쓰다(7.27-30).jpg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팡팡팡 그래픽 실험실

 

 

몸, 쓰다

나의 신체를 사용하다.

‘쓰다’의 사전적 의미, ‘머릿속의 생각을 종이 혹은 이와 유사한 대상 따위에 글로 나타내다.’


공연 제목의 몸쓰다에서 볼 수 있듯, 몸을 사용하다, 글로 쓰다의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며 움직임을 통해 우리의 몸을 탐구하고자 하는 공연임을 파악할 수 있다. 일상의 몸짓, 행동, 감정을 무대 위에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는지 <몸쓰다>가 말하는 ‘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일상의 몸짓, 감정을 채집하다



 

10. 몸은 멈추고, 이동한다.

9. 몸의 멈춤과 이동은 가상의 선과 면을 구상하고 공간을 조직한다.

8. 몸은 끊임없이 요동치고 변화하는 신체 리듬 그 자체이다.

7. 몸은 행동과 결합하면서 연속적인 사건들을 생성한다.

6. 연속적인 사건이란 마주하는 환경과의 결합이자, 다른 신체와의 반응이다.

5. 이것은 신체 공간의 감각을 통한다.

4. 행동의 기호는 이동의 과정에서 감정을 설계하는 주체가 된다.

3. 감각의 사건은 기억 속 장소와 경험을 호출한다.

2. 주체와 객체의 중심은 흐트러진다.

몸을 보다 - 몸이 보다

몸을 쓰다 - 몸이 쓰다

몸을 그리다 - 몸이 그리다

몸을 느끼다 - 몸이 느끼다

1. 하나의 중심에만 위치하고 있지 않은 몸은 이탈하고,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0. 이렇게, 몸은 자신의 몸씀을 알아차린다.

 

-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공연 프로그램 북 中 안무가의 글

 


‘우리의 몸을 정의할 수 있을까?’ 공연을 본 뒤 가장 먼저 떠오른 물음 중 하나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인식하거나 혹은 인식하지 못하는 어떠한 행동을 이루며 살아간다. 나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제스처, 움직임. 이는 곧, 정의 내리지 못하는 몸의 사용 중 한 부분이 된다.

 

이러한 움직임들을 채집, 채굴하는 과정을 거쳐 창작된 몸짓들이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에 녹아들어 기록되었다.


 

<몸쓰다> 작업은 개인의 일상적 제스처와 행동들을 채집하여 낱개의 몸낱말들이 기록되며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공연 프로그램북 中 조안무, 연습감독의 글

 

 

가령, 공연 중 목 놓아 우는 울음소리와 호흡으로 ‘울음, 서러움, 슬픔’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개인이 감정을 느끼며 나타나는 일상적 행동과 제스처가 무대 위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안무가의 의견을 관객과의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외형적인 몸뿐만 아니라 자신의 호흡소리조차도 우리의 신체성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하며, 몸의 근육을 사용해서 움직이는 것만이 몸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몸짓과 호흡 또한 신체의 일부로 몸을 쓰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는 ‘울음과 슬픔’의 감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기쁨과 놀라움,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동일하게 우리 몸의 신체성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과 장소성 그리고 몸의 언어



공연 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던 요소는 무대 장치의 이동을 통한 공간성, 장소성이다. 무대 위 원형무대, 리프트, 조명, 바텐 등의 장치들을 이동함으로써 기존의 기계로서의 기능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몸으로 수용하며 무대 위에 그만의 몸의 언어화를 행한다.


무대장치 이동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함과 동시에 무용수들의 움직임 공간을 구분하기도, 등퇴장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며, 변화하는 공간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효과를 제공했다.

 

우리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공간은 필연적인 요소이기에,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공간 또한 나의 신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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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공연사진 ⓒAiden Hwang

 

 

 

온전히 나의 몸으로서 존재하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는 반투명한 막 뒤에 의상을 벗어던진 무용수들의 그림자를 비추며 온전히 자신의 몸으로 무대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각기 다른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어떠한 패턴이 존재하면서도 그 패턴을 지속적으로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흐름으로 나아가는데, 이는 패턴, 규정, 정의에서 탈피해 새로움과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추구하는 듯 보였다.

 

무대 위 온전히 자신의 몸으로 존재하며, 무용수들만의 개성이 담긴 동작을 보여주고, 이를 관람한 관객들이 움직임과 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공연을 관통하는 주제를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나의 일상 속에 어떠한 감정과 제스처, 행동들이 존재하는가?', '내 몸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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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공연사진 ⓒAiden Hwang 



 

[윤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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