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를 그리고 그리워하는 방법 - 순혈주의자 [음악]

글 입력 2023.07.3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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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J-POP의 인기가 예와 같지 않다는 걸 자주 느낀다. 한국에선 imase의 《NIGHT DANCER》나 あいみょん(아이묭)의 《愛を伝えたいだとか》(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와 같은 노래가 음악 시장에 큰 파장이 일으켰고, 세계적으로는 米津玄師(요네즈 켄시), Ado, YOASOBI 등의 음악이 폭발적인 흥행에 성공하며 활약하고 있다.

 

이번 J-POP의 붐은 과거 그들을 상징하던 시티팝, J-ROCK, 일본형 아이돌 음악과는 다른 새로운 물결이다. 이 물결의 중심에 있는 많은 아티스트들은 과거 일본 내에서도 마이너한 서브컬쳐로 취급되던 보컬로이드, 니코니코 동화, 우타이테 등의 서브컬쳐 넷 출신의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세계적 흥행과 함께 애니메이션 OST와 같은 협업 등으로 J-POP의 중심 장르로 우뚝 서게 되었다.


달의하루는 J-POP의 유행이 시작하기 이전 2020년 데뷔한, 국내에선 대표적인 일본 서브컬쳐 장르에 영향을 받은 밴드이다. 지난 7월 14일 그들은 《순혈주의자(Pure Blood)》로 다시 한번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달의하루


 

 

 

불친절한 행복과 다정한 상처를 노래하는 달의하루는 작사 및 작곡가 'ampstyle'과 보컬 '초희'로 구성된 밴드이다. 2020년 1월 《염라(Karma)》와 함께 데뷔한 그들은, 첫 노래가 나온 순간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서브컬쳐 아티스트로서 이름을 알렸다.

 

이들의 음악은 서브컬쳐 넷 음악의 문법이 가득한 화려한 멜로디를 자랑하지만 역설적으로 작사와 창법은 일본 서브컬쳐 음악의 전형을 완전히 벗어나있다. 또한 한국어 가사의 문법은 기존 한국 음악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고, 가사의 내용 또한 불교적 세계관이 담겨있는 난해한 그들만의 색채로 가득하다.

 

이렇듯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달의하루만의 음악 세계과 애니메이터 람다람의 뮤직비디오가 어우러진 《염라》는 순식간에 달의하루의 매력으로 청자들을사 로잡았다.


3개월 후 그들은 《너로피어오라(Flowering)》를 발표하며 기존의 서브컬쳐 기반의 음악 색채에 국악 요소, 힙합의 전개 방식, 강한 신디사이저, 오토튠 등을 섞은 음악으로 그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더욱 확장하였다.

 

새롭고 난해한 음악적 접근에서도 달의하루의 정체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너로피어오라(Flowering)》는 그들의 신선한 돌풍을 더욱 기대하게 하였다.

 

 

 

 

 

그들의 이야기



사실 달의하루의 멤버 ampstyle과 초희는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은 아니다. 과거 국내 서브컬쳐 기반의 오리지널 음악을 내는 단체 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던 'S.I.D-Sound'라는 그룹의 멤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2005년 결성되어 《여래아》 등의 대표곡을 가지고 있던 S.I.D-Sound는 한국 음악계에서 최초로 서브컬쳐 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한 그룹임에도, 대표자의 여러 논란과 사고로 결국 해체하였다.

 

해체 이후 간간이 작업물을 발표하던 그들은 서로 부부의 연을 맺고 달의하루로서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이어 나갔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위와 같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달의하루는, 《너로피어오라(Flowering)》가 발매된 지 넉 달이 지나지 않아 작사 및 작곡가이자 남편인 ampstyle이 33세의 나이에 급병으로 인해 잠시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다.


밴드의 중심이던 ampstyle의 부고 소식 이후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으며, 자연스레 달의하루의 향후 활동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달의하루는 3년의 공백기가 지나고 《순혈주의자》를 발표하게 된다.

 

 

 

순혈주의자


 

 

 

《순혈주의자》는 ampstyle이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하지만 미완성된 상태였던 트랙은 그와 함께하던 AZ와 TAK 등의 아티스트가 마무리해 완성하였으며, 그로 인해 또 다른 색의 달의하루의 음악을 경험할 수 있다.


다양한 샘플링과 Interlude의 배열 구조에서 K-POP 특유의 방정식이 느껴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의하루의 색채와 인디 록 중심의 트랙을 유지한 채 음악이 이어진다. 역설적이고 뒤틀린 가사 역시 ampstyle의 작사 특징을 잘 담아내고 있다.


또한 ampstyle의 남아있는 흔적을 최대한 소중히 하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작업 내 비어있는 기타 트랙을 AZ의 연주가 채웠지만 기존 ampstyle의 기타 트랙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유사하다. 그는 ampstyle의 기타를 그대로 사용하고 수많은 간절한 시도 끝에 《순혈주의자》에 트랙을 채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복귀 이후 달의하루의 추후 활동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된 것이 없다. 즉 《순혈주의자》는 달의하루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일지, 먼저 떠난 ampstyle의 마지막을 채운 그녀의 마무리 인사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3년의 공백기 동안 가장 소중한 인연을 먼저 떠나보내고, 남은 흔적을 노래 부르기까지 보컬이자 아내인 초희가 느꼈을 괴로움과 외로움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그들을 걱정하기 앞서 청자로서 달의하루의 새로운 신보 《순혈주의자》를 더욱 소중히 아끼며 즐겨보는 것을 권한다.

 

 

[신효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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