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30년차 뮤지컬 배우지만 첫 작품을 만난 느낌이 들어요" - 뮤지컬 '곤 투모로우' 고영빈 배우

글 입력 2023.08.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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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뮤지컬 곤투모로우 포스터 아트인사이트 [제공=PAGE1].jpg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건네는 불씨, 뮤지컬 <곤 투모로우>가 드디어 2023년 삼연으로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근대적 개혁운동인 갑신정변을 일으켰으나 3일 만에 실패하고 결국 암살당한 김옥균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곤 투모로우>는 탄탄한 드라마와 섬세한 인물 표현으로 초연과 재연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 역을 맡은 고영빈 배우와 만났다. 강대국 사이에서 자신의 의지를 빼앗긴 비운의 왕 ‘고종’을 연기하며 그는 한 사람이 느꼈을 삶의 무게와 고민을 끊임없이 떠올렸다고 밝혔다.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왕관의 무게를 짊어진 고종을 상상하며 고영빈은 배우로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2021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재연을 함께한 그는 삼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같은 작품으로 공연을 올릴지라도 관객들에게 매번 새로운 감동과 놀라움을 전하고 싶다는 진심 어린 마음을 드러냈다. 


어느덧 뮤지컬과 인연을 맺은 지 30년이 된 고영빈에게 <곤 투모로우>는 마치 신인 때 맡은 첫 작품처럼 끝없이 새로운 설렘과 영감을 주는 공연이다. 멈출 줄 모르는 강렬한 의지와 담담하고 꾸준한 열정으로 ‘고종’을 준비하는 고영빈 배우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영빈_2.jpg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2021년 재연에 이어서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서 고종 역을 맡으셨어요. 2년 만에 다시 돌아오신 소감을 여쭙습니다. 


공연에 대해 기대를 정말 많이 하고 있어요. 삼연 첫 공연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 상태입니다.(웃음) 계획한 대로 공연이 잘 펼쳐지길 바라며 긴장하고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창작뮤지컬인 만큼 재연에 이어 삼연에서 많은 부분을 더 보완하고 배우들도 흘러가는 시간만큼 더 깊이 몰입하는 게 보여요. 좋은 작품 만들고 싶은 욕심, 이전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 <곤 투모로우>를 총연습 전부터 미리 준비했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고종의 감정을 더 깊이 연구하려고 노력했죠. 연습을 시작한 순간부터 얼른 공연을 하고 싶더라고요.

 

 

<곤 투모로우>를 처음 만나는 관객분들에게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곤 투모로우>는 철저하게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이지만 관객분들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가장 듣기 좋은 음악으로 만든 작품인데요. 매 씬마다 볼거리가 참 풍부해요. 마치 테마가 있는 미술관에서 작품들을 하나씩 보고 지나가듯이 상상하신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즐겁게 공연을 관람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배우들이 재연과 삼연을 거치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선물하려는 마음과 기대감이 상당해요. 예전에 봤던 공연일지라도 계속 새로운 놀라움을 주고 싶거든요. 재연보다 더 좋은 작품으로 삼연을 만들고자 많은 분들이 함께 기대하면서 작업을 했어요. 재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깊이감과 밀도로서 관객들분께 박진감 넘치는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쉴 틈없이 흘러가는 흐름 속에서도 뜨거운 감동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곤 투모로우>에서 고종 역을 맡으신 세 명의 배우가 있는데 고영빈 배우가 연기하는 ‘고종’ 캐릭터의 특징이 궁금합니다.  


'고종' 역에서 막내 김준수 배우는 워낙 판소리 분야에서 유명한 친구죠. 그 친구는 처음부터 소리에 묻어나는 애절함과 감동이 너무 자연스럽게 드러나요. 그런 타고남이 김준수 배우의 가장 큰 무기죠. 박영수 배우는 언제나 항상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고요. 

 

저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연차가 쌓이니 마음의 깊이로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조금 더 차분하고 깊이있게 고종 역을 표현하려고 하죠. 공연에서도 제가 원하는 모습을 실제로 잘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고종 배우들마다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고종 역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나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역사 인물을 다루는게 매번 가장 어려워요. 특히 한 나라의 왕은 정말 어렵죠. (웃음) 아예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연기를 해야하잖아요. 그래서 상상을 하다보면 그가 느낀 기쁨의 무게, 상실의 무게, 슬픔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게 가장 힘들어요. 한 나라의 왕이 나라를 잃은 슬픔은 어떨까요.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죠. 나라를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매번 꺾여나가는 자신의 무능력함을 어떻게 견뎠을까, 자연스레 연민의 감정이 들어 가슴이 아프기도 했어요.


그리고 대본에 쓰인 짧은 텍스트를 바탕으로 고종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을 제일 많이 했어요. 고종은 작품 안에서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고 다른 에너지를 발산하는 인물이거든요. 고종이 등장함으로써 이전 씬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극이 진행되죠.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감정을 함축시켜서 씬 하나에 한번씩 크게 쏟아내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나중에는 그런 것들이 오히려 재밌더라고요. 

 

 

[GT]고종-고영빈_인터뷰.jpg

 

 

역사적 배경이 뚜렷한 작품인데, 배우로서 갑신정변 시대 전후의 역사를 따로 연구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갑신정변부터 20세기 초반으로 넘어갈 때까지 상황을 쭉 다시 살펴봤어요. 고종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는지 새롭게 들여다 봤죠. 고종을 공부하다 보면 본인의 의지가 아닌 아버지에 의해 왕위에 올라서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계속 짓눌려 살아온 것이 가장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한 인간으로서 왕으로 살았어도 '그가 정말 행복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죠. 


고종을 정말 무능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고종이 한 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언가를 시도하고 개혁하고 개화를 꿈꾸면서 신세대적인 발상으로 나라를 통치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거든요. 많은 것들을 시도했던 고종의 삶을 보면 여러모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고종의 넘버 중 가장 애정이 가는 곡과 이유를 소개해 주세요. 


완전히 다른 상황과 다른 감정으로 부르는 3가지 넘버가 있어요. 어느 하나도 비슷한 게 없는 넘버들이죠. (웃음) 첫 번째는 그리움과 치욕, 두 번째는 절대 권력자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분노의 끝, 마지막으로 초월이자 체념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각자 넘버마다 너무 뚜렷한 매력이 드러나서 좋아요. 전체적으로 <곤 투모로우> 넘버들이 다 좋거든요. 고종의 넘버 중에 아끼는 곡을 꼽는다면 전부를 다 말하고 싶네요. 그만큼 모든 곡들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해요. 

 

 

뮤지컬에서는 흔하지 않은 ‘느와르 액션’으로 유명한 <곤 투모로우>인데, 작품을 준비하며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배우들이 액션이 있거나 격한 안무를 통해 몸을 쓰는 작품을 많이들 했어요. 그런데 요즘 시기에 와서 배우들이 몸을 쓰는 작품을 많이 할 기회가 없었던 거 같아요. 저희 작품에는 암살자인 한정훈 역이 총격씬과 싸움씬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웃음) 

 

처음에 액션씬을 연습하는데 딱 한눈에 봐도 액션이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이 보였거든요. 배우들끼리 굉장히 웃으면서 연습 초반에 “저 친구 발차기도 못하고 총도 못든다”라며 웃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조금씩 어색한 모습으로 연습을 진행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다들 굉장히 노력하고 발전해서 모두 완벽한 암살자로 변했어요. 후배들이 땀 뻘뻘 흘리며 애쓰는 모습이 너무 선명했죠. 

 

또 재연에 비해서 <곤 투모로우> 앙상블 인원이 늘어나서 훨씬 더 풍성한 느와르가 나올 예정이에요. 인원수가 늘어났지만 앙상블 배우들의 연령은 낮아져서 굉장히 활기가 넘치고 박진감과 박력이 물씬 풍기는 액션씬을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고종과 김옥균, 한정훈의 세 인물 간의 서사가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작품이죠. 비운의 시대 속 아픔을 담아내기 위해 배우들 간의 호흡과 팀워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궁금합니다.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은 다른 작품에서도 늘 1년에 한두 번씩 만나는 배우들이에요. 호흡 면에서는 당연히 눈빛만 봐도 어떤 컨디션인지 바로 감이 오죠. 서로의 몰입과 집중만 깨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연습이 수월하게 이어져요. 

 

작품 안에서 큰 틀은 김옥균이 갑신정변을 일으키면서 스토리 흐름에서 중심에 서고, 그 다음 흔들리는 왕으로 고종이 있고, 마지막으로 그 둘 사이를 갈팡질팡하다 결국에 본인 스스로 김옥균과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한정훈의 서사가 있어요. 각자 다른 장소와 공간에 있지만 결국 서로를 생각하고 있는 인물들의 감정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다른 곳에서 하나를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죠. 

 

참고로 한정훈 역은 홍종우라는 사람을 대신하여 탄생한 가상의 인물이에요. 역사를 바탕으로 극이 진행되지만 뮤지컬로 보여드리는 만큼 새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1994년 <아가씨와 건달들>로 시작해 어느덧 30년 가까이 뮤지컬에서 활약하고 있는 고영빈 배우에게 <곤 투모로우>는 어떤 의미를 지닌 작품인가요?


30대와 40대를 떠올려보면 10년 단위로 시간이 흐를 때마다 항상 본능적으로 ‘무언가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 이대로는 아니지’ 라는 고민을 늘 한거죠. 30대 초반에는 일본에서 활동도 해보고, 40대가 되서는 일을 잠시 그만두고 미국에 가서 1년 동안 다 내려놓고 휴식하고 공부하며 지낸 적도 있고요. 50대 접어든 지금은 갑자기 연기와 음악에 대한 깊이를 더 찾고 싶은 마음에 4년째 공부를 하고 있어요. 마치 무대를 처음 시작하는 배우들처럼 매일 트레이닝을 받고 꾸준히 연습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연습과 도전을 반복하고, 시도하고, 실망하고 좌절하는 걸 반복하죠. 

 

어쩌면 신인 때의 모습이 지금 또 다시 찾아왔다고 느껴요. 지나고 보니 10년 단위로 삶이 변하는 거 같아요. 이왕 이렇게 연기에 애착을 갖게 됐으니, 앞으로도 많은 작품에서 활약하고 싶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곤 투모로우>가 저한테는 첫 작품 같은 느낌이에요. 신인 때 처음 맡은 작품같은 느낌으로 공부하며 준비했어요. 

 

 

<곤 투모로우>에서 ‘이것만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핵심 관람 포인트가 있을까요.


창작진들이 무대에서의 아름다움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분들인데요. 너무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계속해서 볼거리가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때문에 매 씬마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요. 특정 장면을 뽑기는 어려워서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웃음) 공연에서 숨겨진 디테일들이 굉장히 많아요. 디테일한 동작과 감정들을 꼭 한번 음미하고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무대에서 매번 최고의 연기를 펼쳐야 하는 배우로서 꼭 지키는 신념이나 철학이 있으신가요. 


멘탈이 흔들릴 때가 배우로서 가장 힘든 부분이죠. 관객들에게 평가를 받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 삶을 살다보면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잖아요. 멘탈이 흔들리면 포기할 시기가 아닌데 포기해버리는 상황도 있고요. 잘 하고 있는데도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거요. 그래서 멘탈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그래서 자신이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로 홀로 땀흘리는 운동을 즐겨 했어요. 홀로 땀을 흘리면서 오래 걷고 달렸죠. 요즘은 계단을 매일 오르면서 숨쉬는 운동을 해요. 숨쉬는 운동을 하다보면 무거웠던 생각들이 가벼워지고 운동 후 샤워할 때 상쾌함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힘들게 하는 무언가 나타나면 또다시 걷고 생각하고 숨쉬죠. 또 아마 제 팬들은 제가 키우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잘 아실 텐데요. 고양이들도 저를 너무 행복하게 합니다. (웃음)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관객분들께는 무조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와 <곤 투모로우> 팀이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성심성의껏 공연을 준비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해요. 그런 진심 어린 마음을 알아주시고 <곤 투모로우>를 많이 사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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