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RD는 비엠, 제이셉, 전소민, 전지우로 DSP미디어 소속 혼성 그룹이다. ‘KARD’는 킹(King), 에이스(Ace), 조커 카드(jokeR)와 히든(hiDDen)의 약자이다. 비엠은 킹, 제이셉은 에이스, 전소민은 블랙 조커, 전지우는 컬러 조커를 맡아 그룹 색을 더한다.
KARD는 2016년 12월에 공개되어 데뷔 프로젝트 활동을 이어갔다. 프리 데뷔곡인 ‘Oh NaNa’는 히든 멤버 허영지의 참여가 있었고, 두 번째 싱글인 ‘Don’t Recall’은 히든 트랙을, ‘RUMOR’는 히든 비디오를 공개했다. 프리 데뷔를 무사히 마친 KARD는 2017년 7월 ‘Hola Hola’로 정식 데뷔했으며 ‘HIDDEN KARD’라는 팬덤명을 공개했다. 그를 통해 ‘D’의 공백을 채우며 팬들이 KARD의 히든임을 밝혔다.
지난 5월 여섯 번째 미니앨범 ‘ICKY’로 돌아왔고 현재 ‘2023 KARD WORLD TOUR ‘PLAYGROUND’’를 통해 전 세계 팬들을 만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KARD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순전히 노래가 좋아서였다. ‘Oh NaNa’를 시작으로 한 프리 데뷔 프로젝트의 노래는 뭄바톤 장르를 결합한 곡들이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하우스와 레게톤이 혼합된 장르라고 했다. 취향의 장르를 찾았고 그것을 ‘뭄바톤’이라는 단어로 명명할 수 있었다. 그 기회가 되었고 그런 음악을 하는 ‘KARD(이하 ‘카드’)’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카드의 모든 음악을 사랑하지만, 그들의 음악 혹은 음반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을 고르라면 단번에 말할 수 있다. 카드의 두 번째 미니앨범 ‘YOU & ME’. 나에게 트랙 순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 음반이자 가장 사랑하는 카드의 음악이다.

그 소개말에 따르면 ‘YOU & ME’ 앨범은 모든 트랙이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된 드라마틱한 앨범이라고 한다. 곡 하나가 이야기의 한 조각이 되면서 곡 자체로도 일정한 스토리를 갖는 앨범이다. 마치 소설책의 챕터를 나누듯 트랙에 따라 이야기가 분절되며 진행된다.
발매 당일 수록곡을 전체 선택하여 플레이리스트에 넣으면서 꽤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타이틀곡은 첫 번째나 두 번째 트랙으로 수록되는 경우가 많은데 타이틀곡 ‘You In Me’는 여섯 곡 중 다섯 번째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된 앨범이라고 했으니, 타이틀곡은 아마 가장 중요한 ‘결말’을 맡고 있으리라 예상했다. 타이틀곡을 끝자락에 배치한 그 장치는 제 역할을 톡톡하게 해냈다. 수록곡을 순서대로 들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확실히 다른 점을 느꼈다. 어째서 순서대로 들을 수밖에 없는지, ‘YOU & ME’ 앨범이 어떤 드라마를 쓰는지 트랙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트랙인 ‘INTO YOU’는 몽환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으로, 첫눈에 반한 마음과 그 설렘을 담았다. 음반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궤를 같이하기에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에 빠졌을 때의 그 간질거림을 잘 담아내 이야기의 서두로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제이셉과 전지우의 버전인 ‘Trust Me’이다. 소개말에 따르면 해당 곡은 사랑하는 이를 말 없이 바라보며 안아주는 따뜻함과 벅차오르는 감동을 표현한 곡이라고 한다. ‘Trust Me’는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되었는데 제이셉&전지우 버전이 비엠&전소민 버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비트다. 묵직하게 꽂히는 비트는 마치 요동치는 심장 소리를 표현한 듯 빠르지만 무겁게 진행된다. 리드미컬한 비트에 맞춰 감미로운 전지우의 보컬과 폭풍처럼 쏟아내는 제이셉의 랩이 조화를 이룬다. 사랑하는 이 앞에서 뛰는 심장 소리에 맞춰 다양한 말들로 사랑한다고 외치는 듯한 노래로, 사랑을 시작한 인연을 잘 그려내고 있다.
세 번째 트랙은 ‘Push & Pull’이다. 제목의 의미에 따라 ‘밀고 당기는’ 연인의 모습을 담아낸 곡이다. 통통 튀는 리듬이 밝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하지만, 전반적인 멜로디 라인을 통해 거칠고 불안정한 느낌을 동시에 선사한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뿐만 아니라 질투나 혼란의 감정도 담아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트랙처럼 밝은 느낌일 수 있는 비트에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남자 멤버들의 랩이 한몫한다. 거칠게 내뱉지만 솔직한 가사가 ‘사랑’에 관한 날것의 감정을 드러낸다. 예민하고 아슬아슬한 사랑을 그려내며 비극적 결말을 통해 한 발짝 다가선다.
네 번째는 그들의 결말을 어렴풋이 그려낼 수 있는 트랙, ‘지니까’이다. ‘지니까’는 힙합 기반의 리듬과 스산한 사운드가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이다. 이야기의 ‘위기’에 해당하는 듯 서로에 대한 증오를 내뱉고 변해버린 관계를 이야기한다. 집착을 동반한 증오와 불신을 격정적인 가사로 표현한다. ‘날 자극하지 마 / 사악해지니까 / 더는 참기 힘들어지니까' 등 곧 폭발할 듯한 화자의 마음을 말하고 있다. 소개말을 빌려 말하자면 후반부의 ‘의도된 노이즈 사운드’가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사악해져 참기 힘들어진 연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결말은 다음 트랙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타이틀곡 ‘You In Me’이다. 여자 멤버들의 파트에서 알 수 있듯 ‘You In Me’는 사랑을 빙자한 집착과 잘못된 방식의 광기 어린 마음을 표현하는 곡이다. 결국 참기 힘들어진 연인은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다. ‘너’를 계속 부르고 사과하고 사랑을 속삭이지만 ‘너’는 대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을 약속하는 말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뮤직비디오는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멤버들의 열연으로 완성된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는 다음의 내용을 담았다. 시작은 그들을 평범한 연인처럼 보여준다. 하지만 후반부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장면이 전환되며 남자의 낯이 창백해진다. 여자는 창백한 남자를 끌어안기도 하고 뒤섞이는 진실과 착각 속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죽음’을 연상케 하는 연출과 ‘You In Me’가 만나 광적인 사랑과 집착을 보여준다. 뮤직비디오가 음반을 완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할 정도로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은 K-POP. 카드 역시 K-POP 아티스트로서 시각적인 콘텐츠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탄탄하게 완성했다.
마지막 트랙은 비엠과 전소민 버전의 ‘Trust Me’이다. 두 번째 트랙과 달리 묵직한 비트는 없지만, 귀에 꽂히는 신스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강렬한 모든 것이 끝나고 듣는 에필로그 격의 곡. 소개말에 따르면 해당 곡은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스토리라고 한다. 전소민의 보컬에서는 아련한 그리움이, 낮지만 차분한 어조로 내뱉는 비엠의 랩에서는 ‘끝’ 이후의 공허함이 느껴졌다. 같은 가사와 멜로디로 부르지만 전지우는 덤덤하면서도 호소력 짙게, 전소민은 긴 호흡으로 차분하지만 애절하게 전달한다. 이 트랙을 끝으로 사랑을 시작했던 연인이 불신과 집착 끝에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You In Me’에서 이미 이야기의 결말을 풀어내지만 여섯 번째 트랙으로 잘 정돈된 마무리를 들려준다. 두 번째 트랙과 비교해서 듣는 재미도 있다. 벅찬 감정을 가지고 시작했던 사랑의 말로가 얼마나 공허하고 허탈한지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가사는 짧게는 2분에서 길게는 5분 정도의 음악에 많은 것을 담아내는 요소다. 제한된 상황에서 함축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음악도 한 편의 문학 작품이라고 칭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YOU & ME’ 앨범은 그 생각을 조금 더 확장할 수 있게 만든 기회였다. 하나의 곡을 한 편의 시라고 생각한다면 ‘YOU & ME’ 앨범은 연작시 혹은 단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 사랑’이라는 주제로 쓰인 문학 작품. 22분짜리 음악이라고 한다면 지나치게 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2분 만에 즐길 수 있는 문학 작품이라면 아주 짧은 편에 속할 것이다. 카드의 ‘YOU & ME’가 가진 매력이다. 여섯 곡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선사한다. 의도적인 트랙 순서, 우리는 이를 수록곡을 ‘연출’했다고 말할 수 있다. 훌륭한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 이를 전하는 실력 있는 아티스트가 모여 탄생한 ‘YOU & ME’를 즐겨보거든 22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