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슬프고 아름다운, 고잉홈프로젝트 [공연]

글 입력 2023.08.0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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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홈프로젝트



2023고잉홈프로젝트_포스터.jpg


 

전 세계에 흩어진 한국인 음악가들과 한국을 사랑하는 세계 음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고잉홈프로젝트가 다시 관객을 찾아왔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지난해 창단 연주회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지휘 없이 선보여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놀라움을 선사했다. 8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신(新)세계>, <볼레로: 더 갈라>, <심포닉 댄스>라는 각기 다른 세 가지의 타이틀과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나는 클래식 악기가 내는 소리를 좋아하지만, 공연장을 찾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조금 더 음악을 알고 가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었다.

 

음악은 사전 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음에도, 미식가는 못 되어도 맛을 잘 아는 사람의 시선을 충분히 갖춘 뒤에야 찾아가고 싶었다. 클래식을 향한 사랑과 동경의 시선이 있었기에 욕심이 컸다. 미루다 보니 찾아가는 건 더 어려워졌다. 그것은 내 마음속에서 환상을 뒤집어쓰고 이미 몸을 크게 부풀린 뒤였다.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지휘자 없이 공연했다는 소식에 눈이 갔다.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와 피아니스트 손열음, 그리고 익숙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클래식에 거리감을 크게 느끼던 나에게 그나마 익숙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나를 공연장으로 이끌었다.

 

 

(c)SihoonKim-GoingHome-193.jpg

 

 

빈야드 스타일의 신기한 무대와 객석의 구조가 나를 설레게 했다. 뮤지컬•연극과는 달리 무대를 온전히 내보인 채로 시작되는 클래식 공연은 오히려 더 떨리게 느껴졌다. 악기를 든 연주자들이 자리에 앉으면 공연이 시작됐다.


첫 번째 공연 <신세계>는 지난 <봄의 제전> 공연처럼, 악단의 리더 격인 스베틀린 루세브의 리드 하에 지휘 없이 연주되었다.

 

 

 

프로그램


 

(c)SihoonKim-GoingHome-223.jpg

 


레너드 번스타인"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

L. Bernstein Symphonic Dances from "West Side Story"

Prologue

Somewhere

Scherzo

Mambo

Cha-cha

Meeting scene

Cool fugue

Rumble

Finale


조지 거슈윈"랩소디 인 블루"

G. Gershwin "Rhapsody in Blue"

피아노 | 손열음


안토닌 드보르자크교향곡 9번 마단조 작품번호 95 "신세계로부터"

A. Dvořák Symphony No. 9 in E minor, Op. 95 "From the New World"

l. Adagio-Allegro molto

II. Largo

III. Scherzo. Molto vivace

IV. Allegro con fuoco

 

 

 

슬프고 아름다운,


 

나는 소리보다는 시각적인 것에 더 익숙하고 약하다. 바이올린을 켜기 위해 연주자들이 아래로 내리고 있던 바이올린을 돌려 어깨에 얹을 때 모습이 그 소리만큼이나 인상 깊었다. 그것은 마치 날기 위해 등껍질을 젖혀 그 속에 있던 날개를 바르르 떨어 다듬는 모습 같았다.

 

활이 현을 문지르며 소리를 냈다. 다시 말해 그들은 현악기를 ‘켰다’. ‘켜다’라는 말 만큼 현악기를 연주하는 소리를 묘사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c)SihoonKim-GoingHome-157.jpg

 

 

연주자들은 악기를 통해 여러 가지를 전달했다. 조급함, 압도적임, 어떤 부드러움과 거침, 흥겨움, 싸우는 모습 등등……. 음악의 선율과 악기 연주법이 주는 느낌은 풍성하고 다채로웠다. 듣는 내내 소리는 언어이자 언어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글로 표현하는 순간 그것은 표현에 갇히고 만다. 나는 가둔 다음에야 그것을 넘어서 사유해 볼 수 있어 표현하길 멈추지 않지만, 때때로 어쩔 수 없이 표현에 갇힌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서글펐다. 소리는 언어 이상으로 풍부했다. 나는 공연을 보는 내내 그것을 표현하고 싶어 간지러웠고, 동시에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약간 좌절했으며, 감탄했다.


나는 항구히 남는 활자 예술에 몸담고 있으며 그러길 바라고, 그에 익숙하다. 다시 말해 시간과 몸을 맞붙인 채 나를 통과하는 공연예술엔 늘 약하다는 뜻이다. 나에게는 기억하고 되새기고 추억하며 끌어오고 되돌아가서 다시 읽는 일이 더 익숙했다.

 

공연예술을 좋아하지만 늘 어떻게 즐겨야 할지 어떻게 느낌을 표현해야할지는 늘 막막하다. 관성처럼 순간을 즐기기보다 기록하고 붙들고 싶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이 참 슬프게 느껴졌다. 동시에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누군가 아름다운 것들은 사라지기에 슬프다는 말을 했다. 나는 과거에 그 말을 어렴풋이 이해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깊이 느끼게 되었다. 각 악기가 내는 소리가 겹치고 쌓여 만들어진 총체가 극장을 메울 때, 나는 그 하나면서 여러 개이고, 여러 개이면서 하나인 것의 부피를 느꼈을 때 압도감과 충족감을 느꼈다. 아름다웠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음악을 감각하고 향유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따갑게 느껴졌다. 서글펐으나 달콤했다. 무엇보다 나는 그 순간 분명히 살아있었고 행복했다.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런 감각이라면 계속 더 느끼고 싶었다. 잘 알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아름다운 것들을 계속 보고 느끼고 싶었다. 음악이 흐르는 그 순간, 공연이 진행되고, 연주자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그 순간을 나는 함께할 수 있었다. 감각할수록 나는 더욱 선명해졌다. 나와 내 삶, 세계를 끌어안고 심박을 나누고 싶어졌다.


 

[박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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