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행복’의 어려움 - 붉은 파랑새

파랑새의 색이 푸른 이유는 우리의 시야가 푸르르기 때문이다.
글 입력 2023.08.03 12:4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3 산울림 고전극장_포스터_최종.jpg

 

 

파랑새 모험으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어느 날, 틸틸에게 파랑새 찾기를 부탁했던 요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에 참석한 틸틸은 할머니의 딸을 통해 자신이 키웠던 파랑새를 오랜만에 만나게까지 되는데.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건네던 중, 파랑새는 ‘행복’이란 단어에 반응해 틸틸을 당시의 환상 세계로 안내한다.

 

틸틸의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어른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만, 어째선지 이 모험이 추억만큼 아름답지 않다. 점점 자신의 비참한 현재만을 깨닫게 되는 틸틸은 최악의 선택을 하는 데까지 다다르게 되는데...

 

 

 

# 파랑새의 색이 푸른 이유는 우리의 시야가 푸르르기 때문이다.


 

극단 뭉쳐_고양이,떡갈나무_윤진용.jpg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어떠한 색깔이 떠오르는가. 푸른색 혹은 초록색?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고, 평화로워지는 색깔을 떠올릴 것이다. 틸틸의 파랑새도 그러했다. 물론 현재는 그러지 못했지만, 틸틸과 그의 동생에게 파랑새는 오래전부터 행복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행복의 의미는 무뎌지고, 행복의 방향조차 잃어버린 그때 이 연극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행복을 향한 방향을 제시해 주려 한다.

 

틸틸에게 행복의 색깔을 푸른색이었다. 불행하다고 여겨지는 지금 현실과는 다른 색깔을 품고 있던 과거. 그 시간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고자 했다. 그 시간은 틸틸의 인생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맑았던 하늘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런 생각을 품게 된다. 틸틸에게 그 시절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그의 인생에 존재하는 검은색의 빛깔이 피어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지금의 어두움이 과거와 앞으로 존재하는 나의 행복을 있게 해주는 거라면, 어둡고 습한 색깔조차도 인생에서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지 고민해 보게 된다.

 

하지만, 틸틸은 이를 바로 깨닫지 못했다. 자신의 삶이 너무도 볼품없다고 느끼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기에 상황 속에 처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 바빴다. 목적 없이 주어진 일을 해내고만 마는 현대인들과 비슷하지 않은가. 행복을 찾고 싶지만, 그 조건이 너무도 어렵기에 행복을 쉽게 여길 수 없는 태도 말이다.

 

틸틸의 파랑새는 착각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피어오른 작은 희망이었을 뿐. 그러나 그 희망이, 그리고 틸틸의 마음이 말해주고 있다. 바로 틸틸의 마음속에 늘 파랑새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틸틸 마음속 새장이 그를 가두어 놓았을 뿐, 파랑새는 언제든 틸틸과 함께 자유로운 하늘을 날고 싶지 않았을까. 진짜 행복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시작이 아닐까.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계산하기 전, 모든 조건을 뒤로하고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우리가 행복을 정량적으로 계산할수록 우리의 마음속 파랑새는 더 촘촘한 철장 속으로 숨기 마련이다. 새들은 새장 안에서만 살 수 없다. 새장 안에서만 살다 보면 정말로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우리의 행복의 수명은 우리가 얼마나 행복을 원하는지에 따라 달려있다는 것이다.

 

틸틸과 다른 독자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오래 그리고 자주 행복하려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이미 누린, 내가 벌써 선택한 그 모든 가능성들에 불안해하지 말자. 나의 뜻대로 굴러가는 것이 행복이 아닌, 굴러가지 않아도 그 과정 가운데 새로운 깨달음과 관계를 배워나가는 것이 행복인 것이다. 즉, 나의 입장에서 다시 보이는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은 행복한 사람의 눈에 더 잘 보인다. 우리의 눈이 행복한 파란색으로 빛날수록 세상은 푸르르게 물들 것이다.

 

붉은색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더라도 겁먹지 말자. 그것도 나와 함께 푸른색으로 물들 가능성은 충분하니 말이다. 이 연극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행복,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자. 정말로 행복은 쉽다. 내 눈에 뒤덮여있는 슬프고 부정적인 막들을 걷어내는 순간, 드넓은 초원보다 빛나는 푸른 색감의 조명들이 이 세상에 가득할 것이니 말이다.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그 색깔을 다 마주하지 못했다. 그러니 알려달라.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행복의 색깔과 조명들이 빛나고 있는지 말이다. 여러분의 행복의 색깔이 궁금하다. 지금 당장이 아닐지라도 우리 하나하나 찾아보는 행복의 보물 찾기를 즐겨보도록 하자.

 

 

[임주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